주간동아 974

2015.02.02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5-02-02 1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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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데이비드 에드먼즈 지음/ 석기용 옮김/ 이마/ 292쪽/ 1만5000원

    윤리학에 ‘사유 실험(thought experiment)’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엔 아무런 죄도 없이 기괴한 상황 속에서 죽거나 다치는 희생자가 등장한다. 이런 식이다.

    당신은 육교 위에서 기차선로를 내려다보고 있다. 트롤리(레일 위를 달리는 바퀴 달린 차)가 돌진해 오는데 선로 위에 5명이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육교 난간 너머로 몸을 기울인 채 트롤리를 바라보는 아주 뚱뚱한 남자가 있다. 만일 당신이 육교 너머로 그 남자를 밀쳐낸다면, 그는 아래로 떨어져 트롤리와 충돌할 것이다. 그 정도 몸집이라면 트롤리를 급정거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뚱보는 죽겠지만 5명은 산다. 당신은 뚱보를 밀쳐야 할까.

    뚱보라는 표현이 당신을 불편하게 한다면 ‘지선의 딜레마’로 대신해보자. 5명이 선로 위에 묶여 있고 고장 난 폭주 기관차가 돌진해 오고 있다. 당신이 신호 조종기를 돌려 기차를 지선으로 보내려는 찰나 지선에도 한 남자가 묶여 있는 것이 보인다. 5명을 살리고자 기차 진로를 바꾸면 지선 위의 사람이 죽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트롤리학(trolleyology)’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이 사유 실험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돼 우리에게 삶과 죽음, 개인과 집단, 의도와 선택, 공공성과 정의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실제로 수많은 철학자가 이 문제를 고민했다. 의도적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자기방어가 목적이라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이중효과의 원리), 숫자가 최우선의 조건이므로 행위의 의도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벤담의 공리주의), 어떤 행위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차이가 있는가(피터 싱어) 같은 사유를 통해 인간의 도덕 본능의 근원과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을 밝혀내고자 했다.

    철학자인 저자는 다양한 사유 실험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아직도 당신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마이클 포터 외 지음/ DBR 엮음/ 레인메이커/ 208쪽/ 1만2000원


    차별화는 기술력이나 품질 같은 이성적 영역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과 관련한 것이다. 마이클 포터, 마이클 샌델, 리타 맥그레이스, 돈 탭스코트, 맷 킹돈 등 세계적 석학들이 ‘경쟁우위의 원천’으로서 차별화 전략을 들려준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사진 인문학

    이광수 지음/ 알렙/ 372쪽/ 1만8000원


    역사학자가 사진으로 철학하기를 제안했다. 이순희 등 우리 시대 사진작가 12명이 찍은 사진을 캡션, 제목, 작업 노트 등과 함께 읽어가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의 의식은 철학, 기호학, 종교, 신화, 인류학, 역사의 영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먹거리가 답이다

    신광호 지음/ 책넝쿨/ 234쪽/ 1만 원


    ‘힐링코드.kr’ 개발자, 체질 전문 한의사, 생년월일로 마음을 분석하는 심리분석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저자가 ‘오운육기체질’에 따른 먹거리 힐링 법을 제안했다. 43만2000가지 오운육기체질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도 소개했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나는 시민인가

    송호근 지음/ 문학동네/ 400쪽/ 1만5000원


    근대 시민사회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채 여전히 ‘국민국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사회를 진단한 책. 사회학자인 저자는 과연 우리에게 공공성을 향한 자각, 타인에 대한 배려, 공동체적 헌신 같은 시민윤리가 있는지 묻는다.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낡고 오래된 것들의 세계사

    데이비드 에저턴 지음/ 정동욱·박민아 옮김/ 휴먼사이언스/ 376쪽/ 1만8000원


    석유의 등장 이후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석탄은 19세기보다 오늘날 더 많이 생산되고 자전거, 수도, 자동차보다 훨씬 많다. 콘돔, 말, 재봉틀 등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낡고 오래된 것들을 통해 다시 보는 20세기 기술의 역사.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당신
    가정이 웃어야 나라가 웃는다

    박태영 지음/ 방귀희 엮음/ 연인M·B/ 296쪽/ 1만5000원


    사회복지학 교수이자 가족치료 권위자인 저자가 밖에서는 존경받는 가장이었지만 바람기만은 잡지 못한 아버지와 남성편력을 숨기지 않은 어머니 등 부끄러운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문제를 드러내는 순간 처방전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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