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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야권 신당, 호남 넘보고 새정연 흔들까

진정성·명분 약해…“분열의 씨앗” “툭 하면 헤쳐 모여” 비판 쏟아져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야권 신당, 호남 넘보고 새정연 흔들까

야권 신당, 호남 넘보고 새정연 흔들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이 2014년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새로운 정치 세력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는 명진 스님(왼쪽에서 네 번째).



‘야권발(發) 신당 바람은 미풍일까, 태풍일까.’

2015년 새해 야권 재편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올해는 박근혜 정부가 3년 차를 맞는 해. 당초 예상대로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성패 기로에 서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대통령선거(대선) 주자가 본격적으로 드러날 상황이다. 즉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차기 구심점이 각각 확보될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신당 변수가 등장하면 일단 야권 내부 상황이 복잡해진다. 새누리당의 경우 지난해 7월 전당대회(전대)를 통해 김무성 대표 체제가 자리 잡은 상황. 반면 야권에서는 올해 △새정치연합 2월 8일 전대에서 새 지도부 선출 △4월 29일 보궐선거 △정의당 7월 새 대표 선출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지지 세력의 새로운 정치 세력화 모색 △여기에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 합류 등이 결합되면서 격동기를 맞고 있다. 야권의 신당 바람은 정치권을 강타할까,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전망은 엇갈린다. 바람 크기, 즉 신당 몸집이 어느 정도 커지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호남 까마귀’ 날면 태풍이 분다?



신당 영향력이 강할 것이란 전망은 호남 민심과 연관돼 있다. 최근 거론되는 신당은 성공 조건인 강력한 대선주자, 혹은 지역 기반 가운데 최소한 1개는 갖추고 있다. 신당 합류 가능성이 거론되는 새정치연합 정동영, 천정배 상임고문은 각각 지방 주류로 불리는 전주고, 목포고 출신이다. ‘친노(친노무현) 주류’를 비판하는 새정치연합 정치인 대다수도 호남 출신이다. “그래도 우리 까마귀는 못 버린다”는 호남의 바닥 정서를 신당 합류 세력이 기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정동영, 천정배 개인의 영향력만 보자면 과거만큼 크지는 않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해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소외됐고, 천정배 상임고문도 같은 해 7·30 재·보궐선거(재보선) 광주 광산을 공천에서 배제됐다. 중앙정치권 주도력이 약화된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치권이 보는 시각과 호남 정서는 다르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 분석. 이들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복합적인 반사 이익이 호남 출신 정치인에게 투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호남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호남 대통령’이나 대선주자를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정권을 두 번이나 빼앗기고도 최근까지 고전하는 새정치연합에 대한 답답함, 여기에 일부 ‘반노(반노무현)’ 정서도 있어 이런 것이 결합하면 신당 및 호남 출신 정치인에게 기대 심리가 투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안철수 새정치 캠프’ 출신과 새누리당 또는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한 일부 정치인이 신당을 고리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대안정치’를 내세워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끼는 유권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로선 호남 신당이든 진보적 신당이든, 강한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진정성과 명분이 부족해 범야권 지지자조차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야당이 그동안 수시로 ‘헤쳐 모여’를 하면서 유권자에게 신당 피로감이 있다”며 “선거에서 줄줄이 패하고 결국 한다는 게 신당이냐 하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소멸되고, 새정치연합이 영입한 안철수 의원까지 상처를 받은 기억이 유권자 사이에선 여전히 강하다. ‘안철수 현상’의 태풍을 일으킨 인물도 신당을 성공시키지 못했는데, 전·현직 국회의원 몇 명이 모인다고 과연 강력한 새로운 당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

진보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운 정동영 상임고문 등이 ‘진보적 신당의 딜레마’가 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정 상임고문을 ‘역대 정권이 만들어준 황태자’에 비유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꽃가마 태워준 것은 잊고, 이제 가마에서 잠깐 내려왔다고 ‘또’ 당을 뛰쳐나가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앞서 정 상임고문은 2009년 4월 재보선 당시 탈당까지 하면서 전주 덕진으로 돌아가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배지는 달았지만 명분은 잃었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다. 한 정치 전문가는 “대선후보까지 한 인물이 공천 안 준다고 탈당하는 건 야당 전체를 우습게 만든 사건”이라고 말했다.

천정배 상임고문도 ‘진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자주 지역을 옮긴 전력이 ‘천정배의 자산’을 훼손했는데 탈당까지 하면 더 큰 상처를 입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그는 경기 안산 단원갑 4선→2011년 서울로 옮겨 서울시장 선거 출마 선언→2012년 총선 서울 송파을 출마 및 낙선→2014년 7월 재보선 광주 광산을 출마 등의 길을 걸어왔다.

지분 거래용 신당 창당?

이와 별개로 신당이 진보정치를 명분으로 내세워도 ‘선거에서 지분을 요구하기 위한 당’으로 낙인찍힐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권 한 인사는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모두 싫다는 무당층이 존재하지만 이들이 신당을 대안 세력으로 지지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호남 신당이든 진보적 신당이든 기존 지지층 일부를 재결합시킬 수는 있으나, 무당층까지 끌어안을 정도의 ‘대안 정당’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한편 야권에서는 신당이 혁신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 효과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새정치연합 의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이 분열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야권은 탈당과 내분의 악몽을 수차례 겪었다. 탈당파 옛 민주계가 중심이 된 ‘정통민주당’은 일부 지역의 호남 성향 야권 표를 가져가 “새누리당만 좋은 일 시켜줬다”는 논란에 휩싸인 사례가 있다. 2012년 총선에서 일부 공천 탈락자가 ‘친노의 비노 학살’이라며 시위를 벌이고 탈당해 출마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선에서는 일부 동교동계가 친노를 비판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 합류해 ‘배신자’ 소동이 일었다.

진보적 성향 야당도 상처가 있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의 각자도생, 진보당의 부정경선 논란 등이다. 즉 범야권 지지층이 신당을 보면서 희망을 갖기도 전에 ‘분열과 연대, 권력 다툼 과정에서의 악몽’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나서든 이미 불어온 ‘신당 바람’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진보적 세력의 경우 이른바 ‘신공안정국’ 가능성에 대비하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신당 창당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2월 8일 전대 결과가 신당에 대한 관심과 탈당 기류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문재인 의원이 당선할 경우 이른바 ‘비노’ 세력이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문 의원의 득표가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탈당 얘기가 쏙 들어갈 수도 있다.

‘비노’ 성향의 한 야당 관계자는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권의 주요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개인적 성향과는 별개로 당을 뛰쳐나가는 모험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해 대선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정당 지지율, 신당 명분론에 대한 여론 흐름에 따라 신당 바람의 세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970호 (p14~15)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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