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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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 날리는 따끈한 ‘레드 와인’

크리스마스 딱! 글뤼바인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4-12-22 13: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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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 날리는 따끈한 ‘레드 와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11월 중순부터 시내와 마을 광장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선다. 나무로 지은 조그마한 간이매점이 즐비하게 서서 크리스마스 장식품과 과자, 따뜻한 모자와 털신 등 다양한 겨울 상품을 판다.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시절, 딱히 살 물건이 없어도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면 괜스레 마음이 넉넉해져 주말이면 자주 들르곤 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늘 빼놓지 않고 하던 일이 글뤼바인(Glu¨hwein) 한 잔으로 몸을 따끈하게 데우는 것이었다. 발이 시리고 코끝이 차가운 날 따뜻한 글뤼바인을 두 손으로 감싸고 호호 불며 마시다 보면 그 따스함이 온몸을 포근하게 녹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글뤼바인은 레드 와인에 오렌지와 레몬, 각종 향신료, 꿀 등을 넣어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와인이다. 그런데 와인에 뭔가 섞어 마시는 풍습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B.C. 8세기쯤 작품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아이아이에 섬에 사는 키르케라는 반신반인 요부가 약초를 섞은 와인을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에게 먹인 뒤 동물로 만드는 장면이 등장하니 말이다.

    실제로 와인 보관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와인이 곧잘 상하다 보니 거의 식초가 되다시피 한 와인에 꿀이나 소금, 후추, 허브, 기름 등을 섞어 마셨다고 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도 배에서 내린 수입 와인의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아 시금털털한 맛이 나면 향신료를 첨가해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스·로마 시대 귀족은 잘 상하지 않는 높은 도수의 달콤한 와인을 마셨고 빅토리아 시대 부유층은 유리병에 담아 코르크로 밀폐한 고급 와인을 마셨으니, 향신료로 맛을 낸 와인은 분명 서민의 몫이었을 것이다.

    추위 날리는 따끈한 ‘레드 와인’
    이렇게 향신료를 섞어 데운 와인은 겨울철 별미로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글뤼바인과 함께 따뜻한 소시지를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스키장에서도 언 몸을 녹이기에 글뤼바인은 딱 좋은 음료다. 영국에서는 글뤼바인을 멀드와인(Mulled Wine)이라고 부르는데, 레드 와인 대신 도수가 높고 달콤한 포르투갈산 포트와인(Port Wine)을 쓰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뱅쇼(Vin Chaud)라 부르며 코냑으로도 만든다. 스칸디나비아 지방에서는 글뢰그(glo¨gg)라고 부르고 레드 와인 외에 보드카나 브랜디도 이용하는데, 스웨덴에서는 생강 쿠키, 노르웨이에서는 쌀과 우유로 만든 푸딩인 리스크렘(riskrem)과 함께 즐긴다.



    글뤼바인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다. 계피, 정향, 팔각, 육두구, 바닐라 같은 향신료에 레몬, 오렌지, 설탕이나 꿀을 섞고 물을 부어 끓여 향이 진하게 우러나면 거기에 와인을 붓고 70~80도로 따끈하게 데우면 된다. 와인을 부은 다음엔 끓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마시다 남은 와인을 재활용하는 방법으론 그만이다. 종류가 다른 레드 와인을 섞어도 무방하고 화이트 와인을 이용해도 된다. 와인을 사서 만든다면 어차피 향신료와 과일향으로 뒤덮일 테니 값비싼 와인을 살 필요가 없다. 만들기가 번거롭다면 완제품으로 수입한 글뤼바인을 마트나 백화점에서 살 수도 있다. 가격은 한 병에 3만 원대다.

    따끈한 글뤼바인 한 잔에 군고구마나 군밤, 찹쌀떡을 곁들여보는 건 어떨까. 크리스마스와 한겨울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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