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8

2014.12.22

뇌출혈 사망 공무원 평소 고혈압 이유 보상금 삭감 안 돼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4-12-22 1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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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도 반납한 채 근무하다 뇌출혈로 숨진 소방관이 평소 고혈압을 앓았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을 감액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2월 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최주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8월 숨진 소방관 A씨의 유족 B씨(A씨의 처)가 “유족보상금을 절반으로 감액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4구합60894)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9년부터 소방관으로 일해온 A씨는 지난해 8월 휴일인데도 다른 팀의 휴가로 근무 인원이 부족하자 자원해 대기 근무를 했다. A씨가 속한 소방서의 관할구역에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당시 휴가철이라 관광객이 몰려 근무 인원이 부족했다. A씨는 해수욕장 순찰을 다녀온 뒤 뇌출혈로 쓰러졌고, 일주일 넘게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사망하기 전 6개월간 평균 75시간 초과근무를 했고 한 달 평균 열흘씩 야간근무를 하기도 했다.

    B씨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 A씨의 사망에 대해 유족보상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A씨가 평소 뇌출혈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고혈압을 앓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치료받지 않았다며 A씨에게 중과실을 적용해 유족보상금 2분의 1 감액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서울행정법원에 2014년 6월 19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에 공무원이 재직 중 공무로 사망한 경우 또는 재직 중 공무상 질병이나 부상으로 사망한 경우 또는 퇴직 후 3년 이내 그 질병 또는 부상으로 사망한 경우에는 그 유족에게 유족보상금을 지급하며(제61조 1항), 중대한 과실에 의해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요양에 관한 지시에 따르지 아니해 질병·부상·장애를 발생하게 하거나, 사망하거나, 그 질병·부상·장애의 정도를 악화하게 하거나, 그 회복을 방해한 경우에는 2분의 1 감액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62조, 3항, 시행령 제53조).

    재판부는 “A씨는 사망 직전 업무 때문에 상당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건강검진 결과 2004∼2013년 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꾸준한 운동과 식단관리로 혈압을 조절하려고 해왔으며, 평소 흡연을 하지 않고 술도 거의 마시지 않았으며, 뇌출혈 발병 가능성을 경고 받은 적도 없는 만큼 질병에 대한 의사의 구체적 치료 지시 등을 따르지 않았다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A씨가 중대한 과실이나 정당한 사유 없이 요양 지시를 따르지 않아 숨진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유족보상금 감액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과거에도 이런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유족보상금을 감액하려면 먼저 사망한 공무원에게 중대 과실이 있어야 하지만 망인이 평소 관상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은 물론, 그 밖의 질환에 대한 염려나 의심을 갖지 않았던 점, 망인의 평소 흡연량이 과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춰 비록 망인의 과거 약 30년간의 흡연 경력이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장질환에 영향을 미쳤을지라도 단지 그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유족보상금 2분의 1 감액을 취소했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인정했다(판례 2006두8723).

    이번 판결은 공무원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한 경우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사망 원인이 되는 경우에 한해 중과실을 적용하며 유족보상금을 감액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같은 판결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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