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62

2014.11.10

이웃 여행 보내 ‘희망 경험’…급여 1% 기부, 사내 ‘CSR’활발

㈜여행박사 사회적 약자에 여가 행복추구권 지원

  • 조영실 객원기자 esperanza0738@gmail.com

    입력2014-11-10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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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여행 보내 ‘희망 경험’…급여 1% 기부, 사내 ‘CSR’활발
    올여름 소셜미디어를 달군 이슈 가운데 하나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였다. 난치성 희귀 질환인 루게릭병을 앓는 환자의 치료비를 모금하는 이 이벤트는 미디어를 타고 세계 유명 인사와 연예인, 일반인에게까지 전파됐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화제가 되면서 여행서비스기업 ㈜여행박사는 루게릭병 환자와 가족을 위한 여행 지원 사업을 계획했다. 심원보 마케팅팀장은 “얼음물 샤워나 기부금 전달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던 중 여행이 쉽지 않은 루게릭병 환자에게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여행박사 사회공헌 홈페이지 ‘소원을 말해봐’ 프로그램 게시판에 올라온 사연에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2005년 여행박사에서 후원한 장애인 해외여행에 참여한 봉사자였는데, 모친이 루게릭병 진단을 받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여행박사는 사연을 채택하고 사연 공모를 통해 글쓴이 외에 루게릭병 환자와 그 가족 20명에게 일본 규슈 여행을 무료로 지원했다.

    공모 통한 고객 중심 사회공헌활동

    신창연 창업주는 1999년 창립 초기부터 ‘여행박사 10가지 약속’을 선포하고 그 여섯 번째로 ‘사회복지와 공익에 앞장서는 나눔의 경영을 실천할 것’을 CSR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매출 198억 원을 달성해 국내에서 네 번째로 큰 여행사가 되면서 CSR에 대한 책임의식도 커졌다. ‘트래블 스토리 두드림’은 여행박사가 매년 7개 분야에서 50여 건 이상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7개 분야에는 복지기관 해외여행 공모전 ‘여행의 날개’, 각각 저소득 청소년과 장애인을 위한 여행 지원 프로그램 ‘아름다운 동행’과 ‘여행의 자유를’, 일반인 사연을 공모하는 ‘소원을 말해봐’ 등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매년 봄 실시하는 ‘여행의 날개’는 여행사 최초 복지기관 공모전으로, 사내 사회공헌 사업의 시초가 됐다. 공모전에는 매년 200여 개 기관에서 신청서를 보내온다. 2013년에는 서울시에서 자살 고위험 지역으로 지정한 강서구 가양동 영구임대아파트의 싱글맘과 그 자녀들에게 해외여행을 무료로 지원했다. 올해에는 소아암환아 가족여행이 선정돼 ‘소아암도 이겨냈다, 용감한 가족여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무료 해외여행 사업을 진행했다.



    무엇보다 여행박사의 CSR가 눈에 띄는 것은 사회공헌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기관과 개인의 공모 및 신청을 받아 지원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청소년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공모전을 통해 저소득 청소년 100명을 선발, 1박 2일 국내 여행을 지원했다. 김효진 마케팅팀 대리는 “사회공헌 홈페이지나 e메일을 통해 장애인, 청소년, 싱글맘, 노인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또 여행지에서 관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알맞은 여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사진 봉사자 등을 모집해 어려운 처지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한다”며 여행박사의 고객 중심 CSR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심원보 팀장은 사회공헌 일환으로 여행 지원 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를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현실의 고충을 떠나기 어렵지만 여행은 새로운 자극과 희망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싱글맘 해외여행 지원에는 여행 기간 편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엄마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싱글맘 역시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프로그램도 구성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저소득 가정 청소년의 여행에는 ‘일본의 내가 한국의 나에게 쓰는 편지’, 장애 청소년의 여행에는 일본 장애인학교와 교류회 등 여행 대상자별 맞춤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또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 지원 사업이라도 ‘손미나 컴퍼니와 장애인이 함께하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투어’, 소아물리치료사와 장애아동으로 구성된 ‘휠체어 원정대’, 희귀난치병 동호회장의 일본 교토 콘퍼런스 참석 지원 등 매번 새로운 내용으로 다양한 대상자가 참여케 하고 있다.

    사진촬영 봉사자들이 전하는 현장 사진과 여행 후기는 여행박사 인터넷 블로그 또는 사회공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효진 대리는 “이를 본 여행박사 고객은 자신의 소비활동이 가치 있게 사용된다는 믿음을 갖게 되고, 직원들은 ‘우리가 이웃의 여행을 보내드린다’는 자부심을 얻는다”고 덧붙인다.

    기업의 CSR는 비단 사회공헌만 의미하지 않는다. 유럽연합(EU)은 중소기업을 위해 CSR의 개념적 프레임워크(사고의 틀)를 5개 분야로 나눴다. 시장, 작업장, 지역사회, 환경이 지속가능한 발전 개념 아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축과 대응하는 책임 있는 기업가 정신을 구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여행박사는 작업장 이슈 가운데 융통성 있는 업무 방식과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사원 참여(직장 민주주의)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보호, 일의 만족도 향상 같은 CSR를 다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보호 CSR 활동

    이웃 여행 보내 ‘희망 경험’…급여 1% 기부, 사내 ‘CSR’활발

    여행박사 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

    여행박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은 직원들 급여 1%와 회사의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에 의해 전액 무료로 이뤄진다. 직원들 월급의 1%를 자동 적립하고 똑같은 금액을 회사에서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사회공헌활동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사내 인트라넷 등을 통해 민주적이고 활발한 사원 간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하다. 신창연 창업주는 “회사 수익은 당연히 열심히 일한 직원들 몫”이라는 철학으로 수시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직원 복지 제도 등을 결정한다.

    또 여행박사는 팀장부터 사장에 이르는 간부 직원을 전 직원이 투표로 선출한다. 지난해 선거에서 당시 사장이던 신창연 창업주는 본인의 당선 기준을 80% 이상으로 공약했고, 이에 0.8% 미치지 못하자 사장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대표이사 권한 대행직을 맡고 있다. 후임 사장은 29세 주성진 일본팀장으로, 고교 시절 ‘여행 고딩’이라는 닉네임으로 여행박사 홈페이지에 여행정보를 활발히 올려 영입된 인물이다. 여행박사는 일정 매출 이상의 수익을 직원에게 성과급으로 돌려주는데, 주 사장은 성과급 1억 원을 기록했던 전설의 고졸 직원으로 다른 직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현재도 여행박사는 고졸 출신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한편 여행박사는 2012년 문화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돼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서울시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뽑은 ‘일하기 좋은 우수기업 100선’에 포함됐다. 여행박사는 수상 이유를 펀(fun) 경영을 모토로 한 다양한 직원 복지제도에서 찾는다. “입사지원서에는 여행박사의 봉사활동이 눈길을 끌어 지원하게 됐다는 내용이 종종 보인다. 그만큼 직장생활에서 개인의 경제 활동과 성취감을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본다”는 것이 주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다른 기업의 CSR 활동은 의식주 지원에 치우친 사회적 약자 지원 사업이지만 우리는 여행사로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다”며 “이를 계기로 사회적 약자의 여가 행복추구권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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