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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족쇄’에 게임산업 “악!”

2007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뒤늦게 진흥정책 안이한 대응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규제 족쇄’에 게임산업 “악!”

‘규제 족쇄’에 게임산업 “악!”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중독 문제가 대두되면서 ‘게임중독법’을 대표발의했던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오른쪽).

몇 년 전만 해도 콘텐츠 수출의 첨병 구실을 했던 국내 게임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름잡던 한국 게임은 미국과 중국 등 외산 게임에 시장의 상당 부분을 내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보급이 확대되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여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게임산업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 게임산업이 위축된 건 시장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에 따른 피해가 더 크게 작용했다. 해외시장 진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온라인 게임은 셧다운제 등 국내 규제 이슈에 대응하느라 시기를 놓쳤다. 모바일게임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려던 게임업체에 제동을 건 것도 사전심의를 앞세운 국내 게임 규제당국이다.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서 진흥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예전의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는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예전 경쟁력 회복 험난한 길

우리나라 게임시장은 2007년 산업 규모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4 대한민국 게임백서’(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9조7198억 원으로, 2012년 9조7527억 원보다 0.3% 감소했다. 세계 게임시장 규모가 3.1%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게임 수출 성장세도 한풀 꺾였다. 지난해 국산 게임 수출액은 전년보다 2.9% 증가한 27억1540만 달러(약 2조9275억 원)였다. 올해는 수출 증가율이 더 둔화해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08년 이후 게임 수출 증가율이 매년 두 자릿수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그동안 게임 수출 증가율은 최소 11%였고, 최대 48.1%에 달했다. 게임백서는 국내 게임산업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2016년까지 정체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게임시장 위기는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을 주도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 이후 매년 9~18% 성장을 기록했고, 시장 규모 10조 원대 진입도 목전에 두고 있다는 평가였다. 해외에서도 엄청난 상승세였다. 한국 게임은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시장, 중동과 남미 등 신흥 시장까지 진출하는 곳마다 승승장구했다.

잘나가던 게임산업이 주춤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게임 규제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 중독(과몰입) 문제가 대두하면서 모든 화살이 게임 자체로 향했다. 온라인게임 중독은 교육환경, 가정상황, 개인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임에도 비난은 게임회사로 향했다. 게임 사전심의 등 게임에 대한 규제는 강화됐고, 실효성 없는 것으로 드러난 온라인 게임 셧다운제 등 새로운 규제도 양산됐다.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시각도 산업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게임을 알코올류,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일명 게임중독법)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법안 역시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도 성장 정체의 이유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했지만, 국내 게임업계는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빠르게 따라잡는 양상이다. 지난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2조3277억 원으로 전년보다 190%나 성장했다.

국내 게임업계가 모바일게임 시장 초기 대응에 실패한 데도 규제가 한몫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만 해도 모든 게임은 사전심의를 받아야 했다. 모바일게임을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올리려면 사전심의를 거쳐야 해 게임을 빨리 출시할 수 없었다. 해외 게임도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었고,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는 게임 카테고리가 막힌 채 서비스됐다.

‘규제 족쇄’에 게임산업 “악!”
중국은 게임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우리나라가 게임산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사이 중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게임을 집중 육성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텐센트, 알리바바 등은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성장했지만, 이제는 한국 게임사에 투자하는 큰손으로 발전했다. 텐센트, 알리바바, 쿤룬, 창유 등 중국 게임업체들은 액토즈소프트, 아이덴티티게임즈, 넷마블게임즈, 파티게임즈 등 상당수 국내 기업에 투자했다. 국내에 투자한 총금액이 1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게임산업 위기가 가시화하자 정부와 국회 등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는 9월 부모가 동의하면 셧다운제를 아예 적용하지 않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내년 5월로 시행이 유예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도입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게임물관리위원회 업무를 사후심의 위주로 전환하는 법안 또한 준비 중이다.

앞서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대표발의), 비영리 게임 등급 분류 수검 의무를 면제하고 정부가 게임의 사회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게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 대표발의) 등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한국은 자국 게임산업 규제정책으로 성장세가 미미한 반면, 중국은 게임 진흥정책을 펼쳐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게임산업이 중국 등 세계 시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의 불합리한 중복 규제를 완화하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는 등 규제에서 진흥으로 정책 기조를 변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어 정부가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 통계도 갖고 있지 못한 데 대해 “국내 게임시장을 중국에 빼앗기고, 중국 자본에 의해 국내 게임기업 수익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주간동아 962호 (p40~41)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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