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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양이 앞에 생선? 권익위의 이상한 수사 의뢰

경찰병원 의료사고 의혹 수사, 제식구인 경찰청에 맡겨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고양이 앞에 생선? 권익위의 이상한 수사 의뢰

고양이 앞에 생선? 권익위의 이상한 수사 의뢰

경찰병원의 의료사고 의혹을 그 상급기관이자 한 식구인 경찰청에 수사 의뢰한 국민권익위원회. 경찰 내부에서조차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병원이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면서 지정된 생리 식염수(조영제와 함께 투여) 대신 증류수를 정맥 주사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지만 그에 대한 보고를 묵살하고 은폐를 시도했다. 오히려 경찰병원 측은 의혹을 제기한 직원을 좌천했다.”

10월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경찰병원의 의료사고 은폐 의혹에 대한 폭로를 이어나가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내용을 들은 여야 의원은 이홍순 경찰병원장에게 증류수 정맥 주사의 사실 여부와 환자 안전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고 들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인 진영 안전행정위원장이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확실히 파악하라”고 주문하자, 강 청장은 “경찰청 차원에서 감찰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가진 ‘마지막 카드’

과연 국정감사 이전 경찰청장은 경찰병원의 이 같은 불법의료 행위 의혹을 알지 못했을까. 경찰병원은 경찰과 그 가족뿐 아니라 일반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이지만, 경찰대와 같은 경찰청 부속기관으로 경찰청장이 인사와 감사에 권한을 행사하고 그에 대한 최종 책임도 진다. 다시 말해 경찰청장은 경찰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불법사항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경찰청은 국정감사가 있기 전인 9월 중순 이미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로부터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수사 의뢰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 공익 제보자로부터 제보를 받아 수개월 전부터 조사를 시작한 권익위는 경찰병원의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사법 위반 행위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9월 16일 분과위원회를 통해 이 사건을 경찰청에 수사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경찰청 차원에서 (이 사건에 대해) 감찰을 실시하겠다”는 강 청장의 국정감사장 답변은 해석하기에 따라선 대통령직속기관인 권익위가 공식 의뢰한 수사를 일단 접어두고 내부 감찰부터 하겠다는 말로 비쳐질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국정감사 당시까지 경찰청장이 수사 의뢰 사실을 보고받지 못해 사안에 대해 전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의 청장님 말처럼 해당 사건은 감사관실에서 이미 감찰을 시작했다”며 “감사관실에는 내부 직원의 불법에 대해서만 수사하는 팀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권익위 수사 의뢰건도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수사 의뢰가 매우 신중하게 여러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9월 중순 권익위의 수사 의뢰 결정이 있은 직후 경찰청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대목은 두고두고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가 수사를 정식으로 의뢰했다는 것은 불법성을 입증할 증거를 조사 과정에서 다수 확보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 권익위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번처럼 국가기관 내부의 공직자가 공익 제보를 한다 해도 불법성을 증명하는 뚜렷한 증거와 증언이 확보되지 않으면 해당 기관에 감찰을 통보하거나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선에서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적잖다. 다시 말해 불법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을 때는 좀처럼 수사 의뢰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권익위가 한 사정기관 수사 의뢰의 경우 최소 수개월 이상 조사 과정을 거치고도 분과위원회의 최종결정을 거쳐야 하는 사항인 데다, 위원회의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중 다수가 법조인이라 설령 불법에 대한 증거가 명백하다 하더라도 사안이 미미하거나 법 절차상 기소가 어려운 사안이면 기관에 자체 감찰을 통보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그야말로 ‘수사 의뢰’는 권익위가 가진 최고 권한 중 마지막 카드인 셈. 더욱이 현직 경찰관을 파견받아 직원으로 쓰는 권익위 처지에선 경찰병원이 사정기관인 경찰청의 부속기관인 까닭에 수사를 의뢰하기가 부담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경찰조차 의아해할 정도

고양이 앞에 생선? 권익위의 이상한 수사 의뢰

경찰병원은 MRI 촬영 때 정맥 주사하는 생리 식염수 대신 증류수를 쓴 의혹으로 경찰 감찰을 받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건 바로 이 대목이다. 이토록 열심히 사건을 조사한 권익위가 하필이면 경찰병원 의료사고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를 경찰병원 상급기관이자 한 식구인 경찰청에 했느냐는 점이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경찰병원은 내부 공익 제보자의 의혹 제기를 은폐하고 좌천하는 시도까지 했는데, 그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한 것은 누가 봐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감찰계에서 정식 수사를 한다 해도 자기 직원에 대한 수사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의 한 현직 검사는 “보통 권익위를 포함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수사권이 없는 준사정기관의 경우 검찰 직원이 조금이라도 관련된 사안은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경찰과 관련된 사안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게 관행으로, 그렇게 해야 수사 결과에 대해 축소 수사니 은폐니 하는 말들이 안 나온다. 지켜봐야 알겠지만 결국 이 사건은 검찰에 재수사 의뢰가 들어올 게 뻔하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이상한 수사 의뢰는 경찰조차 의아해할 정도다. 진선미 의원실 한 관계자는 “우리도 국정감사 당시까지 권익위가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사실을 몰랐다. 추후 경찰청 감사관실에 확인해보니 그쪽 사람들도 자신에게 수사 의뢰가 들어온 것을 처음에는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권익위 대변인실 관계자는 “수사 의뢰를 경찰청에 한 이유에 대해선 분과위원회 결정 사항이라 뭐라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감사 이틀 후인 10월 15일 관할 서울 송파구보건소는 “방사선사가 (MRI 촬영에 필요한 조영제를) 직접 주사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27조 1항 위반”이라며 경찰병원에 대해 3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사전 통보)을 내렸다. 문제가 된 MRI 생리 식염수 정맥 주사는 혈관을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정맥에 주사하는 조영제를 혈관 속으로 더 빨리 퍼지게 하는 작용을 하는데, 조영제를 투여한 직후 바로 함께 투여한다. 생리 식염수 대신 증류수를 쓸 경우 삼투압 변화로 뇌부종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적혈구를 죽여 혈전과 혈뇨, 급성신부전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학계 내부에서조차 “아직 부작용 피해사례가 없다”며 그 부작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국정감사 당시 경찰병원 측은 “주문 실수로 생리 식염수 대신 증류수가 잘못 들어왔고 재고가 300개나 남아 반환이 어려웠다. 은폐 의혹이 있을 수 있어 처벌을 전제로 증거가 나오면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4.11.10 962호 (p30~31)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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