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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기업과 인문학

회장님도 ‘인문학 삼매경’

재벌가는 물론 기업들도 인문학 공부에 열 올려

  •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회장님도 ‘인문학 삼매경’

회장님도 ‘인문학 삼매경’

아산정책연구원과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아산서원에서 원생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모습.

“그간 ‘How to’에 집중하던 우리는 이제 어려운 질문인 ‘Why’ ‘What’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대의 겉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 마음을 읽으려는 관심과 이해가 바로 인문학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4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강당에서 한 얘기다. 정 부회장은 이날 학생 2000여 명 앞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공학적 사고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인문학은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는 제너비브 벨 인텔 상호작용 및 경험 연구소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사색하지 않고 검색하는 우리가 당면하게 될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기회가 인문학(에 있다)”이라고도 했다.

정 부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어릴 때부터 “경영을 잘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인문학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대학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했고, 그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 정 부회장 남매 외에도 재벌가 자녀 가운데는 인문학을 전공한 이가 적잖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대학에서 동양사학을 공부한 뒤 일본과 미국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웠다.

최근 기업들은 임직원에게도 인문학 공부를 권장하는 추세다. LG전자는 사내 인터넷 교육사이트에 ‘EBS 인문학관’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역사, 예술, 문학 등에 대한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2013년 직원을 대상으로 역사 강연 ‘히스토리 콘서트’를 10회에 걸쳐 열었던 현대자동차(현대차)는 올해 강의 범위를 더 넓혔다. 문학, 심리학 등까지 포괄하는 ‘인문학 콘서트’를 개최한 것.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유광수 연세대 교수 등 학자부터 광고전문가 박웅현 TBW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희태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까지 각계각층 인사가 강단에 섰다. 이 콘서트 부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강화 세미나’로,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의 지론이라고 한다.



대중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도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도 인문학을 강조하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한 명이다. 정 사장은 5월 현대카드 실·본부장 100명에게 켄 시걸의 저서 ‘미친듯이 심플(Insanely Simple)’을 선물했다. 시걸은 스티브 잡스와 함께 17년 동안 애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한 인물.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 사장은 책을 선물해 임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인문학적 감성을 체득하게 한다. 이 책을 통해서도 기업의 본질적인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고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그 결과로 경영지표, 임직원 만족도 등에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대중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있다. 현대가(家)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을 기리고자 설립한 아산나눔재단은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으로 인문학 배움터 아산서원을 세웠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나는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데 가장 귀한 것이 사람이고, 자본이나 자원, 기술은 그다음이라고 확신한다”고 한 바 있다. 이 철학을 따라 아산서원은 매 기수 30명에게 동서양 고전 읽기와 토론,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 등 저명인사 초청 강연, 해외 인턴십 등을 제공한다. 문학, 사학, 철학을 두루 다루는 이곳에서 강의료와 숙식비는 전액 무료다. 아산서원 6기 원생인 김인화(중앙대 의학부) 씨는 “이곳에서 인문학 수업과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부쩍 성장했다. 특히 동양철학을 공부하면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고민하게 됐다”며 “나 같은 이공계 학생이 이곳에서 많이 공부하면 좋겠다. 과학기술 자체에만 몰두하다 보면 기술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쓰일지 간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4.11.10 962호 (p24~24)

김지현 객원기자 koreanazal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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