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2014.09.22

IS 강력 응징 못 하고 중국 견제 완화 어렵고

워싱턴 아·태 우선 재균형 전략에 對중동정책 신중한 기조

  • 최우선 국립외교원 교수 wchoi38@mofa.go.kr

    입력2014-09-22 11:53: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부터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추진하면서 아시아에 자원과 관심을 집중하는 국가안보전략의 중대한 전환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정부예산 삭감과 중동 지역의 불안정이 이어지면서 그 실효성과 지속성에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특히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이슬람국가(IS)’의 급성장에 대응해 시리아로까지 공습을 확대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미국이 군사적 자원과 외교적 관심을 다시 한 번 중동으로 돌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폭하고 있다. 과연 IS 사태와 이에 대한 워싱턴의 대응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미국의 재균형 전략은 외교·경제·군사적 요소를 모두 포괄하지만 핵심은 단연 군사적 재균형이다. 서태평양에서 미군이 보유한 해상·공중에서의 우위, 정보·정찰 능력의 장점을 무력화하고자 중국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점차 정교해지는 미사일 능력, 잠수함, 우주·사이버 공격 능력 등 ‘지역 접근저지’(Anti-Access/ Area Denial) 능력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노력은 최근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미래의 잠재적 적대국가 대비

    이렇듯 점차 현실화하는 중국의 지역 접근저지 능력에 대응해 미국은 통합작전을 통해 적의 핵심부를 깊숙이 공격하는 공·해 전투(Air-Sea Battle) 작전 개념을 발전시켜왔다. 이와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공군 군사력을 점진적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2012년 리언 파네타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20년까지 미 해군력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러한 계획은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실행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공군력을 중동 지역에서 아시아로 이동시키고 있고, 새로운 첨단 항공기도 아시아에 먼저 배치하고 있다. 미국은 지상군 병력을 2001년 이전 수준으로 감축하고 있지만,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6만 명 이상의 육군·해병대 병력을 태평양사령부로 재배치했다.



    한편 10년간의 대테러전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은 국방정책 기조를 비정규전에 대한 대비에서 미래의 잠재적 적대국가에 대한 대비로 전환했다. ‘방위전략지침’ 발표 이후 채택된 2013년과 2014년 국방예산, 최근 제안된 2015년 국방예산은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핵 잠수함 전력, 미사일 방어 등 미래전력에 대한 투자를 최대한 보호하려 노력했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은 중국의 부상이 불러온 국제구조 내부의 중대한 세력 균형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특히 지역 접근저지 능력 강화를 통해 군사적 도전을 거듭하는 중국의 행보로 경쟁이 본격화되자, 미국 정책결정자들은 현재의 유리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부심하는 모양새다. 먼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본인이 재균형 전략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데다, 백악관과 국방부, 국무부, 의회가 모두 재균형의 전략적 필요성에 대해 높은 수준의 합의를 공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새 안보팀은 중동정책을 재검토해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고 무력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주의적 정책을 채택한 바 있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의 무력 개입 기준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이나 석유 공급 방해, 테러 네트워크나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대응 외에는 무력 사용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중동정책 결정 이후 라이스 보좌관은 한 연설에서 미국의 재균형 전략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이며 전략적인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아무리 많은 분쟁이 생겨도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약을 계속 심화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 때문에 최근 백악관의 대중동정책은 매우 신중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여기에는 지난 두 차례 전쟁의 대가와 개입정책이 초래한 어려움에 대해 미국 지도부가 공유하는 강한 자기반성이 깔려 있다. 최근 IS의 급성장에도 오바마 대통령과 주요 정책결정자들은 시리아와 이라크의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서방의 군사적 개입을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불어 미래의 가장 큰 잠재적 적국인 중국에 대비해야 하는 구조적 압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오바마 행정부는 중동 지역에 대한 개입, 특히 대규모 지상군 투입은 최대한 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지역 지상군 투입은 피할 것

    물론 미국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은 재균형 전략의 큰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의회 내 과격 보수 세력은 약화할 공산이 크고 민주·공화 양당이 국방예산의 지나친 삭감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방법으로 예산 자동삭감의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방 예산 긴축이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군의 전투준비 상태와 현대화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미 실행 중인 군구조 축소와 미래전력 증강으로의 재균형을 통해 이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재정적 어려움에도 미국은 여전히 그다음 상위 16개국의 국방예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20세기 중반 태평양전쟁과 대소(對蘇) 봉쇄전략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미국은 아시아에서 패권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사활적인 이해를 갖고 있다. 워싱턴 정책결정자들은 중국이 강대국으로 등장하고 난 이후에 어떤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시아에서 관여(engagement)를 지속하면서 재균형을 통해 유리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길이라는 뜻이다. 물론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과 함께, 중국을 국제 사회로 통합하려는 포용 노력도 상당 기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해야 하는 동기 자체를 최소화해 지역의 안정을 지키는 방식이다.

    미국의 재균형 전략에 대응해 중국은 군사기술을 현대화하는 한편, 한국 등 주변 국가의 경제적 의존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막대한 군사비와 우월한 기술력을 활용하며 축적해온 미국의 군사력 우위는 앞으로도 장기간 유지될 공산이 크다. 중국은 자신들이 가진 힘의 열세를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섣불리 본격적인 군비경쟁에 돌입하기보다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의 협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가진 힘의 우위 속에서 미·중 관계는 경쟁은 증가하면서도 협력 기조는 유지하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