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5

2014.09.22

세 살 용돈교육 평생 자산 된다

어릴 때부터 자원 한계와 선택 금융교육 있어야 삶의 질 향상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4-09-22 1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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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용돈교육 평생 자산 된다

    ‘금융교육’은 자녀에게 자기 통제력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1970년 미국 스탠퍼드대 월터 미셀 심리학 박사는 스탠퍼드대의 빙 유치원(Bing Nursery School)에 마련된 놀이방으로 네 살짜리 아이들을 한 명씩 들어오게 했다. 미셀은 아이들에게 마시멜로가 담긴 접시를 보여주고 하나를 집으라고 했다. 그런데 마시멜로의 달콤함에 끌린 아이들에게 어려운 결정의 순간이 다가왔다.

    “원한다면 지금 바로 마시멜로를 먹어도 된단다. 하지만 내가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참으면 2개를 줄게.”

    아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5분. 그러나 그 시간은 아이들에겐 너무 긴 시간이었다. 밥 먹기 전 군것질을 참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생각해보라. 15분은 네 살짜리 아이들에겐 가혹한 인고의 시간일 수 있다. 결국 아이 가운데 3분의 1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다른 3분의 1의 아이는 15분까지 가지 못하고 그 중간쯤 마시멜로를 먹었다. 나머지 3분의 1의 아이들만 15분을 기다렸고 결국 2개를 먹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이야기로는 이 실험이 하나의 전설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다음 이야기가 핵심이다. 미셀 박사는 이 아이들이 성장한 후의 모습을 검토하다 공통점을 발견했다. 15분을 기다린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인간관계, 학습능력, 경제적 성취 등 대부분의 사회적 측면에서 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비로소 마시멜로 실험이 하나의 전설이 된 순간이다.

    자기 통제력과 마시멜로 효과



    미셀 박사의 마시멜로 실험 외에도 몇몇 비슷한 실험이 있었다. 결과는 대부분 비슷했다. 유년 시절 자기 통제력이 높았던 아이일수록 성인이 된 후 더 잘 살고 있었다. 건강하고, 돈도 더 많이 벌며,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감성지수(EQ)’로 유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저서 ‘포커스’에서 이렇게 적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유년 시절의 자기 통제력이 출신 계층이나 가족의 재산, 혹은 지능지수(IQ)만큼 성인 시절의 경제적 성공과 건강, 전과 기록을 예측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의지력이 성공적인 인생을 결정하는 완전히 독립적인 요인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경제적 성공과 관련해서는 어린 시절의 자기 통제력이 IQ나 출신 가정의 사회계층보다 더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밝혀졌다.”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아는 부모는 자녀가 자기 통제력을 갖길 바란다. 하지만 정작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자기 통제력을 가르칠 수 있는 유력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금융교육’이다.

    세 살 용돈교육 평생 자산 된다

    존 D. 록펠러. 록 펠러가가 100년 이상 부를 유지하는 비결 로 ‘용돈교육’이 꼽힌다.

    금융교육은 단순히 돈을 다루는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우리 아이를 부자로 만들고자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다. 금융교육의 본질은 독립적인 자아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있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사람은 독립적인 자아를 갖기 어렵다. 예를 들어 약물이나 쇼핑, 도박 중독은 모두 즉각적인 보상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독립적인 자아를 위해서는 자기 통제력이 필수다.

    금융의 핵심 개념인 저축과 투자를 생각해보자. 저축은 아껴서 모은 돈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이자를 받는 것이다. 이자를 받으려면 기다려야 한다. 즉, 현재의 만족을 지연시켜야 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일정 기간 이상을 참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금융교육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용돈’이다. 성인이든 아이든 인간은 제한된 한계 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일부 부잣집 아이 가운데 망나니가 되는 경우는 대부분 이 한계 없는 선택의 습관을 부모가 용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상위 20%에 속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가운데 자신의 특권을 유지한 비중은 5명 중 2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석유왕 록펠러 집안의 엄격함

    또한 용돈교육의 본질은 한계와 선택의 문제다. 용돈이라는 정해진 자원 내에서 씀씀이를 결정해야 한다. 한계와 선택은 인간이 경제적 생활을 하면서 항상 마주치는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 자본주의 초창기 ‘강도귀족’ 시대에 새로운 거부가 많이 등장했는데, 아직도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집안은 거의 없다. 예외가 있다면 바로 석유왕 존 D. 록펠러 집안이다.

    100년 이상 부를 유지하는 비결로 록펠러가(家)는 엄격한 용돈 교육을 꼽는다. 록펠러가는 일주일 단위로 용돈을 주고 사용처를 장부에 적게 한다. 가이드라인도 있다. 용돈의 3분의 1은 저축, 3분의 1은 기부, 3분의 1은 개인 용도로 쓰게 했다. 이를 잘 지키면 용돈을 인상해주고, 반대 경우라면 삭감했다. 이 과정을 통해 록펠러가 아이들은 계획을 세우고 일정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돈을 배분하며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즉, 한계와 선택의 문제를 어려서부터 마주하며 성장한 것이다.

    저축뿐 아니라 투자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점차 인식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아껴 쓰고 저축하는 것을 금융교육으로 여기는 사람이 적잖다. 저축은 돈을 관리하는 한 방법일 뿐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구조적인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직면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저축만 강조하는 것은 반쪽짜리 금융교육만 시키는 셈이다. 자녀 명의로 통장을 개설할 때 저축통장과 펀드 같은 투자통장을 함께 만들어 이 둘의 차이를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세 살 용돈교육 평생 자산 된다
    현재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은 금융교육을 국가적 과제로 삼고 있다. 이는 문맹처럼 금융맹을 일소하는 게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인식한 결과다. 잦은 금융위기 과정에서 볼 수 있듯, 금융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부족한 경우 자신의 삶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금융에 대한 이해는 현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필수과목이다.

    민족 명절 추석이 얼마 전 지났다. 명절은 아이들이 평소보다 많은 용돈을 받는 때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을 이용해 자녀들과 용돈, 금융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 그 용돈의 주인은 엄마나 아빠가 아닌, 자녀라는 사실을 전제로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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