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53

2014.09.01

국산 젖소 정액 우간다 수출 쾌거

인공수정용 4000개 사상 첫 수출…동아프리카 포함 해외 유전자원 시장 확대 기회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9-01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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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산 젖소 정액 우간다 수출 쾌거

    동아프리카 우간다 축산농가의 젖소들. 국산 씨수소의 정액(원 안) 수입으로 우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7월은 우리 축산업계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달로 기록될 듯하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는 7월 19일 사상 처음으로 동아프리카 우간다에 한국산 젖소 인공수정용 정액 4000개 수출을 완료했다. 1902년 프랑스로부터 홀스타인 품종 젖소 20마리를 들여온 지 112년 만의 쾌거다. 1960년 우리 농촌의 젖소 전체 사육 두수는 866두. 69년 독일로부터 원조 명목으로 한독목장(시범목장)에 홀스타인 품종 젖소와 사육 선진기술을 유입한 지 45년 만에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 사업을 위탁받아 한국산 젖소 인공수정용 정액을 생산하는 젖소개량사업소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함께 아프리카 지역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함께 하는 등 젖소 정액 수출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왔다.

    특히 이번 젖소 정액 수출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우간다 정부로부터 검역과 통관 등에 관한 수입허가서를 발급받아 공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우간다뿐 아니라 동아프리카 국가 전체에 한국 젖소 유전자원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구축하게 됐다. 대(對)우간다 수출은 첫 시작일 뿐 젖소 유전자원 수출에서 큰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젖소개량사업소가 이번에 수출한 젖소 인공수정용 정액 4000개는 우간다 토종암소 2000두를 동시에 임신시킬 수 있는 분량. 암소 두당 하루 우유 생산량이 1~2kg에 불과한 우간다 토종암소에 사용하면 생산 능력이 최소 5~10배 증대된 교잡종을 얻을 수 있어 현지 낙농가의 소득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암소 2000두 임신시킬 분량



    이번 수출은 우간다에서 진행하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ODA 사업과 연계해 추진됐다. 일명 우간다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가 그것으로, 우간다 정부가 지정한 낙농 전략 지역에 한국 번식 전문가를 파견해 한국산 정액으로 교잡우 100두를 생산한다. 젖소개량사업소는 해당 지역 근교에 유가공장, 사료공장 등을 운영해 낙농 분야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해 인공수정사와 낙농가를 교육하고 젖소 사육 기술을 지도하게 된다. 물론 수출한 젖소 정액을 보관할 냉동고와 인공수정에 필요한 자재도 지원한다. 이들 지역에 섭외된 현지 법인은 수출 전초기지 노릇을 할 예정이다.

    우간다에 한국산 젖소 정액을 수출하기까지는 젖소개량사업소의 땀나는 노력이 있었다. 젖소개량사업소는 국내 젖소 개량 총괄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과 함께 지난 40여 년간 우수한 젖소 유전자원을 확보하려고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2011년 4월 전 세계 40여 개국이 참여하는 ‘인터불 국제젖소유전평가’에서 한국 종자젖소(씨수소, 유전자원)가 상위 1% 내에 랭크되는 쾌거를 이뤘다. 낙농 선진국에 비해 환경이 열악한 것을 극복하고 한국 낙농이 세계무대에서 그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국제젖소유전평가는 낙농 선진국 40여 개국이 참여해 각국이 보유한 총 13만 두의 종자젖소 능력을 표준화해 평가, 비교하는 세계 젖소 평가 각축장으로, 국제 공인기구인 국제가축기록위원회(ICAR) 산하 인터불(Interbull·스웨덴)에서 매년 실시한다. 젖소개량사업소는 2011년부터 이 평가에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총 13만 두의 우수 종자젖소 가운데 한국 종자젖소인 ‘유진’이 생산 능력 및 체형 성적 상위 1% 내에 진입하는 등 총 7두의 한국 종자젖소가 상위 10% 내에 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실제 한국은 꾸준한 젖소 개량 사업을 통해 두당 우유 생산성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는데, 연간 두당 우유 생산량이 9737kg으로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젖소개량사업소 오창록 소장은 “한국 젖소 유전자원이 우간다에 소개되면 낙농 선진국의 젖소 유전자원보다 생산성 증대 측면에서 더 많은 기여를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 낙농 산업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력을 토대로 동아프리카 국가의 낙농 현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면 지속적인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산 젖소 정액 우간다 수출 쾌거

    2014년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젖소개량사업소를 방문한 우간다 고위 공무원단.

    우간다를 포함한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 동아프리카 국가는 아프리카에서도 소 보유 두수가 많고 전통적인 우유 소비 문화가 정착한 곳이다. 동아프리카 전체에서 2억 명에 가까운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평균 5~7%의 빠른 경제성장으로 우유 소비시장 확대와 함께 낙농가의 규모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간다에 대한 한국산 젖소 정액 수출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되고 주변 국가를 상대로 홍보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면 수년 내 대규모 젖소 유전자원 시장을 한국이 선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창록 소장은 “한국 젖소 정액 수출 활성화로 한국 젖소 유전자원으로 태어난 유용소가 현지에 많아지면 이와 연계된 국내 파생 산업인 동물약품, 사료첨가제, 농기계 등의 현지 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첨병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젖소 정액 수출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변 국가 대상으로 홍보 박차

    이를 위해 젖소개량사업소는 9월부터 우간다로의 젖소 정액 수출을 확대하려고 국제지원사업 대상 지역에 파견된 전문가를 활용해 현지에서 인공수정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국산 정액으로 우수한 암소가 생산될 경우 상당한 홍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국제지원사업 대상 지역 외 우간다의 대규모 농가 밀집 지역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주요 농가를 방문해 젖소 사육에 대한 기술 지도로 우리 젖소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한편, 대규모 농가와 현지 공무원으로 구성된 산업시찰단을 국내에 초청해 우리 젖소 농가의 선진 사육 기술을 보여줄 계획이다.

    현지 프로모션을 통한 젖소 정액 수출 시장 확대 사업도 이미 시작됐다. 젖소개량사업소는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등 우간다 주변 동아프리카 국가의 대규모 농가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기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는 “우리 농협에서 생산한 한국산 씨수소는 국제젖소유전평가에서 생산 능력과 체형 평가 상위 1% 안에 드는 등 이미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며 “앞으로도 우수 유전자원을 낙농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보급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국산 젖소 정액 우간다 수출 쾌거

    국제젖소유전평가에서 생산 능력 및 체형 성적 상위 1%에 진입한 한국 종자젖소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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