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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고소한 자리돔물회 걸쭉한 보말국수 모슬포는 맛있다

제주 모슬포

  •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고소한 자리돔물회 걸쭉한 보말국수 모슬포는 맛있다

고소한 자리돔물회 걸쭉한 보말국수 모슬포는 맛있다

‘만선식당’ 고등어회.

아름답기로 유명한 모슬포 앞바다는 제주에서도 가장 거칠다. 이곳을 터전으로 삼은 생선은 거센 파도와 싸워 제주 다른 바다의 생선보다 맛이 좋다. 겨울이면 방어가 전국 미식가를 불러 모으고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손바닥만한 자리돔이 지천으로 난다.

도토리 키 재기 같지만 자리돔 중 제일 큰 놈은 구이로, 중간 놈은 자리회로, 더 작은 것은 젓갈로 먹는다. 자리돔은 여름 제주의 상징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사람들은 이 자리돔을 썰어 된장을 풀고 채소와 얼음을 넣은 뒤 개제피(산초)가루를 뿌려 자리돔물회를 만든다. 구수한 된장과 고소한 자리돔이 어우러진 자리돔물회 한 그릇이면 더위가 한 발짝 물러난다.

다른 지역 물회가 선원 음식에서 출발했다면, 제주 자리돔물회는 제주 주민의 여름 음식이다. 여름 모슬포 부두의 식당들은 거의 자리돔물회를 취급하고 대부분 잘한다. 제철 요리와 생선찜으로 유명한 ‘부두식당’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북적인다. ‘부두식당’에서 수협 공판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만선식당’이 나오는데 한때 서울에서 유행했던 제주도산 활고등어회의 고향이다.

살아 있는 고등어라도 물이 다르다. 이곳에서는 겨울 모슬포 주변에서 잡은 고등어를 바다 가두리 양식장에 가둬놓고 하루나 이틀 전 수족관으로 옮긴 것만 사용한다. 수족관에 이틀 이상 머문 고등어는 몸에서 기름이 올라오고 졸깃한 맛이 적게 난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고등어 상태가 정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슬포에는 전국구 맛집이 두 군데 있다. 제주 고둥인 보말을 넣어 만든 보말칼국수로 유명한 ‘옥돔식당’과 제주 밀면으로 유명한 ‘산방식당’이다. ‘옥돔식당’의 보말칼국수는 다시마가 들어간 깊고 진한 국물에 손으로 반죽한 칼국수 위로 유부와 김가루, 고추와 콩나물이 고명으로 올라간다. 부들부들한 면발과 아삭한 콩나물이 깊은 국물과 잘 어울린다. 깊은 국물 맛의 근원은 바로 보말이다.



우리가 보통 고둥이라 부르는 보말은 제주도 말이지만 육지에서 먹는 ‘먹보말’이 아닌 ‘수두리보말’이다. 수두리보말은 여름이 제철이다. 여름 보말은 속이 알차고 진한 맛이 난다. 보말은 그다지 맛있진 않지만 보말에서 나오는 육수는 깊고 진한 맛을 선사한다.

모슬포항의 행정 중심지인 대정읍에 자리 잡은 ‘산방식당’의 밀면과 돼지수육은 왜 제주가 돼지의 고향인지 깨닫게 해준다. 제주 돼지의 품종은 육지와 같은 랜드레이스, 요크셔, 듀록의 삼원교배종이다. 삼원교배를 통해 깊은 맛은 듀록, 졸깃함은 랜드레이스, 크기는 요크셔 종의 특성을 극대화한다.

제주의 물로 키운 제주 돼지는 육지와는 다르게 살이 단단하고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산방식당’의 단단하고 단맛 나는 돼지수육은 제주에서 먹어야 제격이다. 달큼하면서도 신맛과 매운맛이 적절히 어우러진 시원한 국물에 꾸미로 들어간 돼지수육과 면이 만들어내는 제주식 밀면의 맛은 제주토박이는 물론,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사람들은 복작이는 식당에서 약속이나 한 듯 돼지수육과 밀면을 동시에 주문한다. 여름철 서울 유명 냉면집 모습을 모슬포에서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고소한 자리돔물회 걸쭉한 보말국수 모슬포는 맛있다

‘산방식당’ 밀면(왼쪽)과 ‘옥돔식당’ 보말칼국수.





주간동아 2014.07.21 947호 (p59~59)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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