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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자연주의 캠핑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영암선 봉화 분천~태백 철암 하루 3회씩 왕복…빼어난 백두대간 풍광 자랑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V트레인(백두대간 협곡열차)은 봉화 분천역과 태백 철암역 사이 낙동강 상류를 옆에 끼고 달린다.

봉화군은 경상도의 ‘삼수갑산(三水甲山)’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이 즐비하다. 백두대간의 준봉인 선달산(1236m), 구룡산(1344m) 등과 낙동정맥을 이루는 면산(1245m), 묘봉(1167m) 등이 봉화군에 속한다.

봉화땅 동쪽에는 강원 태백시 싸리재의 너덜샘에서 발원한 낙동강 물길이 굽이굽이 흐른다. 낙동정맥의 육중한 산자락을 헤집고 흐르는 강물은 곳곳마다 V자형의 협곡을 만들어놓았다. 이 협곡 물길을 따라 영동선 열차가 달린다. 총길이 193.6km의 영동선 철로에서 가장 긴 구간은 영주와 철암 사이 영암선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 건설한 철도였던 영암선은 1955년 12월 개통했다. 승부역에서 열린 개통식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당시 대통령의 친필을 새겨 넣은 영암선개통기념비(등록문화재 제540호)가 지금도 승부역 옆 언덕에 서 있다.

절경 실어 나르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영암선 철도는 1963년 철암선, 황지본선, 동해북부선과 함께 영동선으로 통합됐다. 태백 일대 무연탄과 영동지방의 지하자원을 수송하는 영동선 철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철도. 그러나 89년 석탄산업합리화정책 실시 이후 무연탄 수송량이 크게 줄었다. 폐광이 속출하고 탄광지역 인구가 급감하자 옛 영암선의 간이역들도 한동안 절간처럼 고즈넉했다.



영암선의 몇몇 간이역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장마당처럼 붐비기 시작한 건 지난해 봄부터다. ‘V트레인’으로도 부르는 ‘백두대간 협곡열차’ 운행으로 나타난 변화다. 이 열차는 길이 86.4km의 영암선 철로 가운데 봉화 분천역과 태백 철암역 사이 27.4km를 하루 3회씩 왕복 운행한다. 좁은 골짜기(valley)를 이루는 이 구간의 지형은 험준하면서도 풍광이 빼어나다.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아기백호열차’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V트레인이 감자꽃 만발한 양원역에 정차했다. 양원역의 작고 소박한 대합실 건물. 주민들이 직접 만든,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다. V트레인 차창 밖으로 낙동강 상류의 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왼쪽부터).

평균 시속 30km의 느린 속도로 그림 같은 풍경 속을 달리는 V트레인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다. 승객들은 어느 지점에 도착하려고 이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차창 밖에 펼쳐지는 낙동강 상류 비경을 감상하려고 이 두메산골까지 찾아와 V트레인에 몸을 싣는다. 열차를 타고 가는 내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차창 밖 풍경에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한다. 비경( 境)과 선경(仙境)의 연속이다. 급행열차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풍광들이 굼벵이처럼 느릿한 V트레인에서 사람들의 눈과 가슴에 고스란히 와 닿는다.

V트레인 출발지는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이다. 한때 춘양목 집산지였던 분천역을 출발한 열차는 비동승강장, 양원역, 승부역을 차례로 거쳐 1시간 만에 철암역에 닿는다. 그중 비동승강장은 걷기 여행자를 위해 잠시 멈춰서는 임시정거장이다. 이곳과 양원역 사이 2.2km 구간에는 낙동강 물길과 철길을 따라가는 ‘가호(佳湖) 가는 길’(체르마트길)이 펼쳐져 있다.

소천면 분천리 원덕마을에 위치한 양원역은 주민들의 오랜 여망으로 생겨난 간이역이다. 영암선 철도가 개통한 뒤로도 오랫동안 이곳에는 기차역이 들어서지 않았다. 주민들은 위험한 철길을 걸어 승부역까지 오가며 기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10여 명의 주민이 기차에 치어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역을 세워달라던 원곡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대신 열차를 세워주겠다는 결정이 1988년에야 내려졌다. 열차가 정차하는 것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던 주민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대합실과 승강장을 만들었다. 원곡마을 주민들의 땀과 눈물로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 역사가 탄생한 것이다.

기차 내려 걸어도 좋아!

V트레인 운행구간 가운데 자연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은 양원역~승부역 구간이다. 골짜기는 비좁고 산비탈은 가팔라서 강물 흐름이 제법 기운차다. 무인지경의 첩첩산중에 철길과 물길, 그리고 5.6km의 ‘낙동강 비경길’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달린다.

험산준령 사이 옹색한 협곡에 자리한 승부역은 원래 열차 교행을 위한 간이역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1998년부터 매년 겨울철마다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열차’의 주요 경유지가 된 뒤로는 기차여행 명소가 됐다. 이 역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철길 옆 바위에 새겨진 글귀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승부역의 지형적 특징을 명료하게 표현한 이 글은 1963년부터 18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한 역무원이 썼다고 한다. 분천역이나 철암역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V트레인을 이용하면 차를 되찾기 위해 분천~철암 구간을 왕복해야 된다. 그럴 경우 편도 한 번은 낙동정맥트레일의 제2구간을 걸어보는 것이 좋다.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낙동정맥트레일 제2구간은 아름드리 춘양목과 우람한 참나무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숲길을 가로지른다.

한반도 13정맥 중 하나인 낙동정맥은 맨 북쪽의 태백 구봉산과 남쪽 바닷가인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를 잇는 산줄기다. 낙동정맥 일대의 아름답고 풍부한 산림자원과 역사·문화자원을 연결하는 숲길이 바로 낙동정맥트레일(숲길 안내센터/ 054-672-4956)이다. 이 길은 경북 최북단에 위치한 봉화군에서 맨 남쪽 청도군에 이르기까지 총 10개 시군의 특색 있는 자연과 테마를 잇는다. 총길이 594km의 낙동정맥트레일 가운데 봉화군을 가로지르는 3개 구간 길이는 70km에 이른다.

낙동정맥트레일의 제2구간(9.9km)은 2013년 개설됐다. 승부역을 출발해 배바위고개를 넘고 비동마을을 지나 분천마을까지 이어진다. 옛날 화전민이 오르내리던 산중 오솔길과 주민들이 춘양장, 내성장으로 소 팔러 다니던 ‘소장시길’을 다듬어 만들었다. 승부역에서 배바위고개까지 2.7km 오르막길은 넓고 완만하며, 배바위고개에서 비동마을까지 2.5km 내리막 구간은 좁고 푹신한 옛길이다.

숲은 대체로 원시림처럼 울창하다. 한동안 물소리를 벗삼아 걷는 데다 초롱꽃, 꿀풀, 은꿩의다리, 다래 등 야생화가 지천이라 의외로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다. 도중에는 옛 화전민의 집터,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군락, 당산나무처럼 거대한 엄나무 고목,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낙엽송, 부챗살처럼 활짝 가지를 펼친 만지송(반송) 등이 눈길을 끈다.

물길이 만든 천혜의 캠핑 사이트

비동마을을 지나온 길은 시종 낙동강 물길과 나란히 이어진다. 비동마을에서 구간 종점인 분천마을 숲길 안내센터까지 4.7km 길은 넓고 평탄한 포장도로다. 아무래도 조붓한 산길보다는 걷기 불편하다. 햇살은 따갑고 가끔씩 발목도 시큰거리지만, V트레인 차창 밖의 그림 같은 풍경 속을 걷는다는 사실이 길의 불편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초여름의 기나긴 해가 서산에 걸렸을 즈음 분천마을 숲길 안내센터에 도착했다. 미리 점찍어둔 캠핑 사이트로 서둘러 이동했다. V트레인이 다니는 분천역과 철암역 사이 낙동강 상류에는 정식 캠핑장이 없다. 그 대신 낙동강 물길이 억겁의 세월 동안 일궈놓은 천혜의 캠핑 사이트가 즐비하다. 모래와 자갈이 뒤섞인 강변 둔치는 딱히 손보지 않고 텐트를 쳐도 될 만큼 완벽한 자연 캠핑장이다. 바닥의 물 빠짐이 좋고 화재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매력은 자연과 하나되는 느낌이 극대화된다는 점이다. 인공 불빛이나 소음이 전혀 없는 강가에서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하룻밤은 평생토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여행정보

● 봉화 낙동강 상류에서의 캠핑

낙동강 상류 물은 비교적 깨끗하지만, 식수로는 부적합하다. 무엇보다 마실 물은 꼭 챙겨가야 한다.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큰일’은 분천마을 숲길 안내센터에서 미리 해결하는 것이 좋다. 정식 캠핑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의 캠핑은 무엇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Leave no trace!’(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이 말을 완벽하게 실천하는 사람만이 자연 속에서 캠핑을 즐길 자격이 있다.

정식 캠핑장을 이용하려면 분천마을에서 약 23km 떨어진 청옥산자연휴양림(054-672-1051)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전국 39개 국립휴양림 가운데 캠핑하기에 가장 좋다. 각종 활엽수와 침엽수 고목이 빼곡해 원시림을 방불케 하고, 숲 한복판으로 맑고 시원한 계류가 흐른다. 계곡 물가와 숲 속 곳곳에 설치된 캠핑 데크는 널찍하고, 전기 사용도 가능하다.

● 숙식

‘V트레인’을 타라, 낙동강 상류 비경 보려면

봉화읍내 솔봉이의 송이돌솥밥.

분천역 바로 앞에 슈퍼마켓을 겸한 향수민박(054-673-3571)이 있고, 분천마을 숲길 안내센터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의 봉화음악농원(054-674-3491)에도 황토방 등의 숙박시설이 갖춰져 있다. 분천역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낙동강변에 자리 잡은 하얀달빛아래펜션(054-672-0445)은 이국적인 지중해풍 건물이 인상적이다. 낙동정맥트레일 제2구간이 지나는 비동마을에도 비동골귀틀집민박(010-4845-3611)이 있다.

분천역 앞에 위치한 토종대추(010-9352-4899), 봉덕집(054-672-7841) 등의 향토음식점에서는 산채비빔밥, 곤드레밥, 도토리묵, 메밀전, 수수부꾸미 등을 맛볼 수 있다. 봉화군의 대표적인 별미 중 하나는 송이돌솥밥이다. 봉성면 동양초교 앞 용두식당(054-673-3144), 봉화읍내의 솔봉이(054-673-1090), 인하원(054-673-9881) 등이 소문난 송이돌솥밥 전문점이다. 그 밖에도 봉화읍의 봉화본가(봉화 한약우구이/ 054-673-3600), 봉성면 소재지의 오시오숯불식육식당(돼지숯불구이/ 054-673-9012) 등도 봉화군의 대표 맛집이다.

● 가는 길

△열차 | 대중교통을 이용해 V트레인과 낙동정맥트레일을 모두 섭렵하려면 O트레인(중부내륙순환열차)과 V트레인을 연계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역(07:45) → 청량리역(08:07) → 제천역(09:44) → 철암역(12:14 또는 12:35 출발 V트레인 환승) → 승부역(12:35, V트레인은 13:01 도착). 승용차를 이용할 때는 분천역에 주차하고 V트레인과 O트레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분천역(10:20) → 철암역(11:22 또는 12:14 출발 O트레인 탑승) → 승부역(12:35).

△승용차 | 중앙고속도로 풍기IC(또는 영주IC) → 영주(36번 국도, 봉화·울진 방면) → 노루재 터널 → 현동삼거리(직진, 울진 방면) → 분천삼거리(좌회전) → 분천역.



주간동아 2014.06.30 944호 (p62~64)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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