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1

2014.06.09

세찬 바람이 전하는 말…여기가 ‘울릉천국’이라네

울릉도 북면 해안 변화무쌍한 풍광 자랑…대풍감 전망대 올라서면 그림 같은 모습 한눈에

  • 양영훈 여행작가 travelmaker@naver.com

    입력2014-06-09 1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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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찬 바람이 전하는 말…여기가 ‘울릉천국’이라네

    통기타 가수 이장희가 북면 현포리 평리마을에 조성한 울릉천국(왼쪽). 집채만한 파도가 삼선암 부근 일주도로와 테트라포드를 연신 때린다.

    이맘때 울릉도는 여름 휴가철 못지않게 부산스럽다. 여객선이 드나드는 도동항이나 저동항은 말할 것도 없고, 섬 한복판에 우뚝한 성인봉에도 육지에서 몰려온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한가롭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하다. 세월호 사고 여파가 동쪽 먼바다 울릉도까지 쓰나미처럼 밀려든 것이다. 3박 4일 동안 울릉도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당장 생계가 막막할 지경”이라며 하소연했다. 사실 상생(相生)이나 공정여행이라는 것이 별거 아니다. 이런 때 울릉도 같은 섬 지역을 여행하는 것도 상생이자 공정여행이다.

    화산섬 울릉도는 언제나 젊고 역동적이다. 보디빌더의 잘 가꾼 몸매를 연상케 한다. 특히 북면 일대 해안은 울릉도에서 가장 웅장하고 변화무쌍한 풍광을 자랑한다. 돌기둥 수천 개를 묶어놓은 듯한 코끼리바위, 송곳처럼 날카롭게 치솟은 송곳산(추산), 검푸른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삼선암,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의 선녀탕, 해식동굴 두 개가 뚫려 있는 관음도 등 울릉도 해안절경 상당수가 이곳에 몰려 있다. 우리 일행도 3박 4일 울릉도 일정 가운데 2박 3일을 북면 일대 산과 바닷가에서 보냈다.

    코끼리바위… 송곳산… 삼선암…

    북면 땅을 밟기 전 서면 태하리 태하등대 전망대부터 들렀다. 울릉도 제일의 해안절경으로 꼽히는 대풍감에 설치된 전망대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야 항해가 가능했던 옛 돛단배들은 이 근처 바다에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래서 ‘대풍감(待風坎)’이라는 지명이 생겼다. 옛날 울릉도의 치소(治所)가 자리했던 태하리에서 대풍감 위 전망대까지 가는 길은 의외로 수월하다. 2008년 개통한 20인승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어린이나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이곳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전망대에서는 풍광 빼어난 북면 해안의 절반가량이 시야에 들어온다. 눈앞에 펼쳐진 경치는 더없이 장엄하고 통쾌하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에는 청아한 비취빛, 에메랄드빛, 쪽빛 바다가 일렁인다. 그 바다에 하얀 광목을 담그면 금세 파란 물이 배어날 듯하다.

    태하리에서 구절양장 같은 현포령을 넘어서면 북면 현포리다. 고갯마루를 넘어 조금만 내려가면 현포항 일대의 그림 같은 풍광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아담한 현포항과 우뚝한 송곳산, 돌기둥 같은 노인봉, 코끼리 모양의 공암이 한데 어우러져 숨 막힐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특히 폭풍우 치는 날의 풍광이 압권이다.



    현포항에서 관음도 매표소 앞까지 약 10km 일주도로는 줄곧 검푸른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내달린다. 파도가 거센 날엔 바닷물이 들이칠 정도로 바다와 가깝다. 현포리와 송곳산 사이 일주도로에 맞닿은 해안절벽은 몹시 가파르다. 한 번 올려다볼라치면 목덜미가 뻣뻣해질 지경이다. 절벽 위쪽 산등성이도 몹시 비탈지다. 사람 사는 마을은 고사하고, 손바닥만한 평지도 있을 성싶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평리, 광암, 살강터, 지통골 등 여러 마을이 들어앉아 있다. 그중 평리마을에는 울릉도에 정착한 통기타 가수 이장희의 ‘울릉천국’이 있다.

    현포리와 천부리 사이 북면 해안에서는 어디서나 송곳산이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를 대표하는 절경 중 하나이자 북면 해안의 상징물로 손꼽히는 암봉이다. 이름 그대로 바닷가에 송곳처럼 뾰족하게 솟은 이 암봉의 정상 높이는 430m이다. 하지만 해안선과 직선거리가 100m도 안 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훨씬 더 높고 웅장해 보인다.

    북면 소재지인 천부리를 지나면서부터 일주도로는 눈에 띄게 한산해진다. 오가는 차도 별로 없고, 도로변에 자리 잡은 마을도 죽암과 선창 두 곳뿐이다. 느긋하게 걸으며 섬 여행 특유의 호젓하고 쓸쓸한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게다가 천부리에서 섬목 사이 일주도로는 울릉도 해안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경사가 거의 90도에 달하는 바위절벽 아래로 길이 이어지고, 길옆에는 에메랄드빛 잔잔한 바다가 드리워져 있다.

    세찬 바람이 전하는 말…여기가 ‘울릉천국’이라네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상쾌한 전망을 자랑하는 서면 대풍감의 태하등대 전망대.

    바다를 끼고 달리는 일주도로

    일주도로는 관선터널을 지나 섬목선착장까지 이어지지만, 지금은 관선터널 입구의 관음도 매표소 앞까지만 갈 수 있다. 미개통 구간인 섬목과 저동 사이에서 일주도로 개설공사가 한창이기 때문이다. 관음도는 울릉도에 딸린 섬 가운데 죽도, 독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전체 넓이 7만1405㎡(약 2만1600평), 최고 높이 106m, 둘레는 약 800m에 이른다. 옛날에 깍새(슴새)가 아주 많아 지금도 주민들은 ‘깍새섬’이라 부른다. 섬 위쪽에는 제법 너른 평지가 있고 식수도 구할 수 있지만 지금은 무인도다. 그래도 들어가볼 수는 있다. 2012년 본섬과 관음도 사이에 길이 140m, 높이 37m 사장교가 개통한 덕분이다. 섬 안에는 길이 1km쯤 되는 탐방로도 개설돼 있어 요즘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석포전망대서 화려한 일몰 감상

    세찬 바람이 전하는 말…여기가 ‘울릉천국’이라네

    독도가 아스라이 보이는 북면 천부4리 석포마을에 들어선 안용복기념관(위). 석포전망대에서의 낭만적인 하룻밤. 송곳산 뒤편 태하등대의 불빛이 후광처럼 빛난다.

    관음도의 한 전망대에서 눈길을 남서쪽으로 돌리면 아득한 벼랑 위에 자리 잡은 최신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2013년 10월 개관한 안용복기념관이다. 경북도와 울릉군이 안용복 장군의 독도 수호 정신을 기리려고 세웠다는 이 기념관의 2층 전시실에는 안용복과 관련한 각종 역사자료와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이 기념관이 들어선 북면 천부4리 석포마을에서는 시야가 깨끗한 날이면 독도가 또렷이 보인다. 때마침 우리가 찾아간 날에도 죽도 너머 아득한 수평선 위로 독도의 서도와 탕건봉이 아스라이 보였다.

    석포마을 북쪽 보루산(두루봉·281m)은 한때 일본군 군사기지가 자리했던 곳이라고 한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은 시야가 사방으로 훤히 뚫린 이곳에서 러시아 발트함대의 동태를 감시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태하등대 전망대 못지않게 시야가 활달한 석포전망대가 설치됐다. 찻길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워낙 외진 곳이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다. 그 대신 하룻밤 묵으며 북면 해안절경과 화려한 일몰을 감상하고 고즈넉한 밤 분위기를 즐기려는 야영객이 이따금씩 찾아온다.

    우리 일행도 석포전망대에서 울릉도의 첫날밤을 보내기로 했다. 낭만적인 하룻밤을 위해 감내해야 할 불편은 적지 않았다. 더욱이 밤새도록 모질게 불어대는 바람 때문에 깊이 잠들 수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 모두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캠핑사이트였다고 이구동성 입을 모았다.

    여행정보

    ● 울릉도의 캠핑장 이용안내

    울릉도에는 정식 캠핑장이 한 곳뿐이다. 서면 남서리 구암마을의 옛 남양초교 구암분교를 리모델링한 국민여가캠핑장(054-791-6781)이 그곳이다. 생활관 1동(4실), 방갈로 2동(2실), 캐러밴 2대, 캠핑 데크 7개 등을 갖췄다. 전반적으로 시설이 깔끔하고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일주도로와 붙어 있어 차량 소음과 먼지를 피하기 어렵다. 공공기관 시설물치고는 사용료도 다소 비싼 편이다.

    석포전망대는 울릉도를 찾는 백패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캠핑사이트로 손꼽힌다. 제법 가파른 길을 10~15분 올라가야 한다. 전망 데크, 정자, 야외 테이블만 있고 급수대,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이 없다. 식수를 충분히 챙겨가고, 초입에 있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된다.

    울릉읍 사동리 해수풀장도 캠핑장으로 활용된다. 화장실과 급수시설이 갖춰져 있고, 데크가 넓어 비교적 편하게 캠핑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과 붙어 있어 생활 소음을 피하기 어렵고, 주변에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밤새도록 휘황하다는 점이 아쉽다.

    ● 숙식

    북면 일주도로 주변에도 깔끔한 숙박업소가 여럿 있다. 송곳산 아래 바다 전망이 좋은 절벽 위 추산일가(054-791-7788)와 휴행복한펜션(054-791-9700)이 있고, 천부리 본천부마을 언덕에는 나리관광펜션(054-791-0980)이 자리 잡았다. 송곳산 아래 해안도로변에도 울릉아일랜드펜션(010-5473-7025)이 있고, 천부 버스정류장 근처에는 바다풍경펜션(010-9389-9682)이 근래 들어섰다.

    북면 바닷가에서 식당을 이용하려면 면소재지인 천부리나 국가어항을 끼고 있는 현포리로 가야 된다. 천부리의 신애분식(054-791-0095)은 북면뿐 아니라 울릉도를 대표하는 맛집 중 하나다. 순대, 만두, 떡볶이 같은 분식은 없고 백반, 떡국, 비빔밥, 냉국수, 따개비칼국수 등을 내놓는다. 특히 따개비칼국수가 맛있기로 울릉도에서 첫손에 꼽힌다. 천부 버스정류장 앞의 가보자식당(054-791-4150)은 물회, 회덮밥, 매운탕, 생선회, 백반(정식), 복어탕, 오징어두루치기 등을 내놓는다. 남도 출신인 주인 아주머니 손맛이 남달라 어떤 메뉴를 시켜도 만족스럽다.

    ● 가는 길

    △여객선 | 강릉, 동해(묵호), 포항 등에서 울릉도행 여객선이 1일 1~2회 왕복 운항한다. 날씨, 요일 등에 따라 출항 시간과 출항 여부가 수시로 달라지므로 미리 매표소나 선사에 출항 시간을 확인해야 된다.

    △렌터카 | 한진렌트카(054-791-5337), 오케이렌트카(054-791-8668), 극동통운렌트카(054-791-1747) 등이 경쟁하면서 렌터카 이용료가 예전보다 많이 저렴해졌다.

    △일주버스 | 무릉교통(054-791-7910) 버스가 도동 ↔ 천부 구간 일주도로를 왕복 18회 운행하고, 천부 ↔ 나리분지 구간은 왕복 9회, 천부 ↔ 선창·석포 구간은 왕복 4회 운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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