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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폐쇄 국가 호기심 빼고 무슨 매력으로 외국인 부르나

북한, 외화벌이 관광객 유치 한창 … 미국은 ‘북한 여행경보’ 발령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폐쇄 국가 호기심 빼고 무슨 매력으로 외국인 부르나

폐쇄 국가 호기심 빼고 무슨 매력으로 외국인 부르나

2010년 4월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 모인 중국인 첫 북한 단체관광객.

봄이 되자 은둔과 폐쇄의 사회 북한이 외부 세계에 손짓을 시작했다. 북한은 4월 중순 평양 시내에서 열린 ‘만경대상 국제마라톤경기대회’에 외국인 관광객의 참가를 허용했다. 1981년 시작한 이 대회에 아마추어 외국인이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월 30일에는 중국 지린성 투먼을 출발해 북한 칠보산으로 떠나는 열차관광이 재개됐다. 투먼-칠보산 관광열차는 2011년 시작했지만 지난해 중단된 터였다.

관광 인재 육성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3월과 4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북한이 관광 인재를 전문적으로 키우기 위해 평양에 관광대학을 설립하고, 각 도의 사범대학에는 관광학부를 신설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매체인 중국신문사는 투먼과 칠보산 간 열차관광 소식을 전하면서 ‘북한이 중국인 관광을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입국 수속을 간소화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칠보산에 외국인을 상대로 한 민박촌이 생겼다’며 자세하게 소개했다.

5월 1일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 북·중 접경 지역에선 처음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북한 관광이 이뤄졌다. 투먼시에서 중국인 30여 명이 자전거를 타고 두만강 건너편에 있는 북한 남양으로 들어가 3시간 정도 관광하고 돌아왔다. 6월에는 랴오닝성 단둥에서 북한까지 가는 중국인 자가용 관광이 시작될 예정이다.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이는 북·중 간 두 번째 자가용 관광코스가 된다. 북·중 간 첫 번째 자가용 관광코스는 2011년 6월 개통한 지린성 훈춘시와 북한 나선시를 잇는 구간이다.

금강산관광 중단돼도 중국인은 가능

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최근 영국 한 업체가 러시아 소프트웨어 업체와 공동으로 ‘북한 여행 앱’(North Korea Travel App)을 선보였다고 보도했다. 이 앱에는 ‘예약하기’ 기능도 있어 북한에서 스마트폰으로 여행 일정을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접근을 허용하지 않던 지역을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행한다는 소식에 외신들은 관심을 표했다. 최근 북한의 관광객 유치 열기를 보며 필자는 4년 전 비슷한 시기 베이징에서 취재했던 북·중 간 관광 열기를 떠올렸다.



2008년 7월 우리나라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하면서 금강산관광은 전면 중단됐다. 천안함 폭침 사건 발생 10여 일 뒤인 2010년 4월 8일 북한은 “금강산관광지구 안의 남측 부동산을 동결하고 관리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어 며칠 뒤인 4월 13일 예고대로 금강산관광지구 안의 우리 측 자산을 동결했다. 이날 중국에선 중국인의 북한 단체관광이 처음으로 시작됐다. 4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첫 중국인 단체관광객 395명이 북한 여행길에 올랐다.

폐쇄 국가 호기심 빼고 무슨 매력으로 외국인 부르나

북한 관광 포스터를 보면서 설명하는 중국 여행사(위). 중국 국가여유국 간판(오른쪽)과 외경.

관광객 395명은 공무원과 주요 여행사 간부로 구성됐다. 일종의 북한 단체관광 선발대 격으로, 베이징과 상하이 등 전국 10개 성과 시에서 18개 팀이 비행기와 기차로 나눠 출발했다. 비행기는 베이징과 선양에서, 기차는 단둥에서 출발했고 모두 평양에 집결한 뒤 관광을 시작했다. 여행을 떠나기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들은 “북한은 신비한 곳이기 때문에 반드시 가보고 싶었다” “부친이 6·25전쟁에 참전했기에 이번에 꼭 가서 보고 싶었다” 등 기대에 들뜬 심정을 드러냈다. 당시 이들은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과 개성, 판문점, 묘향산 등을 둘러봤는데, 비용은 5280위안(약 86만 원)이었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매체들은 북한 단체관광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특히 중국중앙(CC)TV는 관광객이 공항에 모여 출발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구체적인 여행 세부 일정 등을 소개하는 보도를 하루 종일 반복해서 내보냈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라디오를 휴대해선 안 되고 망원경이나 전문 카메라도 제한된다는 등 북한 여행 시 주의사항도 상세히 전했다.

관영매체들의 이러한 보도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당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북한과 중국 관계가 갈수록 가까워지는 시기였다. 금강산관광에 따른 수입이 크게 줄자 북한은 중국에 손짓을 했고 중국도 이를 반겼다. 중국 정부와 매체들은 북한 관광을 널리 홍보하면 관광객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했다. 비밀로 가득한 북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호기심이 곧 상품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중국 매체의 적극적인 보도로 북한 관광을 문의하는 이가 많았다. 그중에는 특히 6·25전쟁 참전 노인이 많았다고 당시 중국 여행사 직원은 전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언론 기대와 달리 정작 북한 관광을 다녀온 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중국 여행사들도 북한 관광이 돈벌이가 안 될 것임을 직감했다. 비용은 비싼데 볼거리는 빈약했기 때문이다. 여행사 직원들은 “중국인 단체관광이 시작됐지만 그다지 인기가 없다. 손님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비슷한 조건을 놓고 비교할 때 북한 관광비용은 일본 관광에 맞먹고 한국 관광에 비해 많게는 2배나 비쌌다.

게다가 북한 현지에서 통제도 심해 볼거리가 상당히 제한됐다. 한 중국 여행사 간부는 “한국이나 일본은 항공 티켓이 없어서 못 나갈 지경인데 북한은 아예 찾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촬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말도 조심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아 마음 편히 관광할 수 없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북한 관광의 열악한 수준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 생각보다 괜찮았다는 평가도 있긴 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했다.

문체부 비밀리에 서신 처리

남북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당시 중국은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하면서 금강산은 제외시켰다. 하지만 한 달쯤 뒤부터 북한 단체관광 일정에 금강산관광이 포함됐다. 중국 대형 여행사인 ‘중국여행사’가 5월 18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북한 관광상품을 내놨는데, 여기에 금강산 일정이 포함된 것. 금강산을 1시간 정도 짧게 돌아보는 일정이 포함된 관광상품으로, 비용은 4780위안(약 80만 원)이었다. 북한 관광 관련 취재에 거리낌 없이 응해주던 중국 여행사들은 금강산관광 일정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금강산관광에 대해서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금강산을 마음대로 다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강산 호텔 투숙도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중국이 금강산관광이 포함된 북한 단체관광을 시작하기로 한 5월 18일 중국인들의 금강산관광 일정을 취재하던 필자는 우연히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일주일 전인 11일 오전 주중 한국대사관의 문화원장과 한국관광공사 베이징지사 대표가 중국 관광 당국인 국가여유국의 장시롱 부사장을 만나 ‘금강산관광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담긴 서신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서신은 당시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문체부) 장관 명의로 작성됐다. 현대아산이 북한과 체결한 ‘금강산관광지구 토지 50년 독점 이용권’과 당시(2010년 4월) 북한의 금강산 부동산 동결 조치 등을 설명하면서 금강산관광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아산이 50년간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금강산관광지구’는 내금강과 외금강, 해금강 일대 토지가 포함됐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2010년 5월 외금강 지역 관광을 허용하는 건 국제법 위반 등 분쟁 여지가 있는 만큼 당국 차원에서 ‘금강산관광을 자제시켜달라’고 요청했던 것.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일단 공감과 이해를 표시했다.

그런데 필자가 이러한 취재를 한 이후 문체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보였다. 서울의 문체부 출입기자가 필자의 취재 내용과 관련해 문의하자 “전혀 그런 일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했다. 정부의 공식 부인에 필자가 쓴 기사는 출고될 수 없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문체부는 갑자기 출입기자단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중국 측에 금강산관광 자제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낸 사실을 고지했다.

문체부 측은 당시 중국 정부에 보내는 서신을 비밀리에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필자 취재로 사실이 드러나자 일단 거짓말로 부인했고, 이후 내부 회의를 통해 감추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특정 언론사에서 기사를 크게 취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전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버린 것이다.

문체부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소식을 서울로부터 전해들은 필자는 곧바로 생방송에 참여했다. 문체부의 이러한 행태는 서울뿐 아니라 베이징에서도 이어졌다. 필자 기사가 방송된 직후 타 언론사 기자들이 베이징의 문체부 산하 모 기관장에게 관련 사실을 문의하자 역시 “그런 일 없다”며 거짓말을 했던 것. 이 기관장은 서신 전달 당사자란 점에서 당시 특파원 사이에서 상당한 분노를 일으켰다.

한국 장관 피한 중국 관광 담당 장관

폐쇄 국가 호기심 빼고 무슨 매력으로 외국인 부르나

5월 1일 중국 투먼시에서 출발한 중국인 30명이 자전거로 북한 남양을 관광했다.

우리 정부의 서신이 전달된 후 5월 18일 시행하기로 했던 ‘금강산관광이 포함된 북한 단체관광’이 돌연 취소됐다. 하지만 5월 27일부터는 예정대로 금강산관광이 포함된 단체관광이 시작됐다. 27일 오후 중국 여행사 7곳에서 모집한 중국인 관광객 30명이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에서 북한 고려항공편으로 금강산 외금강이 포함된 북한 관광에 올랐다.

관광 일정은 5박 6일로, 관광 사흘째 3시간 정도 일정으로 금강산 외금강 관광이 포함됐다. 이날 때마침 당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베이징을 찾았다.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세계관광여행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회의에서 한중 양국 관광 담당 장관이 만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중국 국가여유국장(관광 담당 장관)은 회의와 폐막식 모두 불참했다. 회의 주최국의 주무 장관이 빠진 것이다.

한국 정부가 금강산관광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때마침 중국인의 금강산 단체관광이 시작되는 날 세계관광여행대회가 베이징에서 열리자 껄끄러운 상황에서 차마 얼굴을 마주할 수 없어 국가여유국장이 아예 자리를 피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가여유국은 결국 그해 7월부터 여행업체들에게 금강산관광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 그달 하순 북한에 주재하는 중국대사관 직원 20여 명을 초청해 금강산관광을 하게 했다.

올봄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5월 하순 미국 국무부는 ‘북한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미국 시민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 여행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이다. ‘북한 여행경보’ 발령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6개월 만이었다. 북한은 앞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를 억류해 장기간 수감한 데 이어 최근에도 미국인 관광객 밀러 매슈 토드 씨를 억류했는데 이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경보’ 발령에도 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은 예정대로 북한 관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북한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의 눈에는 위험한 만큼 그 자체가 호기심이자 유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북한 당국이 꿈꾸는 ‘관광산업 육성’은 결코 실현 불가능하다. 문제는 북한만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2014.06.09 941호 (p46~47)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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