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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초상

크라나흐가 그린 마르틴 루터

“나에게 타협이란 없다”… 면죄부 반박 종교개혁 이끌어

  • 전원경 문화정책학 박사·‘런던 미술관 산책’ 저자 winniejeon@hotmail.com

크라나흐가 그린 마르틴 루터

크라나흐가 그린 마르틴 루터

‘마르틴 루터의 초상’, 루카스 크라나흐, 1529년, 목판에 유채, 37×23cm,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1517년 교황 레오 10세는 면죄부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선대 교황인 율리우스 2세 시절부터 짓고 있는 로마 성베드로 성당의 건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레오 10세는 이탈리아 메디치가 자제였고 그 덕에 열네 살에 추기경, 서른일곱 살에 교황이 됐다. 그는 선대 교황의 뒤를 이어 성베드로 성당 공사에 대한 책무를 완결 짓고 싶었다.

하지만 메디치가의 어마어마한 재산으로도 성당 건축 자금을 메우고, 교황청 살림을 꾸려 나가기엔 무리였다. 면죄부는 어차피 십자군 시절부터 교황청 자금이 달릴 때마다 늘 팔아오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면죄부를 파는 신부와 수도사에게는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다. 수도사들은 유럽 각지를 돌며 “돈통에 돈이 떨어지는 순간, 영혼이 천국에 올라간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작센의 선제후 프리드리히는 자기 영토 내에서 면죄부 판매를 금지했다. 혼란스러워진 주민들은 비텐베르크대 신학교수인 마르틴 루터를 찾아가 “제후가 금지하는 면죄부를 사야 하는가” 물었다. 루터 교수는 고민 끝에 “면죄부는 효력이 없으므로 살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1517년 10월 17일 비텐베르크 성문에 교황에게 면죄부 판매의 타당성 등을 묻는 공개 질의 95개 조를 내걸었다. 이것이 유럽을 신교와 구교로 분열케 한 종교개혁의 시작이다.

루터 본인도 이 95개조의 질문서가 이처럼 큰 파문을 몰고 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는 신심 깊은 신학자였고, 학문에 조예가 깊은 교황 레오 10세를 존경했다. 그러나 신학에 입문하기 전 법학을 전공해 법학교수로도 활동했던 루터는 자신이 가진 신념과 면죄부 판매라는 교황청의 행위 사이에서 타협할 수 있는 길을 결코 찾지 못했다. 그는 점차 신념의 화신이 됐고, 교황청의 소환을 거부했으며, 마침내 “교황은 성경이 사탄으로 지목한 반그리스도”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점점 더 많은 사람, 청년과 상인, 농민과 제후가 루터를 찬양했다. 이제 교황을 중심으로 한 가톨릭과 ‘저항하는 사람’인 프로테스탄트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깊은 골이 패였다.

종교개혁은 유럽이 하나의 정신공동체에서 벗어나 민족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초석이 됐다. 루터의 친구이자 비텐베르크에서 대대로 그림을 그린 크라나흐 가문의 루카스 크라나흐가 그린 루터의 초상은 이 같은 엄청난 변혁을 몰고 온 주인공인 루터의 강직함과 결단력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초상 속에 보이는 남자의 성격은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억세며 타협이란 없어 보인다.



루터는 원래 미술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로마와 피렌체를 방문했지만 화려하기 그지없는 성당 장식과 스테인드글라스, 성화에 대해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이후 개신교 교회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성화, 성상 장식 등이 모두 금지됐다. 루터가 교회와 결탁한 화려한 미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루터도 친구 크라나흐가 자신의 초상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화가인 동시에 비텐베르크 시장을 지내기도 한 크라나흐는 늘 루터의 강력한 후원자였다. 루터의 큰아들 요하네스 한스가 태어났을 때 대부가 돼주기도 했다. 그는 몇 년 동안 루터의 초상을 여러 장 그렸으며, 이 초상화들은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등 유럽 각지 미술관에 소장돼 있다.



주간동아 940호 (p74~74)

전원경 문화정책학 박사·‘런던 미술관 산책’ 저자 winnieje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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