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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의 중국 속 북한

김정남 자카르타 서프라이즈

롯데쇼핑몰서 30대 안팎 여성과 식사…親일본 행보로 공개 활동 기지개 켜나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김정남 자카르타 서프라이즈

김정남 자카르타 서프라이즈

5월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한 식당에 등장한 김정남.

5월 중순 필자는 중국 베이징 특파원 시절 알게 된 북한 취재원 A씨로부터 흥미로운 정보를 들었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근황에 관한 소식이었다. 김정남의 지인인 A씨는 그가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그 증거로 사진 한 장을 제시했다. A씨가 전한 소식은 다음과 같다.

김정남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롯데쇼핑몰에 등장했다. 그는 일본인이 운영하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찾았고, 당시 비서로 추정되는 남녀 2명이 그를 수행했다. 레스토랑에 있던 일본인이 자신을 알아본 뒤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김정남은 흔쾌히 허락하며 “나는 일본 사람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A씨가 보여준 사진 속 인물은 김정남이 분명했다. 과거에 비해 나이 들어 보이긴 했지만, 얼굴엔 특유의 여유로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 시점과 장소는 검증이 필요해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다. 먼저 김정남이 방문했다는 레스토랑의 존재부터 확인했다. 자카르타 현지에 수소문한 결과 자카르타 시내 롯데쇼핑몰 안에 있는 이탤리언 레스토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유명 일본인 사업가가 운영하는 피자·스파게티 전문점이었다.

김정남과 함께 사진을 찍은 사람이 이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일본인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연락처를 확보해 전화통화까지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신분을 공개할 수 없는 여러 취재원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일본인 직원은 조심스럽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

“두 번째 부인일 가능성 커”



“5월 4일 점심 때 김정남이 여성 한 명과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다. 김정남은 보통 사람처럼 행동했기 때문에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이들은 그가 김정남인지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는 일본 언론에서 그를 자주 봤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봤다. 함께 온 여성은 30대 안팎으로 보였다. 두 사람은 1시간 정도 식사하고 레스토랑을 떠났다.”

당초 제보받은 내용에 더해 김정남이 젊은 여성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과연 이 30대 안팎의 여성은 누구일까. A씨는 “마카오에서 함께 살다 싱가포르로 들어와 함께 지낸 김정남의 두 번째 부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모습이 확인된 것은 지난해 12월 장성택이 처형된 이후 처음이다. 앞서 1월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없었다. 장성택 처형 이후 국내외 언론은 김정남의 중국 군사기지 은신설과 미국 망명설 등 온갖 추측을 쏟아냈다. 그가 자카르타 레스토랑에서 여성과 여유롭게 식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사실은 그의 신변에 별다른 이상이 없으며 여전히 건재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A씨는 김정남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프랑스 등지를 돌며 장성택 처형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일본어를 구사하며 친(親)일본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정남이 일본인 커뮤니티에서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실이라면 한동안 조용하던 그가 이런 활동을 펼치는 배경이 무엇인지 주목된다. 단순히 일본인을 좋아한다는 개인적 취향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2010년 9월 김정은 제1비서가 후계자로 확정된 직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3대 세습에 반대한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2년 초 일본의 한 언론인이 김정남과 수년간 주고받은 e메일을 책으로 펴낸 뒤에는 아예 언론 노출을 꺼렸다. 이 책에는 북한 체제에 대한 김정남의 비판적 시각과 표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해 장성택 처형 이후 세인의 관심이 다시 한 번 그에게로 쏠렸다. 김 전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와 그의 남편 장성택이 김정남을 각별히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장성택 처형 이후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그의 신변을 두고 갖가지 설이 양산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여러 국가 정보기관서 추적 중

김정남 자카르타 서프라이즈

김정남이 방문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롯데쇼핑몰 내 이탤리언 레스토랑.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과거 방식대로 ‘우연히’ 노출됐고, 이는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일본인과 사진을 찍으면서 그것이 세상에 공개되리라는 사실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결국 이처럼 ‘여유로운 등장’은 그가 김정은 체제에 순응하고 자중하기로 약속한 절차를 거쳤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앞으로 그의 공개 행보가 예전처럼 이어질 개연성도 크다. 그가 ‘좋아한다’는 일본인이나 일본 언론이 주요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정은 체제에 대한 비판적 발언은 삼가면서 말이다.

필자는 그의 등장 시점에 주목하고 싶다. 북한과 일본 정부 사이에 다양한 교섭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추구하는 평양은 최근 잇단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가느라 ‘경제 살리기’에 제동이 걸렸고, 이후 러시아나 일본과의 교류를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일 교섭이 한창인 상황에서 김정남의 친일본 행보는 그래서 더욱 주목된다.

김정남의 탁월한 사업 능력이 그의 건재함을 지탱하는 한 요인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A씨는 김정은 체제가 김정남을 쉽게 내칠 수 없는 이유로 그가 북한 외화벌이 사업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왔다는 점을 꼽는다. 알려진 것과 달리 김정남의 사업 능력은 상당하다고 A씨는 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김정남에게 상당한 자금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며 “그가 특별히 김정은 제1비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발언을 하지 않고 해외에서 조용하게 생활하고 있으므로, 북한이 그의 신변을 위협하거나 위해할 특별한 요인은 없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정 위원은 그러면서 “남북한뿐 아니라 중국, 미국, 일본 등 여러 국가 정보기관이 김정남을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간동아 2014.05.26 939호 (p46~47)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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