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8

2014.05.19

ebook으로 만나는 ‘앵무새 죽이기’

88세 하퍼 리, 신세대 위한 전자책 버전 승낙

  • 케빈 경 ECG에듀케이션 대표 kevinkyung@yahoo.com

    입력2014-05-19 11: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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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ook으로 만나는 ‘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앵무새 죽이기)’ 저자 Harper Lee(하퍼 리)는 올해 88세다. 그는 1930년대 racial discrimi nation(인종차별)을 다룬 이 책으로 61년 Pulitzer(퓰리처)상을 수상하면서 현대 literary giant(문호)가 됐지만, 반세기 넘게 follow-up book(후속편) 없이 평범한 여성으로 살고 있다. 미국에서 recluse(은둔자)로 지내며 digital age(디지털 시대)를 거부해오던 Lee가 올해 생일을 맞아 갑자기 ‘To Kill a Mockingbird’의 ebook(전자책) 출판을 승낙했다. 종이책으로만 버티는 다른 고전들도 장차 ebook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디지털 세상을 거부하며 은둔

    Lee가 예고도 없이 불쑥 세상과 소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에는 Oprah Winfrey(오프라 윈프리)에게 보낸 편지가 ‘O Magazine’에 기사로 나왔다. 다른 이들은 전자기기와 어울려 살지만 자신만은 여전히 느릿느릿 종이책을 읽는다고 강조한 후 저명 소설 인물 몇몇을 dramatic하게 언급하면서 점점 ‘금속’에게 자리를 내주는 ‘종이’책에 대한 애석함을 표현했다.

    And, Oprah, can you imagine curling up in bed to read a computer? Weeping for Anna Karenina and being terrified by Hannibal Lecter, entering the heart of darkness with Mistah Kurtz, having Holden Caulfield ring you up? some things should happen on soft pages, not cold metal.

    그리고, 오프라, 컴퓨터를 읽으려고 침대에 편안히 눕는다는 게 상상이나 가나요? 안나 카레니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고 한니발 렉터에 겁에 질리고, 미스타(mister의 방언) 컬츠와 ‘어둠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고, 홀든 콜필드로부터 전화를 받는 것들? 이런 일들은 차가운 금속이 아닌 부드러운 (종이로 된) 페이지에서 벌어져야 해요.




    저자 태도가 이 정도니 출판사 Harper Collins 처지에선 애초 ebook의 e자도 입 밖에 낼 기회가 없었을 듯하다. 미국 중고생의 required reading(필독서)이 된 지 오래인 ‘To Kill a Mockingbird’는 이미 3000만 부 이상 날개 돋친 듯 팔렸고 여전히 연간 100만 부씩 어김없이 나간다고 하니, Lee 자신은 굳이 인세를 늘리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을 터다.

    무인도에 챙겨갈 만한 책

    ebook으로 만나는 ‘앵무새 죽이기’

    ‘앵무새 죽이기’의 저자 하퍼 리.

    그 후 8년이 흐른 뒤인 올해 4월 28일, Lee가 본인의 존재를 세상에 다시 상기시켰다. 공교롭게도 Lee와 동일한 이름을 지닌 HarperCollins 출판사가 아주 간단하지만 the publishing world(출판계)와 digital age의 follower(추종자)들에게는 매우 의미 깊은 뉴스를 tweet했다.

    On her 88th birthday today, Harper Lee agrees to an e-book version of To Kill a Mockingbird.

    오늘 88세 생일을 맞아,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의 전자책 버전을 승낙했습니다.


    여기서 agree(동의하다)라는 단어는 Lee의 true feelings(솔직한 심정)를 부각하는 표현인 듯했다. 이어 그의 모호한 심정이 press release(보도자료)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I’m still old-fashioned. I love dusty old books and libraries…. This is “Mockingbird’ for a new generation.

    저는 여전히 ‘구식’입니다. 저는 먼지 묻은 오래된 책들과 도서관이 참 좋습니다. (중략) 이건 신세대를 위한 ‘앵무새’입니다.


    ‘NPR News’도 이 뉴스를 전하자 Trina O’Gorman이란 user는 지지를 표했다.

    Happy about this. I was rather anti-ebook a year ago. Now, as an English teacher, mom of readers, and avid reader, I see benefits.

    이거 좋네요. 1년 전 저는 전자책의 좀 ‘안티’였죠. 지금은 영어선생으로서, 독서가들의 엄마로서, 또 열렬한 독서가로서 (전자책의) 유익한 점들을 봅니다.


    며칠 후 HarperCollins는 ‘To Kill a Mockingbird’가 ‘New York Times’지의 poll(여론조사)에서 Americans’ favorite books(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책들)에 들었다며 추가로 tweet하자 한 user는 Lee의 책을 아예 ‘무인도에 챙겨갈 만한 책’으로 지칭해버린다.

    To Kill A Mockingbird is my desert island book, i’ve read it a thousand times

    ‘앵무새 죽이기’는 저의 ‘무인도 책’입니다, 1000번은 읽었습니다


    Mark Concannon이란 user는 ‘To Kill a Mockingbird’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은근히 과시하면서, digital의 모든 면을 거부해오던 Lee의 경향을 살짝 비웃는 글을 Twitter에 올렸다(‘Boo’는 동네에서 어릴 때부터 지극히 은둔 생활을 해오는, 거의 ‘귀신’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Hey, Boo! Is that a new I-phone?

    어이, Boo! 그거 새로 나온 아이폰인가?


    2010년 7월 ‘TIME’지는 ‘The Top 10 Books You were Forced to Read in School’(학교에서 읽으라고 강요한 책들 Top 10)이란 익살스럽지만 그와 동시에 경의를 표하는 list(리스트)를 발표했다. ‘Of Mice and Men(생쥐와 인간)’과 ‘A Farewell to Arms(무기여 잘 있거라)’ ‘Lord of the Flies(파리대왕)’를 포함한 영어권 노벨수상자의 classic(고전) 사이에 J. D. Salinger(샐린저)의 ‘The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꾼)’와 Lee의 ‘To Kill a Mockingbird’도 끼어 있다. 현재 이 list 속 10권 중 2010년 세상을 떠난 Salinger의 ‘The Catcher in the Rye’만 유일하게 ebook 버전이 없다. 고전을 좋아하는 듯한 한 Twitter user의 tweet다.

    Next up: Catcher in the Rye?

    다음 차례 : 호밀밭의 파수꾼?


    Salinger의 magnum opus(작가, 음악가,화가 등의 대표작)가 가까운 장래에 ebook이 될 가능성은 사실 희박하지만, ebook 애호가는 7월 8일부터 download 가능한 ‘To Kill a Mockingbird’의 디지털화가 멋진 precedent(선례)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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