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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대부업체 배 불리는 국민행복기금

부채의 늪 탈출…기회와 한계

‘서민의 동아줄’ 국민행복기금 1년, 제도 개선과 보완 필요

  •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부채의 늪 탈출…기회와 한계

부채의 늪 탈출…기회와 한계

2013년 4월 22일 국민행복기금 가접수가 시작된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접수창구에서 한 시민이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03년 465조 원에서 2013년 1000조 원을 넘어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대부업체 이용자 중 83.9%가 저신용자였다. 이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심각한 수준의 이자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이러한 부담은 가계의 정상적인 생활을 짓누를 것이며, 결국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 낙오 계층으로 떨어지는 압박을 받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채무 부담을 경감하고 자활 기회를 주려고 2009년 채무조정 및 서민대출상품 등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도입했다. 2013년에는 기존 신용회복기금이 담당하던 채무조정과 바꿔드림론(전환대출) 사업을 확대, 발전한 국민행복기금제도를 도입했다.

24만9000 명 채무조정 지원

국민행복기금의 채무조정제도는 금융회사나 대부업체에 6개월 이상 연체기록이 있는 사람이 보유한 1억 원 이하 채무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인수해 최대 70%까지 감면해주며 이를 최장 1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도록 채무탕감 및 상환 기간을 조정해주는 제도다. 바꿔드림론은 저소득·저신용 계층이 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관리하는 국민행복기금의 신용보증을 통해 시중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서민금융 프로그램이다.

먼저 국민행복기금의 직접적인 성과를 살펴보자. 지난 1년간 24만9000명이 채무조정을 지원받았으며 이는 5년간 최종 목표치 32만6000명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초과 달성한 것이다. 국민행복기금은 신규 매입한 채무원금 1조8000억 원 중 51.8%에 해당하는 9000억 원을 감면해줬다. 바꿔드림론 신규 이용자도 4만80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전환 전 대출 이자율은 34.6%였으나 전환 후에는 10.9%로 낮아져 서민의 이자 부담이 상당히 경감됐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경기가 여전히 호전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행복기금이 서민금융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서민에게 자력갱생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긍정적 측면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민행복기금은 출범 당시부터 금융거래자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민행복기금을 도입하면 저신용 계층 위주로 빚 탕감에 대한 기대가 형성돼 오히려 성실납부 노력이 줄어들고 이것이 연체를 초래해 금융시장 왜곡과 사회적 손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국민행복기금 도입에 대한 적절한 평가를 위해서는 그로부터 얻는 편익과 사회적 비용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채무조정과 관련해 국민행복기금은 앞서 얘기한 도덕적 해이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현 제도하에서는 2012년 기준으로 대상자의 자격 기준이 정해져 있어 새로운 연체자가 수혜자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채무조정 수혜자가 채무상환 중 탈락하는 경우 감면 부분이 무효가 되고 채무액이 원금으로 복원되기 때문에 기금 수혜자의 도덕적 해이도 차단돼 있다고 본다.

물론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지만 자격 조건 미달로 채무조정에서 제외된 일부 채무자가 조정제도의 확대 개편을 기대하고 상환 노력을 줄일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언제 도입될지 모르는 미래의 불확실한 가능성에 기대어 오늘부터 상환 노력을 줄여 가며 연체 고통을 감내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의문스럽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과학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부채의 늪 탈출…기회와 한계

2013년 5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민행복기금 본사를 찾아 채무조정 상담을 담당하는 직원과 대화하고 있다.

사실 도덕적 해이의 가능성은 다른 복지제도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복지제도 도입을 원하는 이유는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도덕적 해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비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부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복지 대상으로 추락할 서민이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소득 증대나 고용 같은 자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가계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끊는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가 지불해야 할 복지비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국민행복기금 수혜자 자료를 보면 수혜자의 62%가 과거 3년 이상 연체를 한 사람들이었다. 사실상 외부 도움 없이는 부채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대상자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국민행복기금 수혜자와 비수혜자에 대한 비교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혜자들은 기금을 이용한 이후 건강, 경제, 사회생활 면에서 현저히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제도의 전체적 효과는 채무감면액 이상을 의미한다는 뜻이다.

체계적 서민금융 시스템 구축을

향후 국민행복기금이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를 이어가려면 제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기금 확대 및 상설화를 통해 서민경제에 더 지속적이고 큰 변화를 주려 할 경우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심각하게 대두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덕적 해이를 최대한 차단하려면 무엇보다 채무조정 대상자의 자격 요건 조정, 채무자의 소득과 재산에 대한 사전조사 및 사후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수혜자의 과거 행적을 볼 때 채무감면과 새로운 상환 스케줄이 제시돼도 상환을 포기하는 사람이 상당수 나타날 우려가 있다. 이들을 사전에 선별해 개인회생 또는 파산제도로 유도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 셋째, 기금의 효율적인 활용과 안정성을 위해서는 현재의 감면율제도를 재검토해야 하며 채무상환율과 자활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 감면율제도를 고안하는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행복기금을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법원의 회생 및 파산제도 등 다른 신용회복제도와 함께 고려해 상호보완적이고 일관되며 체계적인 서민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거친다면 국민행복기금은 서민경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그 성공 여부는 결국 국민행복기금 수혜자들의 성공적 자활에 달려 있으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주간동아 938호 (p28~29)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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