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6

2014.05.07

‘단통법’이 보조금 흙탕물 정화하나

연말부터 새로운 ‘경쟁 룰’ 적용…보조금 공시 의무화·고가 요금제 가입 강제도 금지

  • 권건호 전자신문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4-05-07 09: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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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통법’이 보조금 흙탕물 정화하나
    이동통신 3사가 예상대로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올 초 연이은 대란을 일으키며 휴대전화 보조금 경쟁을 벌인 여파다. 3사 모두 실적 부진 원인으로 마케팅비(보조금) 증가를 첫손에 꼽았다.

    엄청난 마케팅비가 시장에 풀렸지만, 혜택을 본 사람은 당시 단말기를 교체한 사람으로 한정된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극히 일부다. 대다수 기존 고객은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했다. 이동통신사는 많은 돈을 사용한 데 비해 얻은 혜택이 많지 않고, 고객 역시 전체로 보면 편익이 크지 않다.

    다행히 보조금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연말부터는 이동통신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이 자리 잡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1분기 실적 부진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100만 원이 넘는 대규모 보조금이 투입돼 1·23 대란, 2·11 대란이 있었고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100만 원에 이르는 높은 보조금이 시장에 살포됐다.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보조금 경쟁을 벌이면서전체 보조금 액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이동통신사별로 45일에 이르는 영업정지 탓에 매출이 감소했고, 유선 매출 축소 기조도 이어졌다. SK텔레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통신장애까지 발생했다.

    SK텔레콤은 1분기 매출 4조2019억 원, 영업이익 2524억 원, 순이익 2673억 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7.6%와 22.7%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이익 감소 원인이 일시적 마케팅비 증가와 통신장애 보상비 지급에 있다고 설명했다. 1분기에 사용한 마케팅비만 1조1000억 원이나 된다. 통신장애로 발생한 보상비도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이동통신 3사 1분기 부진한 실적

    KT 1분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4.2% 하락한 5조846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비 증가로 지난해 동기 대비 58.6%나 하락한 1520억 원에 그쳤다.

    LG유플러스는 매출 2조7804억 원, 영업이익 113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8.1% 하락했다. 역시 마케팅비 증가가 영업이익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이동통신 3사가 집행한 마케팅비는 2조4263억 원에 이른다. 과거에도 보조금 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이동통신사 실적은 추락했다. 실적 악화가 예고됨에도 다시 보조금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포화된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특히 보조금을 높이면 경쟁사로부터 가입자를 빼앗아오는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 쉽사리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경쟁사 역시 보조금으로 대응하면서 3사 모두 보조금을 높이는 상황이 반복됐고, 결국 누구도 물러나기 어려운 치킨게임에 빠지는 상황에 처했다.

    보조금으로 얻은 이득도 없다. 가입자가 미미하게 변동하긴 했지만, 서로 뺏고 뺏기면서 결과적으로 5(SK텔레콤) 대 3(KT) 대 2(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그대로 유지됐다.

    통신시장에 긍정적 효과 기대

    보조금 경쟁으로 실적이 악화하면 이동통신사는 매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3사 모두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같은 말을 했다.

    SK텔레콤은 “2분기 이후에도 경쟁사의 게릴라성 마케팅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부의 시장 안정화 의지, 경쟁사의 재무적 한계 등을 고려할 때 보조금 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KT는 “보조금이 아닌 서비스 경쟁 중심의 기존 마케팅 전략 방향을 유지하겠다”고 했고, LG유플러스도 “정부의 불법보조금 근절 기조, 이동통신 3사의 자율 감시 등으로 소모적 경쟁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시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보조금 경쟁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여야가 ‘방송법’을 놓고 대립하면서 파행을 겪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마침내 단통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단통법은 법 통과 6개월 후 시행이어서 연말부터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은 보조금 액수 공시를 의무화하고,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고가 요금제 가입을 강제하는 것도 금지된다.

    처벌도 강화한다. 차별적 보조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이동통신사는 물론이고 대리점, 판매점까지 처벌할 수 있게 했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제조사도 차별적 장려금으로 시장을 교란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시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점쳐진다. 먼저 보조금 공시제는 법이 시행되기에 앞서 시범적용 등을 통해 시장에 먼저 적용될 개연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경쟁 양상이 벌어지게 된다. 지금처럼 특정 판매 채널에서 한시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스폿성 보조금’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시도는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가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를 공개하면 장기적으로 장려금 자체가 사라지고 출고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구매 시기에 따라 보조금 혜택이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도 피할 수 있다.

    장중혁 애틀러스리서치앤컨설팅 부사장은 “단통법이 휴대전화 유통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입법을 통해 정부에 좀 더 강한 권한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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