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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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서 만난 남북 철도 협력 열차 운행할 수 있나

최연혜 코레일 사장 열차 타고 방북…북측과 회담 결과에 쏠린 눈

  • 김승재 YTN 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sjkim@ytn.co.kr

    입력2014-04-28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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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양서 만난 남북 철도 협력 열차 운행할 수 있나

    경의선 철도를 통해 북한 판문역으로 이어지는 경기 파주시 도라산역.

    연일 계속되는 세월호 참사 뉴스특보로 지쳐 있던 4월 19일 토요일 오후.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으로부터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최연혜 코레일(KORAIL·한국철도공사) 사장의 방북 소식이었다. 방북 목적은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의 참석.

    동유럽 국가 위주의 OSJD는 서유럽 중심의 국제철도수송정부간기구(OTIF)와 함께 양대 국제철도협약으로 꼽힌다. 1956년 옛 소련과 동구권 국가 간 국제철도협약을 위한 협력기구로 결성됐으며, 지금은 북한, 중국, 러시아 등 2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이들 나라의 철도를 책임지는 인물들이 참석하는 연례회의가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것.

    중국 내 취재원은 “우리 시각으로 4월 18일 밤 북한이 폴란드 바르샤바에 있는 OSJD 본부에 초청장을 접수했다. 최연혜 사장과 남북 철도 교류 담당 단장 등 5명이 4월 21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면 베이징의 주중북한대사관이 이날 비자를 발급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비자를 받은 이후 베이징에서 열차를 타고 평양으로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측 협조로 초스피드 진행

    소식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필자가 소식을 접한 다음 날인 4월 20일 통일부는 최 사장 일행의 방북을 승인했고, 21일 월요일 아침 최 사장 등 5명이 베이징으로 향했다. 일행에는 코레일 윤동희 남북대륙철도사업단장과 이민철 국제협력처장, OSJD 회의 공식 언어인 러시아어 통역사가 포함됐다.



    최 사장 일행은 베이징 도착 직후 주중북한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발급받고 4월 21일 오후 5시 30분 베이징에서 평양으로 향하는 ‘북한 52번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이 국제열차에는 OSJD 회의에 참석하는 20여 개국 대표가 함께 탑승했다. 최 사장 일행의 ‘초스피드 방북’ 추진 과정에는 중국 측 협조가 있었다. OSJD 부의장국인 중국이 국제열차의 4인실 2칸을 미리 예약해주는 등 협조했다고 코레일 측은 밝혔다.

    베이징-평양 국제열차는 북·중 접경 지역인 단둥의 조중우의교(압록강 철교)를 통과하면서 북한 평의선을 달린다. 평의선은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연결되는 북한의 대표적인 국제노선으로 길이가 224.8km에 이른다. 베이징에서 평양까지 무정차 통과하고 소요 시간은 24시간 정도다.

    평양서 만난 남북 철도 협력 열차 운행할 수 있나

    3월 21일(현지시간) 최연혜 코레일 사장(왼쪽)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제휴 회원 가입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한 후 타데우시 시오즈다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최 사장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이유는 코레일이 3월 21일 OSJD 제휴 회원에 가입한 데 따른 후속 조치 때문이다. OSJD 회원은 정식 회원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제휴 회원으로 구분된다. 코레일이 OSJD에 가입한 이유는 이 기구가 유라시아 대륙철도와 관련한 국제기구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부산을 출발해 평양, 베이징, 모스크바, 베를린을 거쳐 런던에 도착하는 대륙횡단열차를 장기 과제로 추진하는데, 이를 실현하려면 OSJD 회원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후 폴란드 타데우시 시오즈다 OSJD 의장은 최 사장에게 평양 회의에 참가해달라고 정식 요청했고, 이를 남북한이 모두 허락함에 따라 최 사장의 방북이 이뤄진 것이다. 최 사장은 방북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 동안 정부 차원의 정회원 가입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OSJD 대표단은 4월 23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이후 상견례와 환영 리셉션을 갖고 다음 날인 24일부터 공식 회의를 열었다. 숙소는 평양고려호텔. 일정을 마친 뒤에는 평양에서 북한 고려항공을 타고 베이징에 도착, 28일 오후 귀국할 계획이다. 평양 회의에서는 그동안 OSJD의 활동 결과 공유, 화물과 여객 등 분야별 위원회 활동 결과 보고, 대륙철도 운영방안 논의 등이 이뤄진다.

    코레일 측은 최 사장의 방북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2010년 5·24 조치 이후 북한이 방북을 허가한 첫 번째 사례로,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을 방문한 최초의 고위급 공직인사이자 중국에서 열차 편을 이용해 평양에 들어간 첫 남측 인사라는 것. 최 사장이 방북 기간에 북측과 별도 협의를 할지, 한다면 어떤 내용이 포함될지가 초미 관심사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는 유라시아 대륙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구축한다는 이른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은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와 나진·하산 프로젝트. 전자는 남북 철도를 이은 뒤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연결되는 철도 교통망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며, 후자는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 극동 하산 지역을 잇는 철로 54km를 개량 보수하고 나진항의 항만 시설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다.

    통일부는 “현재로서는 최 사장과 북측 사이에 별도 일정이 잡혀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며 “기본적으로 방북 승인 목적 안에서 활동할 것을 최 사장에게 당부했다”고 밝혔다. 공식 목적이 국제철도기구 회의 참석인 만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관계자와의 일정은 승인 목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방북 목적에서 벗어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측 인사와 개별적으로 접촉한다 해도 회의와 관련 있다면 문제없다는 여지를 남긴 셈이다.

    신의주 - 개성 고속철도 건설 논의도

    이에 대해 필자의 중국 내 취재원은 최 사장이 방북길에 오르기 전 이미 남북 간 회담 계획이 잡혀 있었다고 전했다. 최 사장이 평양에서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 김기석 위원장과 전길수 철도상(장관급)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 양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철도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논의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중에는 북한이 중국 기업 등과 추진하는 신의주-개성 사이 376km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다는 소식이다.

    2월 말 북한과 국제투자컨소시엄은 베이징에서 신의주-개성 구간에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총사업비 2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에는 김기석 위원장이 직접 서명했다. 최 사장이 이번 방북에서 이 사업에 남측이 참여할지를 두고 의견을 나눌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관건은 4차 핵실험이다. 공교롭게도 최 사장이 북한에 머무는 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고, 북측이 이에 맞춰 스스로 예고했던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핵실험을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4차 핵실험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다면 최 사장의 방북이나 북측과의 회담에서 당장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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