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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두루치기 돔베고기 그곳에 있었네

서귀포 돼지고기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두루치기 돔베고기 그곳에 있었네

두루치기 돔베고기 그곳에 있었네

제주 서귀포에서 맛본 돔베고기(수육). 돔베는 도마의 제주 말이다.

제주의 두루치기 원조집 ‘용이식당’은 서귀포시 옛 시외버스터미널 뒤쪽에 있다. 오전 10시 40분 식당 안에는 혼자 식탁을 차지한 사람이 제법 많다. 1인분에 6000원짜리 두루치기를 시키면 고추장으로 간을 맞춘 냉동 돼지 목살을 불판에 올려준다. 얼음이 녹고 고기 익는 소리가 테이블마다 요란하다. 비계가 붙은 목살이 다 익으면 무채김치, 콩나물무침, 파무침을 푸짐하게 고봉으로 올려 같이 익혀 먹는다. 여기다 된장국을 곁들여 밥을 먹는다. 냉동 돼지 목살이지만 맛이 좋다. 푸짐한 채소는 고기와 함께 잘 넘어간다. 이 지역 토박이는 고기의 냉동 여부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용이식당’과 더불어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두루치기 집으로 ‘동성식당’을 빼놓을 수 없다. 냉동 목살을 쓰는 ‘용이식당’과 달리 이곳은 두루치기 고기로 냉장 목살을 내놓는다. 두루치기를 시키면 넓고 움푹한 불판에 버섯, 고추, 마늘, 고춧가루가 들어간 육수에 생돼지 목살 대여섯 점이 오른다. 자박한 국물이 끓어오르면서 고기를 익힌다. 육수 덕에 고기는 타지 않는데 마치 김치찌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국물이 완전히 졸아붙으면 고기가 다 익은 것이다. 여기에 다시 파채와 콩나물, 무채를 얹어 익히면 두루치기가 완성된다. 이때쯤 제주 사람에게 기본 국인 배추된장국과 조밥이 나온다. 두루치기가 냉면같이 담백하고 순수하고 개운하다.

두루치기는 제주에서 생긴 음식은 아니다. 원조집인 ‘용이식당’이 개업한 지도 40년을 넘지 않는다. 제주의 돼지 두루치기는 술안주가 아니라 밥반찬이라는 점이 다른 지역과 가장 다르다. 대전의 두부 두루치기와 두루치기 발상지로 알려진 안동에서도 두루치기는 술안주다.

1962년 ‘여원’ 2월호에는 두루치기가 안동의 향토음식이라고 나온다. 안동에서는 두루치기를 술안주로 즐겨 먹었다. 두루치기는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상도에서 묵은 김치를 먹는 하나의 요리법이다. 제주에서 돼지는 잔칫날에만 먹는 별식이었다. 제주의 두루치기는 70년대 이후 돼지고기가 외식화해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만들어진 음식문화임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제주 수육을 돔베고기라고 부른다. 최근 서귀포 시내 ‘천짓골식당’은 돔베고기로 유명해졌다. 돔베는 음식이름이 아니라 도마를 부르는 제주 말이다. 수육을 나무도마에 올려 썰어먹는 방식에서 돔베고기란 이름이 붙었다.



고기 한 점을 소금에 찍어 먹는다. 육즙이 가득하지만 단단한 질감이 인상적이다. 이 집의 오겹 돔베고기는 익힌 정도에 따라 질감이 달라진다. 고기를 부드럽게 먹을지 졸깃하거나 단단하게 먹을지를 주인이 고기를 삶기 전 말해야 한다. 미리 말하지 않은 필자 같은 사람에겐 약간 졸깃한 정도로 삶은 오겹 수육을 준다. 기름기가 거의 없는 맑은 고기를 소금에 찍거나 신김치에 말아 먹다 보면 고기 한 덩어리가 금방 사라진다. 진한 몸국이 중간 중간 고기 맛을 정리해준다.

두루치기 돔베고기 그곳에 있었네

제주 서귀포 ‘용이식당’의 두루치기 냉동 돼지 목살(왼쪽), 채소와 어우러져 잘 익은 두루치기.





주간동아 2014.04.08 932호 (p56~56)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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