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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특집 | 천안함 사건 4주기

폭침 한 달 전 “편히 쉬어” 3차 남북정상회담 의식했나

당시 합참 경계 강화 해제 최대 ‘미스터리’…‘전략 경계’와 정보 실패 책임지지 않아

  • 특별취재반

폭침 한 달 전 “편히 쉬어” 3차 남북정상회담 의식했나

천안함 사건 4주기가 돌아왔다. 천안함 사건은 흔히 ‘경계의 실패’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이해된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북한 조선인민군(인민군)과 대결을 가장 많이 하는 NLL(북방한계선)에 작전을 나간 배가 적 잠수정이 다가와 어뢰를 쏘는 것도 모르고 당했으니 용서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하지만 많은 장병이 희생됐기에 넘어갔다.

그래서 ‘작전에 실패’한 이들만 처벌했다. 2함대 지휘관 등에게 정직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 논리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육군 경우로 바꿔 설명해보자.

‘작전에 실패’한 이들만 처벌

DMZ(비무장지대)에서 GP(경계초소)를 지키는 수색소대는 적이 몰래 접근해오지 않는지 경계근무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경계로 막을 수 없는 공격이 있다. 적이 후방 30여km에서 미사일을 쏜 경우다. 그 공격으로 GP가 붕괴했다면 경계에 실패했다고 수색소대장을 처벌할 것인가.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사단은 더 많은 정보와 장비를 갖고 있으니 미사일 공격에 대비했어야 한다”며 사단장을 처벌하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단도 30여km 후방은 탐지하기 어렵다. 이는 정보사와 777부대(통신감청부대), 미군 정보부대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현재 우리 군은 금강 정찰기, 미군은 U-2 정찰기로 휴전선 이북을 감시한다. 금강과 U-2 정찰기가 번갈아가면서 촬영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더욱 큰 한계가 있다. 비행기는 한곳에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없다. 연료가 떨어지기 전 착륙해야 한다. 그런데 찍어야 할 곳은 많으니, ‘동에서 서’ 아니면 ‘서에서 동’으로 비행하며 찍는다. 중간에 찍을 필요가 없는 산악지대가 있으면 카메라를 돌려 중요한 곳을 계속 찍는다. 그런데 비행기는 계속 날아가니 같은 곳을 10분 이상 찍는 것은 어렵다.

폭침 한 달 전 “편히 쉬어” 3차 남북정상회담 의식했나

천안함 사건 4주기(3월 26일)를 앞두고 3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천안함 피격 사건 4주기 사전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추모의 벽에 고인들을 기리는 태극기를 놓고 있다.

인민군도 레이더를 이용해 금강과 U-2 정찰기가 뜬 것을 감지해낸다. 그렇다면 정찰기가 올 때 인민군도 딴 짓을 할 수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23시간 50분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공백을 777부대가 메운다. 777부대는 인민군이 주고받는 무선을 포착해 해독함으로써 인민군이 무엇을 하려는지 추적한다.

이러한 정보를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정리해 작전부대에 전파한다. 그때 판단 의견을 덧붙이는 게 바로 ‘전략 경계’라고 할 수 있는 정보작전이다. 이들이 판단한 정보가 틀리면 작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틀린 정보를 입력했는데 바른 결론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합참이 적이 미사일을 쏠 것을 판단하지 못했다. 그런데 GP가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무너졌다면 책임은 사단장이 져야 하는가, 합참이 져야 하는가. 그래서 경계의 실패 이상으로 따져봐야 하는 것이 바로 ‘정보의 실패’다. 그동안 천안함 사건을 분석할 때 이 부분이 빠져 있었다.

천안함 사건에서 최대 의문은 사건 한 달 전인 2월 18일 합참이 모든 경계 강화 조치를 해제한 것이다. 천안함 사건 4개월여 전인 2009년 11월 10일 해군 2함대는 대청해전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북한이 보복성전을 외치며 NLL 너머로 사격하는 등 큰 위협을 가해왔기에 우리 군은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그런데 합참이 천안함 사건 한 달 전 이를 모두 해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폭침 한 달 전 “편히 쉬어” 3차 남북정상회담 의식했나

황기철 해군 참모총장(오른쪽)이 3월 12일 대전 중구 충남기계공고에서 열린 고(故) 임재엽 중사의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천안함 46용사’의 개인 흉상이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 시기 이명박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 대청해전 한 달 전 싱가포르에서 임태희 노동부 장관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만난 것이 시작이었다. 대청해전 후 이 회담은 결렬됐다. 그러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나서서 다시 잡아당겼다. 인민군이 NLL 너머로 사격하는 등 긴장을 고조할 때 이 전 대통령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연내라도 김정일을 만날 수 있다”고 운을 띄웠다.

해군은 ‘해상·대잠(對潛)’ 경계를 하는데 가장 센 것이 A형, 가장 약한 것이 C형이다. 합참 지시에 따라 2월 19일 새벽부터 천안함 사건을 당할 때까지 2함대는 C형 경계를 했다. 그때 북한 잠수함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겨울 북한 해안은 얼어붙기에 기지에 들어간 북한 잠수함정은 나오지 못하다가 2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북한 해군이 운용하는 공격 잠수함은 상어급이다. 좀 더 큰 로미오급도 있지만 거의 기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어급이 기지에서 사라지면 경계태세를 강화할 수 있다. 3월 중순 합참은 북한 ○○기지에서 상어급 잠수함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계속 C형을 유지하게 했다.

이러한 경계경보와 별도로 징후경보라는 것이 있다. 징후경보는 북한 공작원이나 간첩선 등이 넘어올 것으로 보이면 A, 그럴 개연성이 매우 낮으면 G를 발령한다. 상어급 잠수함이 기지에서 사라졌을 때 합참은 일시적으로 징후경보 A를 내렸다가 기지로 돌아온 것이 확인되자 3월 23일 G를 내렸다. ‘아주 편히 쉬어’ 명령을 내린 것.

3월 23일 북한 △△ 기지에 있던 연어급이 사라진 사실도 확인했다. 2시간 후 우리 군은 황해남도 □□해상에서 연어급을 발견했다. 그러나 저녁에는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했다. 상어급은 돌아왔지만 연어급이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징후경보를 A나 B로 올릴 법한데, 합참은 계속 G를 유지했다. 그렇게 C-G 상태로 있다 26일 당한 것이 천안함 격침 사건이다.

진상 알려면 청문회 열어야

그렇다면 그날 ‘전략 경계’와 정보에 실패한 쪽은 합참이다. 그러나 합참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보부대에서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대신 작전의 실패에 대한 책임만 물어 2함대 사령관에게 정직처분을 내렸다. 이에 2함대 사령관이 불복해 소송하면서 길고 긴 법정 싸움이 이어졌다. 재판부는 당일 합참 지시로 가장 태평한 C-G가 발령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정보의 실패는 있었지만 작전도 실패한 것이니 2함대 사령관 정직처분은 맞다는 것이 재판부 판결이었다.

천안함 사건 뒤에는 이처럼 심각한 정보의 실패가 숨어 있다. 그때 왜 합참은 안일한 정보 판단을 한 것일까. 많은 이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게 하려고 그랬다’고 추측한다. 이들은 천안함 사건의 진상을 알려면 국회가 청문회를 열어 천안함 사건과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한 이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천안함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이다.



주간동아 2014.03.24 930호 (p46~47)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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