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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등록금만큼 허리 휘는 취업 비용

대졸 취업 준비생들 수백만 원은 기본…7개월 400여만 원 쓰고 탈락 고배도

  • 윤솔 인턴기자 zzyori0206@gmail.com

등록금만큼 허리 휘는 취업 비용

등록금만큼 허리 휘는 취업 비용

2013년 10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 외국인투자기업 채용박람회’ 모습.

지난달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유세미(26·가명) 씨는 최근 병원 응급실 신세를 졌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독서실에 가던 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 ‘면접 준비 학원’에 등록하려고 무리하게 아르바이트를 한 게 화근이었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유씨는 면접기술을 가르쳐준다는 전문 학원(학원비 200만 원)에 다니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시급 6000원짜리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사단이 난 것이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도 응급실 비용 10만 원이 아까웠다. 올해 취업에 성공하려면 빨리 학원에 등록해 면접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걱정이다.”

주요 기업 상반기 공채가 시작된 가운데 취업 준비생의 ‘취업 비용’ 마련이 한창이다. 과거와 달리 취업하려면 취업 비용 수백만 원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취업 공부만큼이나 비용 마련에도 부심하는 이가 많다. 유씨 같은 취업 준비생은 “이력서는 금값”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력서에 넣을 사진부터 경력,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00만 원은 훌쩍 넘기 때문이다.

유씨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토익(TOEIC)시험, 토익 스피킹(TOEIC Speaking)시험 성적을 잘 받으려고 H어학원 방학특강을 들었다. 두 과목 한 달 수강비는 25만3000원. 문제집 5권은 별도로 사야 했고, 원하는 점수를 얻으려고 시험에 4번 응시했다.

자격증 시험 역시 ‘취업 비용 인상’의 주범이다. 자격증이 있으면 채용 가산점을 딸 수 있지만 취업 준비생은 “가산점이 아니라 사실상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어학에 자격증까지 돈… 돈…

서울과학기술대 3학년 김영호(25·가명) 씨는 한국전력공사 IT(정보기술)직에 지원하려고 MOS(Microsoft Office Specialist) 자격증과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인증서를 땄다. 학과 선배들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준비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15만 원을 내고 학원에 등록해 공부했다. MOS 응시료는 영역별로 7만9000원. 총 4개 영역에 응시해 31만6000원이 들어갔다. 취업 희망 직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한국사도 별도로 공부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직무와 관련 없지만 취업 준비생은 대부분 이 시험을 친다. 나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인증서를 땄다. 그나마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준비했지만, 교재비 4만3000원과 응시료 1만9000원을 내야 했다. 학원에 다녔다면 수십만 원이 더 들어갔을 거다.”

김씨는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정보처리기사와 일반기계기사 시험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응시료와 교재비만 16만400원. 김씨가 입사 가산점을 따려면 최소 68만8400원을 들여야 한다.

연세대 토목공학과에 재학 중인 문세희(26·가명) 씨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 기간에 H사, L사, D사 서류전형에 통과했다. 하지만 문씨는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이 기쁘지만은 않았다. 기업별 인·적성검사와 다양한 면접이 걱정됐기 때문. 인터넷 취업커뮤니티에 ‘인·적성 때문에 떨어졌다’는 글을 보고 인·적성검사를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집 값만 5만 원이고 외부에서 실시하는 인·적성 모의고사에 2만 원을 썼다. 친구들과 함께 그룹스터디를 하려면 카페에서 4000~5000원짜리 음료를 시키거나 2시간에 1인당 4000원인 ‘스터디룸’을 빌려야 한다.”

문씨가 한 달간 취업 스터디 공간을 마련하는 데 쓴 돈만 11만2000원이다.

대학생의 취업 비용 마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문씨는 취업 서류에 쓸 증명사진을 촬영하려고 사진관에서 풀세트 촬영을 했다. 사진관에서 머리 손질과 화장, 옷을 대여하는 풀세트 촬영 비용은 6만 원. 취업시즌에는 3만 원 더 비싸기 때문에 그나마 싸게 하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게 문씨의 설명이다. 면접을 보러가려고 별도로 20만 원을 들여 정장과 구두도 샀다.

“대학생에게 면접은 그야말로 ‘돈을 발라야 하는’ 과정이다. 40만 원짜리 정장 재킷을 사고, 새벽 5시에 서울 청담동에 있는 미용실에 가서 20만 원짜리 머리와 화장을 한 뒤 오전 9시에 면접을 보러가는 친구도 있다. 나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문씨는 최근 ‘면접 컨설팅’ 학원에 등록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면접 컨설팅은 면접 때 태도와 복장,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종의 면접 준비 학원으로, 등록비만 48만 원이다.

등록금만큼 허리 휘는 취업 비용
‘스펙 인플레’ 막연한 불안감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받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를 더 다니는 대학생도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경은(24·가명) 씨는 졸업할 시기가 지났지만 학교를 더 다니면서 인턴직을 찾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대학생 인턴 경험이 있으면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기 때문. 하지만 이씨는 한 학기 더 다니는 데 초과 학기 등록금으로 180만 원을 내야 했다.

숙명여대 4학년 김정숙(24·가명) 씨는 최근 7개월간 취업 비용으로 400여만 원을 썼다(표 참조). 항공사 스튜어디스 시험을 보려고 17만 원 상당의 승무원복까지 사서 열성적으로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처럼 취업 준비생들이 비싼 취업 비용을 들여 자격증을 따고 면접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스펙 인플레’와 막연한 취업 불안감 때문이다. 취업 비용이 늘면서 부모 재력이 자녀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나마 부모의 ‘지원’이 있으면 취업 공부에 집중할 수 있지만, 유씨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만큼 취업 준비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

하지만 기업 인사 담당자나 대기업 면접관은 이러한 “‘고비용 취업 준비’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일축한다. 지나치게 스펙을 강조하거나, 직무와 관련 없는 자격증을 따면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되는데도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돈과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임정우 피플스카우트 대표의 설명이다.

“취업 준비생이 지원할 직종에 따라 적절히 스펙을 쌓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원 분야와 관련 없는 자격증을 많이 딴다고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면접시험을 볼 때도 면접관은 지원자가 얼마짜리 화장을 했는지 알 수 없고, 비싼 메이크업 비용이 반드시 좋은 인상을 준다는 보장도 없다. 나이에 맞지 않게 완벽한 ‘면접 테크닉’을 자랑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지원자의 인성과 서류의 진실성,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이해도 등이 면접시험 관건이다.”



주간동아 2014.03.17 929호 (p46~47)

윤솔 인턴기자 zzyori02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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