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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작품 ‘라 바야데르’ 우리 단원들이 최고죠”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

  • 손효림 동아일보 기자 aryssong@donga.com

“첫 작품 ‘라 바야데르’ 우리 단원들이 최고죠”

“첫 작품 ‘라 바야데르’ 우리 단원들이 최고죠”

‘라 바야데르’ 3막 하이라이트인 ‘망령들의 왕국’ 군무 장면.

“첫 작품 ‘라 바야데르’ 우리 단원들이 최고죠”
“발을 구를 때 더 빠르고 강하게, 하늘을 향해 손을 뻗을 때는 더 격렬하게 하면 좋겠어.”

3월 4일 서울 서초구 국립발레단 연습실. 13일부터 16일까지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라 바야데르’ 공연을 앞두고 실제 무대와 같은 크기의 연습실에서 단원들이 연습에 한창이었다. 강수진(47·사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은 단원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지켜보며 지도했다. ‘라 바야데르’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국립발레단장을 맡은 후 올리는 첫 공연. 강 단장은 지난달 4일 첫 출근을 하자마자 연습실부터 찾았다.

‘인도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의 엇갈린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니키아와 솔로르는 사랑하는 사이지만 국왕이 공주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을 발표한다. 약혼 축하 연회에서 슬프게 춤추던 니키아는 독사가 든 꽃바구니를 받고는 독사에 물려 쓰러진다. 감자티의 계략이었다. 니키아를 사랑한 제사장은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면 살려주겠다고 하지만 니키아는 이를 거부하고 죽음을 맞는다. 슬픔에 잠긴 솔로르는 신성한 춤에 매혹돼 망령들의 세계로 빠져들고, 망령 사이에서 니키아를 발견한다. 솔로르는 니키아의 망령을 따라간다.

무용수 표현력 키우기에 주력

‘라 바야데르’는 무용수 120여 명이 출연하는 블록버스터 발레로, 화려한 의상과 무대 디자인, 군무로 유명하다. 3막에서 무용수 32명이 등장하는 ‘망령들의 왕국’이 하이라이트. 국립발레단은 서울 공연에 앞서 2월 28일과 3월 1일 부산에서 공연했다. 강 단장은 부산 공연에 대해 만족스러워했다.



“한 달간 같이 작업한 결과가 잘 나와서 뿌듯해요. ‘망령들의 왕국’을 진짜 잘했어요.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줘 기뻤어요. 군무 없이는 주역도 없거든요. 단원들이 발레를 재미있어 하는 것도 즐겁고요.”

강 단장은 단원들의 표현력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단원들은 기술적으로는 탄탄하지만 표현력이 다소 부족해요. 기계적으로 무용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예술은 테크닉으로만 하는 게 결코 아니거든요. 음악을 느끼면서 팔을 움직이고 윗몸 동작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어요.”

그는 단원들에게 발레는 춤만이 아니라고 가르치고 있다.

“나만의 줄리엣, 나만의 마거릿을 연기할 줄 알아야 해요. 줄리엣 역을 맡을 경우 독을 먹기 전 갖는 느낌은 사람마다 달라요. 상상력을 발휘해야죠.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요. 그렇게 발레를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됩니다.”

국립발레단은 지난해 4월 ‘라 바야데르’를 공연해 호평받았다. 올해 공연은 강 단장의 첫 작품인 만큼 ‘강수진의 라 바야데르’라고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이런 관심에 대해 그는 단호했다.

“누가 가르쳤다는 이유로 무용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잘했으면 단원들이 잘한 거예요. 단원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공연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단원들이 먼저고 저는 두 번째예요.”

강 단장은 2월 4일 열린 취임식에서 “스스로 책임을 갖고 훈련하지 않으면 쥐어짜겠다”고 말해 단원들을 긴장하게 했다. 단원들의 연습량에 만족하느냐고 묻자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쥐어짜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들 열심히 해요. 배우려고 하는 열의도 강하고요. 나 때문에 연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연습하는 거니까요.”

강 단장은 10월 국립발레단이 공연할 작품으로 우베 숄츠의 ‘교향곡 7번’과 글렌 테틀리의 ‘봄의 제전’을 선택했다. ‘교향곡 7번’은 신고전발레, ‘봄의 제전’은 현대발레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공연된 적이 없는 두 작품은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까다로운 작품이다.

“첫 작품 ‘라 바야데르’ 우리 단원들이 최고죠”

강수진 국립발레단장 겸 예술감독은 취임 후 수시로 연습실을 찾아 단원들에게 발레를 지도하고 있다.

10월엔 현대발레로 확장

“국립발레단장직을 수락하는 순간 두 작품이 떠올랐어요. 볼 때마다 멋있는 작품들이에요. ‘봄의 제전’은 매우 역동적인 데다, 특히 음악과 남성 무용수들의 연기가 힘이 있어요. 단결도 많이 필요하고요.”

고전발레에서 현대발레로 레퍼토리를 확장한 건 국립발레단이 세계적 발레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고전발레만 하면 18, 19세기 발레단에 머무는 것과 같아요. 21세기 세계적인 발레단이 되려면 고전발레뿐 아니라 현대발레까지 다 소화할 수 있어야 해요. 두 작품은 어려워서 어느 발레단이나 많이 꺼리는 작품이에요. 하지만 우리 단원들도 시간을 갖고 연습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강 단장은 인터뷰 전날 지독한 감기몸살 때문에 출근을 하지 못했다. 이날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모든 업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다치는 것보다 열나는 게 더 무서워요. 열이 나면 아주 꼼짝을 못 하겠어요. 1년에 한 번 정도 심하게 앓는데 이번이 그때예요. 아프면 그냥 누워 있어야만 하니 시간이 너무 아까워요.”

그는 출퇴근 시간을 줄이려고 국립발레단 인근으로 이사했다.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됐지만 아는 곳은 집 근처 편의점과 빵집이 전부다.

“집이 연습실 바로 옆에 붙어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하루가 64시간이면 좋겠어요(웃음).”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그가 발레단장직을 맡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는 출근하기 전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서류 결재가 가장 큰 스트레스지만 차츰 익숙해지고 있어요. 행정 업무를 안 했지만 발레단이 운영되는 방식은 현장에서 이미 알고 있던 터라 걱정했던 것만큼 어렵지는 않아요. 세상 돌아가는 건 어디나 비슷하거든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인 터키인 남편 툰치 소크만(54)은 국립발레단에서 ‘게스트 코치 앤드 어드바이저’를 맡아 무보수로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강 단장은 2016년까지 무대에 선다. 7월에는 내한하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발레단과 함께 ‘나비부인’ 주역으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현역 발레리나와 국립발레단장이라는, 하나만으로도 벅찬 일을 동시에 하지만 그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복잡하게 생각했으면 한국에 안 왔어요. 국립발레단장 제의를 받았을 때 육감이 왔어요. 지금 아니면 ‘네버(never)’라고. 인생 한 번 사는 거잖아요(웃음).”



주간동아 2014.03.17 929호 (p70~71)

손효림 동아일보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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