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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털린 정보로 내 문자메시지 훔쳐볼라

문자(메시지)매니저 서비스 도용 타인 감시 우려…가까운 사이 무단 가입 놓고 갈등 빈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털린 정보로 내 문자메시지 훔쳐볼라

털린 정보로 내 문자메시지 훔쳐볼라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소유자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된 이후 위·변조와 복제 등에 의한 직접 피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간접 피해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퀵서비스 회사나 보험회사, 대리운전회사 등의 스팸문자 발송에 이용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데까지 이용된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해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뒤 휴대전화를 개통해 싼값에 판매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각 카드사는 “이름, 카드번호, 주민등록번호, 집 주소, 직장 주소, e메일, 직장 전화번호, 집 전화번호 등 현재까지 유출된 정보를 이용해서는 카드 위·변조와 복제 등에 의한 직접적 피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정보들만으로도 모바일이나 개인용 컴퓨터(PC)에 담긴 사생활이 온전히 털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모든 문자메시지를 PC상에서 볼 수 있는 각 이동통신사의 ‘메시지매니저’ 또는 ‘문자매니저’ 모바일 부가서비스의 경우 법적 문제까지 발생할 여지가 크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파산한 김모(40) 씨는 최근 K추심회사 직원으로부터 “아내분과 이혼에 합의한 모양이군요. 위자료로 5000만 원을 주겠다고 하셨는데 돈이 어디서 나셨죠?”라는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추심회사 직원이 말한 내용은 바로 1시간 전 자신이 아내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추심회사 직원은 이전에도 김씨의 사생활을 손금 보듯 알고 있었는데, 김씨는 ‘돈 받으려고 나를 철저히 감시하나 보다’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김씨가 추적해보니 이유는 딴 데 있었다.

휴대전화 잠깐 맡긴 것이 화근

추심회사 직원은 김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김씨 이름으로 네이트온 메시지매니저 서비스와 KT올레 ‘문자신공’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뒤 그의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모든 문자메시지 내용을 PC를 통해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네이트온 메시지매니저 서비스는 자신이 보내고 받은 문자메시지를 PC상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로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만 그 대상이 된다. SK텔레콤은 문자매니저 부가서비스에 가입해야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트온 메시지매니저는 PC상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전화번호 등 일부 정보를 알고 있으면 타인 명의로 얼마든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추심회사 직원은 김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네이트온 메시지매니저 프로그램을 PC에 설치한 후 김씨를 자신의 회사로 불러들였다. 메시지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김씨가 가입한 이동통신사에서 김씨 휴대전화로 보내는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가 아무 생각 없이 추심회사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맡긴 것이 화근이었다.

“추심회사 직원이 ‘회사와 내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못 받았느냐, 휴대전화 좀 보자’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휴대전화를 내줬는데 그때 바로 문자메시지 들어오는 소리가 약 1분 간격으로 2번 들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첫 번째 소리가 이동통신사에서 보낸 인증번호 메시지 알림소리였고, 나중에 온 것이 부가서비스에 가입됐다는 알림소리였다. 당시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가 망하고 너무 경황이 없던 때라 무슨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는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나중에 휴대전화 요금 세부항목을 확인해보니 모바일 부가서비스 요금으로 매달 1300원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털린 정보로 내 문자메시지 훔쳐볼라

KT와 SK텔레콤, 네이트온의 문자메시지 부가서비스 가입 인터넷 사이트.

김씨의 추궁에 추심회사 직원은 “개인정보는 (김씨의) 채권회사로부터 넘겨받았다. 네이트원 메시지매니저 서비스 무단 사용은 죄송하다. 100만 원을 변상하겠다”고 했다. 김씨는 결국 직원으로부터 합의금조로 100만 원을 받고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다. 추심을 받는 처지에 분란을 일으켜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김씨는 아직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채권회사로 넘긴 곳이 어딘지 의심스럽다. 그는 이번에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된 KB국민카드를 쓰고 있고 카드빚조차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네이트온 메시지매니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잘못이 없는 걸까. 이에 대해 KT 측은 “부가서비스 가입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고객이 휴대전화를 넘겼기 때문에 우리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의 문자매니저 서비스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B씨는 최근 채권자 A씨가 SK텔레콤의 문자매니저 서비스를 자신 몰래 가입해 모든 문자메시지를 무단으로 열람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소송을 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김모 변호사는 “정황상 채권자 A씨가 흥신소에 의뢰해 B씨 명의로 SK텔레콤 상담원을 통해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한 것 같다. 만약 수사를 의뢰한다면 다른 피해 사례도 발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SK텔레콤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문자매니저 서비스 가입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즉 문자매니저 서비스의 경우 인터넷은 물론, 상담원을 통한다 해도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전송되는 인증번호를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모두 알아도 해당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으면 본인 몰래 가입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면 해당 휴대전화로 부가서비스 가입 사실이 즉시 고지되고 한 달 후 그 요금이 고지서에도 명기된다는 것.

부부라도 개인정보 보호 위반

다시 말해 타인의 문자메시지를 내 PC에서 볼 수 있는 모바일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단 5분이라도 타인의 휴대전화를 자기 손에 넣고 이동통신사에서 전송한 인증번호를 확인한 뒤 부가서비스 가입 고지 메시지를 삭제할 시간이 필요하다. 아니면 불법 복제폰을 만들거나 휴대전화를 해킹해야 하는데, 그 경우 굳이 모바일 부가서비스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

사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선 가족, 동거인, 부부처럼 서로 개인정보를 잘 알고, 상대방의 휴대전화를 잠깐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끼리 문자(메시지) 부가서비스 무단 가입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배우자가 바람피우는 걸 알아내려고, 또는 대학 다니는 자식의 동태를 감시하려고 메시지매니저 서비스에 몰래 가입했다 그 자체가 분란의 씨앗이 된 사례가 그것이다. 심지어 이 때문에 이혼하는 부부도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문자메시지를 불법적으로 감시한 경우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결한 적이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IT·정보 분야 담당 이상직 파트너 변호사는 “상대방 몰래 문자매니저 서비스에 가입하는 행위는 아무리 부부라도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고, 헌법상 규정한 사생활 보호 원칙에 위배된다. 또 그 과정에서 절취 행위가 있었다면 절도죄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간동아 927호 (p32~33)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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