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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스코, 개혁 용광로서 혁신 뽑아내나

권오준 회장 “철강 경쟁력 제고”…재무와 신규 사업 가치경영실 주목

  • 김창덕 동아일보 기자 drake007@donga.com

포스코, 개혁 용광로서 혁신 뽑아내나

포스코, 개혁 용광로서 혁신 뽑아내나
“완전히 ‘헤쳐모여’식 대규모 조직개편 아닙니까. 어떤 부서는 서울에 있는 조직원 전체가 포항으로 간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회사 전체가 뒤숭숭할 수밖에요.”(포스코 관계자)

“계열사들이야 최고경영자(CEO) 교체 여부에 따라 인사태풍이 불 수도, 봄바람에 그칠 수도 있겠죠. 다들 조마조마해하고 있습니다.”(포스코 계열사 관계자)

2월 24일 오후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갈 새 사내이사 명단이 발표됐다.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가 그들이다. 기존 사내이사 중에는 장인환 부사장(탄소강사업부문장)만 유임이 결정됐다. 사내이사직을 내놓게 된 박기홍 사장(기획재무부문장), 김준식 사장(성장투자사업부문장), 김응규 부사장(경영지원부문장)은 모두 계열사 CEO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 내정자는 포스코의 최우선과제로 ‘혁신’을 내세웠다. 2월 3일 출범한 태스크포스(TF)팀에도 ‘혁신 포스코 1.0추진반’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정도다. 재계에선 “큰 변화가 예상됐지만 사내이사를 한꺼번에 3명이나 교체할지는 몰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오준호’의 조직개편 방안도 베일을 벗었다. 포스코는 철강생산, 철강사업,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로 구성하고 회장 직속 가치경영실을 신설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현재 6개 사업부문(기획재무, 경영지원, 기술, 성장투자사업, 탄소강사업, STS사업), 2소(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3본부(마케팅본부, CR본부, 원료본부)로 이뤄져 있다. 새 조직개편은 철강 경쟁력에 더 초점을 맞춰 조직을 단순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권 회장 내정자가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되살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사내이사 3명 한꺼번에 교체

철강생산본부는 포항·광양제철소와 해외 제철소, 가공센터 등 철강생산과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고, 철강사업본부는 철강 제품 판매 및 마케팅에 주력할 예정이다. 기존 기획재무와 성장투자사업부문이 합쳐져 재무투자본부로, 경영지원부문과 CR본부 등이 경영인프라본부로 통합된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4개 본부의 세부적인 업무 분담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각 본부를 이끌 수장은 대략 윤곽이 나왔다. 철강생산본부는 포항제철소장과 탄소강사업부문장을 거친 김진일 사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 전문가인 장인환 부사장이 철강사업본부장이 될 공산이 크다. 재무통인 이영훈 부사장과 인사 전문가인 윤동준 전무는 각각 재무투자본부와 경영인프라본부를 총괄할 예정이다.

포스코 조직개편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치경영실이다. 이 조직은 회사 재무부문 리스크 관리를 담당하면서 포스코와 그룹 내 계열사의 신규 사업 투자를 관리 및 감독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일부에선 이구택 전 회장 시절인 1994년 운영한 적이 있던 기획조정실이 20년 만에 부활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를 부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가치경영실은 4개 본부와 수평적 위치에 있는 조직으로 각 본부의 업무를 총괄하던 성격의 기획조정실과는 분명히 다르다”며 “현재 포스코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신규 투자 업무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추진반서 사업 옥석 가리기

포스코, 개혁 용광로서 혁신 뽑아내나

새로운 사내이사가 된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왼쪽부터).

권 회장 내정자의 ‘새판 짜기’는 5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될 혁신추진반에 의해 이뤄진다. 혁신추진반 구성원의 면면을 살펴보면 포스코와 그룹 계열사 인력이 골고루 배치돼 있다. 추진반장인 권 회장 내정자 바로 아래 김응규 부사장과 최명주 포스텍기술투자 사장이 공동총괄을 맡는다. 김 부사장은 계열사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지만 최 사장은 현재 유력한 가치경영실장 후보다.

혁신추진반의 4개 중점 부문에는 각각 임원 2명씩이 있다. 철강 경쟁력 강화 부문은 포스코 박성호 전무(철강기술전략실장)와 오인환 전무(마케팅본부장)가 이끈다. 박 전무는 지난해 3월 기술부문 철강기술전략실을 맡아 기술총괄장인 권 회장 내정자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필해왔다. 오 전무는 철강 제품 판매 및 마케팅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소재가공 전문 계열사인 포스코P·S를 거쳐 지난해 3월 마케팅본부장에 올랐다.

신성장동력 확보 부문에는 장인화 포스코 상무(신사업실장)와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철강연구전략센터장)이 있다. 장 상무는 권 회장 내정자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을 이끌던 2009~2011년 RIST 연구소장을 맡은 바 있다. 신 선임연구원도 RIST 출신이다. 재무구조 개선은 조용두 포스코 상무(경영진단실장)와 조청명 대우인터내셔널 전무(경영기획총괄)가 담당한다. 둘 다 포스코 싱크탱크인 포스코경영연구소를 거친 재무 전문가다.

경영 인프라 부문에선 김세현 포스코 상무(혁신지원실장)가 눈에 띈다. 포스코는 삼성전자에서 개발혁신 업무를 담당했던 그를 2010년 생산성연구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3월 포스코P·S에서 포스코ICT로 자리를 옮긴 최종진 상무(경영지원실장)도 김 상무와 함께 경영인프라 부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 팀별로 7~8명씩 배치된 직원도 포스코 내부와 외부 인사가 거의 절반씩을 차지한다.

포스코는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이 2008년 17.2%에서 지난해 4.8%로 추락했다. 반면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65.7%에서 84.6%까지 18.9%p나 높아졌다. 2011년 90%를 상회하던 부채비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해외 신용평가기관들은 포스코 신용등급을 매년 한 단계씩 낮추고 있다. 권 회장 내정자가 재무투자본부와 별도로 신사업 투자를 관리 및 감독할 가치경영실을 신설키로 한 배경이 바로 여기 있다.

혁신추진반은 현재 포스코 내 모든 사업 및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샅샅이 훑는다. 투자를 늘려야 할 사업, 곧바로 접어야 할 사업, 속도 조절이 필요한 사업을 명확히 가려내려는 작업이다. 권 회장 내정자는 줄곧 ‘시장가치가 있는 기술’을 강조한다.

포스코의 한 연구개발 부서 관계자는 “혁신추진반에서 수시로 프로젝트를 정리해 보고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며 “각 프로젝트 담당자는 본인 업무가 사라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 차기 경영진은 현재 46개에 이르는 계열사 가운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과감히 매각 또는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차입금 비중을 낮춰 부채비율도 올해 76%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권 회장 내정자는 3월 14일 주주총회에서 ‘내정자’ 꼬리표를 떼면 곧바로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글로벌 철강경기 불황, 중국 철강업체의 추격 등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포스코가 어떤 항해를 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주간동아 927호 (p22~23)

김창덕 동아일보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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