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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年 1조2천억 피해 부르는 ‘눈 폭탄’

최근 8년간 대설주의보 3배 급증…시설 농가 많은 충남이 가장 큰 피해

  •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uwon@hri.co.kr

年 1조2천억 피해 부르는 ‘눈 폭탄’

年 1조2천억 피해 부르는 ‘눈 폭탄’

강원 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린 2월 12일 육군 2사단 쌍호부대 장병들이 고성군 토성면 신평리 마을에 고립된 김해송(85) 할아버지 부부를 구조하려고 이동로 확보작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겨울의 대표적 기상현상은 한파와 눈이다. 그중 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 보자. 먼저 우리가 자주 듣는 용어부터 정리하면, 강설(降雪)은 눈이 내리는 현상 그 자체를 뜻하며, 적설(積雪)은 눈이 내려 쌓이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눈이 많이 내리는 것을 대설(大雪) 또는 폭설(暴雪)이라 하지만, 이 두 용어에 대해서는 공식적 기준이 없다. 다만 기상청이 일기예보를 통해 활용하는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에는 기준이 있다. 적설이 5cm 이상 예상될 때 주의보를 내리고, 20cm 이상 예상될 때 경보를 발령한다. 추세를 보면 우리나라에 발령된 대설주의보와 대설경보는 2003년 각각 47회와 9회에서 2011년 156회와 23회로 크게 늘었다.

1mm 더 쌓일 때 1억9천만 원 날아가

한국에 눈이 내리는 기간은 주로 12~3월이다. 2000년 이후 전국 평균으로 1월에는 15.3cm 눈이 쌓였고 12월 11.3cm, 2월 8.7cm, 3월 6.8cm 순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각 기상관측소의 평균 적설량값 기준으로 강원도가 79.8cm로 가장 많은 눈이 내리고 부산이 7.1cm로 가장 적은 눈이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호남과 경북에도 눈이 잦은 편이다.

눈이 오면 흔히 부정적 여파만 생각하기 쉽지만, 눈은 긍정적 구실도 한다. 국립기상연구소는 2010년 1월 4일 발생한 강설로 약 8254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수자원 확보, 산불 방지 같은 봄 가뭄피해 경감 효과가 약 7958억 원으로 전체 경제적 효과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004년 미국의 한 연구결과는 강설이 스키, 등산, 낚시 등 겨울철 레저산업에서 연간 103억 달러 이상의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반면 부정적 영향은 훨씬 명확하다. 눈에 의한 재산피해 대부분은 비닐하우스, 축사 등 농축산업과 관련한 시설물 피해다. 체육관 같은 대규모 공공시설도 심심치 않게 피해를 입는다. 재산피해를 지역별로 보면 충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규모는 연평균 665억 원에 달한다.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강원도가 56억 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심하게 많은 액수다. 이는 충남 지역이 강원도보다 시설농가가 많아서일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월별 재산피해는 역시 눈이 잦은 1월이 822억 원으로 가장 많지만, 가장 적게 내리는 3월 피해액도 774억 원으로 만만치 않은 규모다. 강설 대비가 허술해지고 농사 준비에 들어간 시점에 갑작스레 눈이 내리면 피해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 발생한 대규모 재산피해 사례를 보면 우리 기억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남은 경우가 적지 않다. 먼저 2001년 1월 7~9일에는 강원 대관령 87.7cm, 서울 15.6cm 등 폭설이 내려 이재민 2538명과 재산피해 6590억 원이 발생했다. 2004년 3월 4~5일에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설이 전국을 강타했다. 4일에는 서울 18.5cm, 강원 원주 16.0cm, 경기 문산 23.0cm 등 중부지방에 강설이 집중했고 5일에는 보은 39.9cm, 대전 49.0cm 등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렸다. 이에 따라 발생한 이재민이 2만5145명, 재산피해가 6734억 원에 이르렀다. 2005년 12월 3일부터는 20일가량 강한 바람과 한파를 동반한 많은 눈이 장기간 지속적으로 내리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 만에 눈이 60cm나 쌓이기도 했다. 이 눈으로 이재민 6511명과 재산피해 5206억 원이 발생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큰 경제적 피해를 입는지 그 규모를 추정해보자. 눈에 의한 피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지만, 일단 재산피해와 교통혼잡, 제설에만 한정해 논하기로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눈이 1mm 더 쌓일 때마다 재산피해는 1억9000만 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국 16개 시도의 최근 10년간 연평균 적설량을 적용해보면 연간 약 7300억 원 규모가 된다(표 참조).

눈이 오면 도로 위 차들이 제 속도를 낼 수 없으므로 사람 이동과 물류가 지체 또는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교통혼잡비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적설량을 적용할 경우 고속국도에서 약 500억 원, 일반국도와 지방도에서 약 2000억 원 등으로 총 2500억 원 내외의 혼잡비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재해위험 관리 능력 높여야

年 1조2천억 피해 부르는 ‘눈 폭탄’
도로에 내린 눈을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 역시 최근 10년간 연평균 적설량을 적용해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고속국도, 일반국도에서 제설비로 약 2200억 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이 세 가지 경제적 피해만 합해도 우리나라에서 눈 때문에 연간 1조2000억 원 내외 돈이 증발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특히 서두에서 본 것처럼 최근 대설특보 발령 횟수가 증가하고 적설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정도가 점증한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눈 때문에 경제적 피해가 커질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의 자연재해 대책은 여름철 호우와 태풍에 집중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눈이 가져다주는 피해를 줄이는 데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해위험 관리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눈에 의한 피해는 특정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는 지역에 재난 대비나 제설작업을 위한 예산 비중을 높일 필요도 있다. 민간 부문도 할 일이 적지 않다. 대체 물류망을 꾸준히 발굴하는 한편, 피해 발생 개연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 보험을 가입하는 등 눈에 의한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다층적으로 얽힌 현대사회는 소담스럽게 내리는 함박눈마저 흐뭇하게 지켜볼 수만은 없게 만든다. 당장 농업 부문 종사자나 군인, 경찰, 소방수, 도로시설 관계자 등 공공 부문에서 재해 대비 업무를 맡은 이들에게는 쌓이는 눈만큼 걱정도 쌓여갈 것이다. 눈이 내릴 때 한 번쯤 이들의 노고를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함께 사는 사회 구성원이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싶다.

年 1조2천억 피해 부르는 ‘눈 폭탄’

서울 시내에 기습적으로 폭설이 내린 1월 20일 차량들이 전조등을 켠 채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다.





주간동아 2014.02.17 925호 (p18~19)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uwon@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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