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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천재 송유근의 새해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16세 송유근 군 학문에 몰입 박사학위 논문 준비…남다른 재능 마음 고생도 커

  •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천재 송유근 군은 현재 UST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지능지수(IQ) 210의 신동’ 김웅용 씨가 51세 나이로 어렵게 교수 꿈을 이뤘다는 소식을 접하고 많은 사람이 천재소년 송유근(16) 군을 떠올렸을 것이다. 송군은 김씨 못지않은 천재로 8세에 인하대에 입학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으나 인하대에서 중퇴하고 한국천문연구원에 입학한 이후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한때 한국 영재교육 터전이 나빠 송군이 가진 영재성을 사장시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주간동아’가 송군 근황을 확인해보니 2014년 1월 현재 송군은 여전히 영재성을 잃지 않은 채 학문에 몰입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송군은 자택이 있는 경기 구리시와 지도교수가 있는 서울 이화여대,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산하 한국천문연구원을 오가며 박사학위 논문 준비에 여념 없었다.

송군과 그의 부모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처음엔 수락지 않았다. 어려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동시에 질시, 악의적 언어 공격 등도 받은 터라 인터뷰는 수락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또 다른 한국 영재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조언해달라고 설명한 끝에야 어렵사리 인터뷰 허락을 얻었다.

178cm 좌충우돌 성장통 겪는 시기

송군을 직접 만나니 몇 년 전 TV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성숙해 있었다. 올해로 만 16세가 된 그는 키도 178cm로 훌쩍 자라 제법 청년 티가 났다. 수줍고 조용한 성격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지만, 사춘기 아이라면 누구나 겪는 크고 작은 마음의 소용돌이도 적잖이 겪었다고 한다.



아버지 송수진(54) 씨에 따르면 송군은 한동안 문학에 심취했다 자전거에 푹 빠지기도 하고 게임에 미치기도 했다. 부모 처지에선 사춘기 열병에 시달리듯 뭔가에 빠져들었다 또다시 일상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아이 모습이 걱정스러웠지만 그 또한 성장의 한 과정이려니 생각하며 지켜봤다고 한다.

“난생처음 반항이란 것도 하더군요. 아빠 연습을 많이 하는 중입니다. 이제는 아이가 부모 손을 놓고 강을 건널 준비를 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언제까지 부모가 따라다닐 수도 없을 테고요.”

UST에 진학한 후에도 송군은 여전히 혼자다. 구리와 서울, 대전을 오가며 학업을 이어가는 송군의 생활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또래와 사뭇 다르다. 학교에서 또래와 어울리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일반 청소년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UST 학생들에 따르면 “송군 부모가 송군을 과보호한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좀 더 독립적으로 학우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송군 의사가 무시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송군은 UST 진학 후에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학우들과의 모임 등에 제대로 참석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은 송군이 “더 자유롭게 학우들과 어울려 학문적 교류를 해나간다면 더 나은 성과를 이루지 않을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송군 부모가 그의 손발이자 충실한 보호막 구실을 계속해나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송군에 대한 세상 시선이 그렇게 곱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초교 입학과 졸업 문제를 시작으로 대학 진학과 자퇴, 학점은행제를 통한 학점 취득, 대학원 진학에 이르기까지 송군의 진로 선택에는 수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람들은 어린 송군은 물론 부모조차 감당하기 힘든 추측과 비난을 쏟아냈다.

“이제야 겨우 논문 준비에 집중하게 됐는데 또다시 최근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 사람들이 알아보고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지 않을까 걱정이에요.”

송군 어머니 박옥선(56) 씨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떠도는 악성루머에 송군이 상처 받을까 늘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이제야 세간 관심이 많이 줄었는데 또다시 언론에 근황이 공개되면 사춘기를 막 지난 송군을 괴롭히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털어놨다. 철모르는 어린 시절 TV 출연이나 인터뷰를 꽤나 즐거워하던 송군이 최근엔 슬그머니 싫은 내색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짊어져야 했던 ‘천재’라는 타이틀의 그늘에 도사린 위험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가 된 것이다.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담소 중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송유근 군과 어머니.

검정고시 연령 제한 ‘뜨거운 감자’

남다른 재능 때문에 겪어야 했던 송군의 속병은 초교 입학 무렵부터 시작됐다. 송군은 7세에 남양주시 심석초교 자체 평가를 거쳐 6학년으로 입학했으나 ‘초등교육법상 조기졸업은 저학년 입학 후 조기진급해야 한다’는 교육부 주장으로 입학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소송을 제기해 “의무교육은 교육받을 권리가 근본 취지로, 6학년으로 입학한 기득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송군을 졸업시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에 따라 월반 과정을 거쳐 조기졸업하고 중고교 졸업 검정고시를 1년 만에 마쳤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나라 각 시도교육청은 중학교 입학자격(중입) 검정고시 응시 연령 기준을 만 12세 이상으로 할 것을 고집한다. 법은 바뀌었지만 시도교육청에서 중입 검정고시 응시원서를 받아주지 않으면 또래에 비해 학업 능력이 우수한 영재가 검정고시로 학업 과정을 빠르게 이수할 수 있는 길이 없는 셈이다. 송군 같은 영재를 둔 부모들은 송군 사건 이후 10여 년이 흘렀지만 교육행정체계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영재를 둔 부모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는 초등학생의 검정고시 학력 인정 문제는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로 2년째 진척이 없다. 소송을 낸 당사자는 유모(10) 군 가족이다. 유군은 2007년 만 5세 나이로 초교에 입학했다가 4학년이던 2010년 9월 개인적 사유로 1년간 휴학한 뒤 다시 4학년 과정을 배워야 하자 중입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은 중입 검정고시 응시 규정이 ‘학년 초(3월 1일)를 기준으로 만 12세 이상인 자’인 점을 들어 응시원서를 반려했고, 유군 측은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1심에서는 “검정고시에서 응시 연령을 획일적으로 제한한 것은 아동의 개별적 능력 차이를 고려하도록 한 법 제정 취지에 반한다”며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에서는 “초등교육 의무는 학교교육의 원칙이고 검정고시는 보충적 요인에 불과하다”며 “보충적 학력 인정 제도인 검정고시에서 그 응시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고 만약 원고 청구대로라면 초등교육 의무는 의무가 아닌 선택교육이 된다”며 이를 기각했다.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송유근 군의 어머니 박옥선 씨.

이후 2012년 6월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심귀섭 부장판사)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중입 검정고시 응시를 제한한 것은 부당하다”며 유군이 대전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응시 제한 처분 취소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사실 속 모르는 사람은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려면 초등학교 교육 정도는 정규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하는데, 유근이 같은 아이가 일반 학교에 가면 오히려 따돌림당하기 십상이에요. 유근이도 학교에 갔더니 같은 반 아이들이 ‘123456789 곱하기 123456789가 얼마야. 모르지. 그럼 천재도 아니네’라는 얘기를 했다더라고요. 아이들은 아직 자신과 다르거나 특출 난 재능을 가진 또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 존재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자신과 다르거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를 질투와 시기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죠.”(송수진 씨)

송씨는 영재는 어느 특정 분야에서 또래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일 뿐, 날 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잘하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송군 경우에도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유별났고 그 분야에 재능을 보였을 뿐인데, 그것으로 오히려 또래가 경험할 수 있는 많은 것에서 소외됐다는 얘기다.

맨땅에서 축구하는 꼴

천재의 반항…그도 사춘기를 통과 중

송유근 군이 블랙홀과 관련한 수학문제를 푼 메모지.

송군의 경우 대학생활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꼈다. 송군 같은 영재가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처럼 자기 재능을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려고 어린 나이에 대학에 진학한 또래가 주변에 전무했기 때문이다.

“인하대는 영재교육원 시절부터 친숙해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이 많은 곳이에요. 박제남 교수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저를 열성적으로 지도해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다만, 제가 너무 어렸던 탓에 대학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모임이 있을 때면 선배, 동기들이 저를 배려해 피자집에서 만나도 결국 저 혼자 기숙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들과 어울려 맥줏집에 가거나 영화 관람을 할 수도 없었으니까요.”(송유근 군)

송군은 대학 시절 할머니를 많이 따랐는데, 할머니나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독학으로 조기 졸업이 가능한 학점은행제를 선택했고, 입학 후 3년 만에 학점은행제로 전환해 전자계산학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으로 UST를 선택한 이유는 송군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천체물리학 지도를 담당해준 박석재 박사가 UST 소속 한국천문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UST에 진학하면서 송군은 천체물리학에 새롭게 눈을 떴다. UST는 연구중심 대학원이라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송군에게는 큰 힘이 됐다.

“언젠가 유근이가 어렸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가 보기엔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보다 목화를 재배하고 실용화한 정천익이란 사람이 진짜라는 겁니다. 문익점은 목화씨를 가져오긴 했으나 그것을 싹 틔우거나 키울 재주가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가 들여온 목화씨는 무용지물이었고, 오히려 목화를 재배하고 베 짜는 기술을 전파한 농사꾼 정천익이 더 중요한 사람이 아니겠느냐는 얘기였죠. 저는 유근이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사소한 재능이라도 자기 재능으로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을까요.”(송씨)

송군 부모는 김연아 선수 이름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우리나라 같은 동계스포츠 불모지에서 김연아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것을 키워주려고 노력한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송군 같은 영재에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재에게 불필요한 부분은 강요하지 말고 자기 재능을 살리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래야 영재가 시행착오를 줄이고 국가와 사회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씨는 “비유하자면 지금 유근이는 잔디구장 아닌 맨땅에서 축구하는 꼴이다. 부모 된 마음으론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지만 그럴 형편도, 여건도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현실은 비단 송군에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취재 도중 만난 어느 영재 어머니는 “아이에게 주어진 재능이 저주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그러면서도 괜한 구설수에 오를까 봐 아이 얘기를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주간동아 2014.01.27 923호 (p32~34)

김지은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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