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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이형석의 영화 읽기

소년이여, 지구와 인류를 구하라!

개빈 후드 감독의 ‘엔더스 게임’

  •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소년이여, 지구와 인류를 구하라!

소년이여, 지구와 인류를 구하라!
비유컨대 영화 ‘엔더스 게임’은 ‘우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버전’의 ‘해리 포터’다. 특별한 운명과 재능을 가진 소년이 인류 구원자로 선택받는다. 그는 최고지도자가 되기 위한 시련과 훈련 과정을 거친다. 동료들과의 경쟁, 탈락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지만, 소년은 세상을 배우며 인류의 유일한 구원자이자 최고지도자로서의 사명을 자각한다. 그 길은 외롭지만 의롭고, 저버릴 수 있지만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숙명의 길’이다.

‘엔더스 게임’의 주인공 엔더(아사 버터필드 분)가 해리 포터와 다른 점은 마법 대신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는 영재 마법사들 학교인 ‘호그와트’ 대신 우주전쟁 군사지도자를 양성하는 엘리트 전사들의 훈련소로 간다. 해리 포터는 절대악 ‘볼드모트’와 싸우지만 엔더는 외계인과의 전쟁을 지휘한다.

‘내가 만일 나라와 지구를 구할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존재라면?’ 동화나 만화, 영화를 보면서 아주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상상이 아닐까. ‘엔더스 게임’은 수많은 작품의 상상력을 통해 반복된 소년 영웅담이자 성장담이다.

엔더는 극 중에서 인류를 구원할 유일자 ‘더 원’(The One)이라 불린다. ‘엔더스 게임’의 배경은 2086년. 50여 년 전 우주전쟁에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던 인류는 외계종족 포빅의 예고 없는 침공으로 절멸 위기에 처했다가 유일 영웅의 탁월한 전략과 헌신적인 활약 덕에 가까스로 살아남은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계인의 침공과 우주전쟁에 대비하려고 인류는 우주함대를 결성한 뒤 천재적인 지능과 전략, 전투능력을 갖춘 소년 지도자들을 키운다. 우주함대를 지휘하는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 분)은 단 한 명의 뛰어난 지도자가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지구의 영웅이자 최고지도자는 어린 소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어린아이의 단순한 눈이 (전략 대결에서) 복잡한 정보를 해석하는 데 성인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라프 대령의 지론이다. 바둑에서 앳된 소년 기사가 성인 고수를 물리치는 일이 드물지 않고, 컴퓨터 게임에서 어른이 아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영화 속 그라프 대령의 가설이 황당하지만은 않다.  



그라프 대령은 훈련생 중에서도 엔더를 최후의 전쟁을 이끌 단 한 명의 최고지도자로 꼽는다. 엔더는 과도한 폭력성으로 전투학교 유망주에서 탈락한 형과 지나친 연민 때문에 낙오한 누나로 내면의 상처를 가진 소년. 하지만 전략을 이해하는 탁월한 지능과 부하들을 이끄는 천재적인 리더십, 빠르고 단호한 결단력, 어떤 권위에도 굴복하지 않는 카리스마를 지녔다. 갈등과 번민 속에서도 엔더는 최고지도자로서 자질을 증명하며, 우주 함대 최고사령관이 되는 최후 관문인 ‘가상전투’에 나선다.

엔더는 강인한 정신과 육체를 지닌 소년 영웅이지만 내면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폭력성,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회의와 연민, 최고지도자가 겪어야 하는 외로움 때문에 때로 좌절하고 방황에 빠지기도 한다. 우주 공간과 우주 전투함대를 재현한 영상이 첨단의 위용을 자랑하는 가운데 인류 구원자로서의 운명을 자각하는 소년 영웅의 성장담이 펼쳐지는 작품이 ‘엔더스 게임’이다.

아사 버터필드는 올해 15세로, 용의주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을 매력적으로 연기했다. 소년의 감성을 자극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화려한 비주얼을 갖춘, 특히 아빠와 아들이 같이 볼만한 영화다.



주간동아 2014.01.06 920호 (p72~72)

이형석 헤럴드경제 영화전문기자 suk@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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