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7

2013.10.07

사람 잡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아시나요?

죽고 싶은 통증 갑자기 발생…합병증 줄이고 꾸준히 치료해야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3-10-07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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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잡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아시나요?
    “생살을 찢는 기분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추석 차례 준비로 무리를 한 가정주부 이모(57) 씨는 어느 날부터 왼쪽 가슴 부위에 물집이 잡히더니 그 부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피부 문제라고 생각해 가까운 피부과를 찾은 이씨는 대상포진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했다. 피부에 발생한 물집은 사라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물집이 잡혔던 부위가 닿기만 해도 아프고 전기가 오는 듯한 통증이 심해져만 갔다. 주변 권유로 통증의학과를 방문한 이씨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예년보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대상포진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부쩍 많았다. 대상포진은 어린 시절 수두를 일으켰던 수두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다시 활성화했을 때 발병한다. 대상포진은 발진, 수포, 극심한 고통 등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 기타 전신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특히 잘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발진, 수포가 발생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치료하면 비교적 쉽게 증상이 완화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각종 급성, 만성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수포가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극심한 고통이나 감각이상 등이 계속된다면 반드시 통증의학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이씨처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 잡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아시나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증상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암환자만큼 통증 심각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만성합병증 가운데 하나로 대표적인 난치성 통증질환이다. 고령이거나 면역력 저하가 심한 사람, 대상포진이 안면부에 발생했거나 피부 발진 전 전구통증이 심했던 사람에게 특히 잘 발생하며, 특히 70세 이상 대상포진 환자의 최대 50%까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발생한다. 대한통증학회가 9월 25일 ‘제3회 통증의 날 캠페인’을 맞아 지난해 1월부터 12개월 동안 전국 11개 2, 3차 의료기관의 마취통증의학과를 방문한 환자 1414명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흉추부(52.9%)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삼차신경(얼굴과 머리에서 오는 통각과 온도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뇌신경·15.6%), 요추부(13.8%), 천골(골반·3%), 머리(1.4%), 무포진성(0.1%) 등의 부위에서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칼로 베이거나 화상을 입은 듯한 정도의 통증을 유발하며, 통증이 발생한 부위에 바람이 닿거나 얇은 옷에 스치는 정도의 가벼운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이 따른다. 이 때문에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극심한 통증과 함께 우울증, 불면증, 식욕부진 같은 각종 신경정신과적 문제를 동반한다. 실제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공통적으로 육체적, 정서적 장애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사람 잡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아시나요?

    신경차단술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치료하는 모습.

    대한통증학회 홍보위원인 양종윤 박사(구리 굿모닝 통증의학과 원장)는 “통증을 수치화해 그 정도를 평가하는 통증점수(Pain Rating Index)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초·중기 암환자가 느끼는 통증보다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유발하는 만성적 통증은 환자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진단을 위한 특별한 검사가 없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감염된 과거력과 임상적 양상에 따라 진단할 수 있다. 그래서 자칫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시기를 놓쳐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최근 국내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15.4%로, 대상포진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인 8.5%에 비해 약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관련 진료비 역시 2008년 약 63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 약 119억 원으로 급증해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따르는 사회적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60세 이상 고령의 경우 특히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및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를 연령별로 비교한 결과, 전체 대상포진 환자 가운데 60세 이상의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근 5년간 평균 32.7%에 그쳤던 반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경우 57.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령의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는 판단력, 경계심 등이 저하되고, 통증을 표현하는 언어 구사력 또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는 통증을 감소시키고 우울증이나 불면증, 기능장애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삼환계 항우울제, 항경련제, 국소 리도카인, 마약성 진통제 같은 약물을 권장하며, 이 밖에도 신경차단술, 정맥 내 약물주사요법, 고주파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시행한다.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완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일부는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치료법은 완치를 위한 것이 아닌, 치유하는 동안 증상 완화를 위한 것인 만큼 현실적인 치료 목표를 갖고 지속적으로 관리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발생하면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관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치료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대상포진 발생 초기 적극적으로 조기 치료를 함으로써 신경통으로 이환되는 것을 막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대상포진 발생률을 약 50% 감소시키고,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해도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환될 확률을 약 3분의 1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50~59세에서 약 70%, 60~67세에서 약 64%, 70세 이상에서 약 38%의 예방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수두를 앓았다 할지라도 50세 이상이면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양종윤 박사는 “최근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대상포진은 물론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라면서 “대상포진이 발생했다면 초기에 통증클리닉을 방문해 적극적인 치료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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