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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김작가의 음담악담(音談樂談)

서로 치부를 후벼 판 힙합계

한국판 디스 전쟁

  •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서로 치부를 후벼 판 힙합계

서로 치부를 후벼 판 힙합계

디스 전쟁을 일으키며 지명도를 획득한 래퍼 스윙스.

한국 힙합이 이슈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례 없던 대규모 디스 전쟁 때문이다. ‘디스’란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준말로, 랩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 문화다. 음악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은 팝계에선 꽤 유서 깊은(?) 행위다. 비틀스 해체 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이 각각 ‘Too Many People’‘How Do You Sleep’이란 노래로 서로를 맹렬히 디스했던 일은 팝 역사에서 유명하다.

힙합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디스전의 전말은 이렇다. 1990년대 중반 미국 힙합 세력은 뉴욕을 중심으로 한 동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로 양분됐다. 각각 서부와 동부를 대표하던 투팍과 노토리어스 B.I.G.(비기)는 투팍이 누군가로부터 총격을 받자 적이 됐다. 투팍은 이 사건이 비기와 그 일당의 소행이라 믿고 ‘Hit’Em Up’이란 노래로 비기를 비롯한 동부 힙합 뮤지션을 그야말로 가루가 되도록 ‘깠다’. 이 노골적인 분쟁은 결국 투팍과 비기 모두 익명의 범인에게 총격을 당하고 나서야 막을 내렸다.

이러한 디스전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8월 21일 스윙스가 사실상 한국 힙합계 전체를 도발하는 ‘King Swings’를 발표하며 시작된 이 디스전은 테이크원의 ‘Recontrol’, 어글리 덕의 ‘Ctrl+alt+del*2’, 딥플로우의 ‘Self Control’이 하루이틀 간격으로 발표되면서 물이 올랐다. 그리고 8월 23일 전선이 요동쳤다. 지명도가 있던 슈프림팀 출신의 E-Sens(이센스)가 전쟁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You Can’t Control Me’를 발표하며 슈프림팀 시절 소속사였던 아메바컬쳐의 설립자와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를 맹렬히 디스했다.

기존 디스전이 서로의 사생활을 힙합 특유의 허세에 실어 비난했다면, 여기엔 ‘비즈니스’가 얽혀 있었다. 이센스가 갑자기 슈프림팀을 탈퇴하고 소속사와 결별한 정황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디스곡은 아메바컬쳐와 이센스 사이에 뭔가 수상쩍은 일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같은 날 개코는 자신의 트위터에 ‘control 비트 다운받았습니다’라는 말로 참전 의사를 표명했고, 다음 날 ‘I Can Control You’를 온라인에 올렸다. 대마초 사건 등을 거론하며 이센스를 디스하는 노래가 발표되자 힙합 팬과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서로의 치부를 후벼 파는 디스전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개코의 대응에 이센스는 8월 23일 새벽 ‘True Story’를 내놓으며 개코와 아메바컬쳐에 다시 한 번 핵 펀치를 날렸다. 여기에 개코와 함께 이 무차별적 디스전의 주요 타깃이 된 전 슈프림팀의 사이먼디(쌈디)가 비슷한 시간대에 ‘Control’을 내놓으며 이센스와 아메바컬쳐 간 문제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자신을 도발한 스윙스에게 부산 사투리로 온갖 욕을 퍼부었다. 결국 스윙스는 ‘신세계’를 끝으로 발을 뺐고, 이후 디스전의 주요 인물들도 추가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전쟁의 승자와 패자는 누구일까. 먼저 다이나믹 듀오와 아메바컬쳐가 치명상을 입은 것은 분명하다. 이센스가 아메바컬쳐 내부의 ‘수상한 거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센스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도 전 소속사를 디스해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스윙스만큼 수확을 얻지는 못했다. 스윙스는 한순간에 힙합계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누구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발을 뺐지만 단숨에 지명도를 획득했다. 물론 이 일로 한국 힙합계는 실보다 득이 더 많다. 감정을 표현하는 힙합 문화를 대중에게 알렸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13.09.09 904호 (p70~70)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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