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03

2013.09.02

노란 꽃 속에서 미소 짓는 부처님

금불초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9-02 09: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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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꽃 속에서 미소 짓는 부처님
    조형물처럼 깔끔하게 단장해놓아 좀체 눈길이 가지 않던 아파트 단지 내 화단이 갑자기 환해졌다. 살짝 다가가 보니 금불초(金佛草)가 피었다. 더위와 일상에 찌푸렸던 얼굴이 금세 펴지며 밝아진다. 오래 못 본 옛 동무라도 만난 듯 친근한 생각이 든다. 관리인이 잡초라며 뽑아버렸다면 어쩔 뻔했는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꽃치고 아름답지 않은 게 드물고,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마음이 밝아지지 않는 이가 없을 터. 보통의 꽃이 그러할진대 금부처만큼 밝은 금불초는 오죽하랴. 무척 환하고 아름다워 마음까지 밝아진다. 금물결을 이루듯 무리지어 핀 금불초를 바라보며 마음을 밝히고 있노라니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스쳐간다. 이렇게 가을이 오려나 보다.

    금불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데, 습기가 있으면서도 햇볕이 잘 드는 산 가장자리에서 주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다 자라면 두 자 정도 될 만큼 크다. 손가락 길이쯤 되는 길쭉한 피침형의 잎은 마주나며, 밑부분이 갑자기 좁아져 아예 잎자루가 없거나 원줄기를 감싸고 있는 게 특징이다. 꽃은 여름에서 초가을까지 핀다. 꽃차례 지름도 3~4cm나 된다. 금색으로 보일 정도로 밝은 노란색이 아주 선명하고 참 곱다. 가장자리에 달리는 뾰쪽한 혀 모양의 설상화(舌狀花)는 아주 가는 편으로 이 또한 금불초의 특징이다.

    이 꽃에 금불초란 이름이 붙은 것은 실제 꽃 모양이 금으로 만든 부처상을 닮아서인데 노란색으로 피는 꽃이 금부처처럼 환하다. 좀 더 오래 꽃과 사귀며 들여다보면 부처 얼굴처럼 잔잔하면서 평화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게다가 질척한 땅이나 마른땅이나 가리지 않고 피어나는 습성은 흙탕물에서도 꽃을 피우는 연꽃의 특징을 닮은 듯도 하다. 금비초(金沸草), 여름 국화라는 뜻의 하국(夏菊), 누렇게 익은 꽃이라고 황숙화(黃熟花), 동그란 꽃 모양이 금화(金貨)를 닮았다 해서 금전화(金錢花) 또는 금전국(金錢菊), 선복화(旋覆花) 등으로도 부른다. 영어로는 ‘Chinese elecampane’이다.

    예전에는 산 가장자리 혹은 논과 밭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어 관심을 받지 못했다. 우리가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말이다. 하지만 개체수가 줄어든 요즘은 관상 야생화로 많은 관심을 받는다. 여러 포기를 모아 심으면 무척 아름답다. 특히 개화시기와 꽃 모양, 키가 비슷하면서 보라색 꽃이 피는 벌개미취와 나란히 모아 심으면 멋진 화단을 가꿀 수 있다. 이 꽃은 드물게 습기에 잘 견디는 식물이면서 동시에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



    한방에서는 꽃 말린 것을 선복화라고 부르며 금불초와 그 유사종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약으로 쓴다. 기침, 천식, 소화불량, 딸꾹질, 배에 가스가 찰 때 등 다양한 증상에 긴히 쓰인다. 4~5월 싹이 돋아나면 어린순을 먹기도 하는데, 맵고 쓴맛이 있어 데쳐 찬물에 하루 정도 우려낸 다음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에 넣어 먹는다.

    금불초로 시작한 환한 마음이 금물결처럼 이어져 오늘 하루 모두가 행복하고 평화롭길 기원한다.

    노란 꽃 속에서 미소 짓는 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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