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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의 ‘망달당달’(망가지느냐 달라지느냐, 당신에게 달려 있다)

밥상 위 균형과 조화 ‘영양소 三國志’ 있었네

우유부단 유비-탄수화물, 강인함 관우-단백질, 좌충우돌 장비-지방

밥상 위 균형과 조화 ‘영양소 三國志’ 있었네

밥상 위 균형과 조화 ‘영양소 三國志’ 있었네
중국 사람들은 ‘8’이라는 숫자를 참 좋아한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 8월 8일 저녁 8시 8분 8초에 공식적으로 개막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중국인이 유독 숫자 8을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큰돈을 벌다’라는 의미의 ‘發財(파차이)’의 ‘發(파)’와 숫자 ‘八(빠)’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반면 숫자 ‘4’, 즉 ‘四(쓰)’는 ‘죽다’라는 뜻의 ‘死(쓰)’ 와 발음이 같아서 싫어하는 숫자인데, 이는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점은 중국인이 4라는 숫자 자체는 꺼려하면서도 훌륭한 업적이나 역사적, 지리적으로 내세울 만한 사실 등에서는 오히려 4라는 개념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4대 발명품을 필두로 4대 미녀, 4대 요리, 4대 명절, 4대 직할시, 사인방(四人幇) 등 그 예가 적지 않다. 중국 4대 기서(奇書)라는 표현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로는 ‘Four Great Classical Novels of China’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이 4대 기서에는 원(元)나라 때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와 시내암의 ‘수호전(水滸傳)’, 명(明)나라 때의 소설인 오승은의 ‘서유기(西遊記)’, 소소생의 ‘금병매(金甁梅)’가 포함돼 있다.

이 중 ‘금병매’는 ‘수호전’에 나오는 서문경과 반금련의 불륜 행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보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게 보더라도, 나머지 세 작품의 경우 등장인물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지도자급 인물을 중심으로 개성이 뚜렷한 부하들이 마치 좌청룡우백호(左靑龍右白虎)처럼 주위에 자리한다는 점이다.

생명 유지에 기본이자 전부

4대 기서의 맏형 격이자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영원한 베스트셀러로 손꼽는 ‘삼국지연의’를 들여다보자. 흔히 ‘삼국지’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중국 서진(西晋) 출신 역사가인 진수(陳壽)가 쓴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후세에 나관중이 장편소설로 재구성한 ‘삼국지연의’를 일컫는다. 어쨌든 ‘삼국지’는 그 유장한 서사 도입부를 유비와 관우, 장비 세 사람이 복숭아 동산에서 형제의 의를 맺는 이른바 도원결의(桃園結義)로 시작한다.



이후 이야기는 이들 의형제를 중심으로 파란만장하게 이어지는데 제갈공명, 조조, 주유 등 빛나는 영웅호걸과 재사들도 결국 이들 세 사람으로 구성된 줄거리의 중심축을 빛내주는 윤활유 구실에 그친다. 이 때문에 세 명이 모두 사망한 후에도 여전히 제갈공명의 출사표, 사마의의 활약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지만 ‘삼국지’가 주는 특유의 재미는 그 맥을 잃고 만다. 그만큼 ‘삼국지’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차지하는 상징적 존재감은 크다.

필자가 일견 ‘망달달당’의 주제와 전혀 관계 없어 보이는 중국 고전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우리 몸의 3대 영양소와 ‘삼국지’의 세 주인공을 연관시켜 설명하기 위해서다. 우리 몸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거나 에너지를 얻기 위해 그 재료가 되는 성분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이들을 통틀어 영양소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3대 영양소라고 부른다.

이들 3대 영양소의 특성을 잘 살펴보면 묘하게 ‘삼국지’의 세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탄수화물은 여러 면에서 유비와 비교된다. 에너지를 내는 데 사용하는 대표적인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오랜 인류 역사를 통해 밥과 빵 형태로 주식으로 이용돼왔다. 이는 촉한(蜀漢)의 주군이자 의형제의 중심인 유비의 구실과 잘 들어맞는다.

그리고 지방과 단백질에 비해 선악이 불분명하면서 눈에 띄는 특징적 개성이 없는 영양소라는 점도 유비의 우유부단한 성격과 닮았다. 주요 영양소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마치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눈에 띄는 개성이 없는 이런 특징이야말로 ‘삼국지’에서 유비가 보여주는 성격과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탄수화물 식이요법부터 그 반대인 고탄수화물 다이어트까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그 존재감과 평가가 왔다 갔다 하는 점도 탄수화물과 유비의 공통점일 것이다.

단백질은 관우와 닮았다. 우리 몸의 구성 성분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단백질은 믿음직한 장수로서 촉한 전력의 뼈대를 이루던 관우와 그 상징성이 매우 일치한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발달시키려면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는 근육의 구성 성분이 바로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육중한 청룡언월도를 종잇장처럼 휘두르며 가공할 근력을 자랑하던 관우의 강인한 몸매와 그 느낌이 상통한다. 또 3대 영양소 중에서 우리에게 항상 좋게 다가오는 단백질에 대한 느낌 역시 오늘날 신격화까지 되는 관우의 전통적 이미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다.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최선

밥상 위 균형과 조화 ‘영양소 三國志’ 있었네

탄수화물의 대명사인 쌀밥과 단백질이 풍부한 생선, 좋은 지방을 함유한 호두(위부터).

마지막으로 지방은 역시 장비의 몫이 될 것이다. 다혈질에 우락부락한 인상, 체구는 크지만 결코 근육질이라고 볼 수 없는 체형, 술과 기름진 안주를 즐기는 것 등은 우리가 지방이란 영양소에 대해 갖는 일반적인 인상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가끔 과격한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장비의 성격도 과다 섭취 시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지방의 성질과 그 느낌이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장비는 단점 못지않게 장점도 많은 매력적인 장수다. 만일 장비가 없었더라면 삼국 정립의 한 축으로서 촉한 건국의 가능성도, 그리고 오늘날 최고 베스트셀러로서의 ‘삼국지’의 가치도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방 역시 과도하게 섭취했을 경우의 문제점에도 피하지방 형태로 체온을 유지해주고 충격을 완화하는 구실을 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우리 몸의 세포 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는 영양소다. 이 때문에 ‘삼국지’에서 장비의 존재처럼 적당량의 지방 섭취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또 다른 4대 기서인 ‘수호전’과 ‘서유기’에서도 ‘삼국지’에서처럼 3대 영양소에 비견할 만한 인물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먼저 탄수화물-유비의 구실로는 ‘수호전’ 108호걸의 두령인 송강과 ‘서유기’의 삼장법사를 꼽을 수 있다. 이들 역시 여러 면에서 탄수화물이 영양소 세계에서 차지하는 이미지와 매우 비슷한 느낌으로 소설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단백질-관우로는 ‘수호전’의 표자두 임충도 후자가 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체적인 이미지는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이 더 그럴듯하게 여겨진다. 물론 관우에 비해 인품의 격은 약간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나 관우도 혈기 방자한 젊은 시절에는 그러했을 것이다. ‘서유기’에서는 역시 손오공이 때로는 말썽꾸러기 같은 행동을 하지만 적격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방-장비에 견줄 만한 인물로는 ‘서유기’에서 단연 저팔계가 떠오른다. 반면 ‘수호전’에서는 노지심과 흑선풍 이규라는 두 인물이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는데, 사실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중국 4대 기서 속 인물과 3대 영양소를 비교해봤다. 결국 중요한 것은 소설 속에서 그들이 조화를 이루며 각자의 구실을 다할 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냈 듯, 3대 영양소 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균형 있게 식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는 일이다.



주간동아 2013.08.26 902호 (p78~79)

  • 김원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wongon@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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