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93

2017.06.21

지상 중계

“정부 신뢰 얻으려면 공직가치 확립해야”

한국행정연구원·인사혁신처 공동학술세미나 ‘공직가치에 대한 이해와 대응’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7-06-16 17: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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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가 선호하는 직업 1위는 단연 공무원이다. 공공기관 종사자까지 포함한 공직자를 선망하는 이는 더 많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공언한 만큼 공직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가 담당하는 공직에 대한 공동체의 신뢰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이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75.3%가 정부를 전혀 믿지 않거나(29.3%), 별로 믿지 않는 것(46.0%)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청렴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72.9%에 달했다. 컨설팅기업 에델만코리아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의 정부 신뢰도는 28%로 세계 평균치(41%)에 한참 못 미쳤고, 정부 관계자를 신뢰하는 비율(17%)은 그보다 10%p 이상 더 낮았다.



    국민의 정부 신뢰도 28% 불과

    6월 13일 한국행정연구원과 인사혁신처가 공동 주최한 ‘공직가치에 대한 이해와 대응’ 세미나는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논하는 자리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남준 창조혁신네트워크 대표(전 행정안전부 차관)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른바 비선 실세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사태는 역설적으로 ‘공직가치’가 우리 사회에서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줬다”며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공직자가 명확한 가치관을 갖고 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경험한 만큼, 이제라도 공직가치를 바로 세우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직가치는 보통 ‘공직을 수행하는 이가 추구해야 할 궁극적인 목표와 기준’ 또는 ‘공직자가 갈등 상황에서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지침’ 등으로 풀이된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공적 영역에서 추구해야 하는 바람직한 신념체계와 태도’라고 정의하고 △국가관(애국심, 민주성, 다양성)   △공직관(책임감, 투명성, 공정성) △윤리관(청렴성, 도덕성, 공익성) 등 3개 분야 9개 덕목을 ‘핵심 공직가치’로 제시했다. 윤견수 고려대 교수는 오늘날 공직가치가 중요한 이유로 공직 문호 확대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과거 공직자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공무원이 된 뒤 정년까지 머무는 사람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민주화와 지방자치 확대로 시민사회 출신자의 공직 진출이 늘고,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시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던 전문가도 공직에 나서면서 공직자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고 한다. 공직을 ‘잠시 거쳐 가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에 따라 공직이 무엇인지, 공직자는 어떤 가치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매우 중요해졌다는 게 윤 교수의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는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 임직원과 학교 교직원 등에까지 강화된 윤리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윤 교수는 “이제는 공직을 공적 권한과 공적 자원을 사용하는 자리로 정의하고, 공직자는 △공권력을 오·남용하지 말고 △공적 자원, 즉 국민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밝힐 수 있어야 하며 △공익과 사익이 충돌할 때 사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는 세 가지 가치를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남준 대표는 “공직자는 권리보다 의무가 많은 직업임을 자각하고, 부단한 자기 관리와 절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혁신처도 지난해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무원헌장’을 제정하고,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공직가치 확립을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 결과와 관련해서는 논란이 있다. 심동철 고려대 교수는 이날 “박근혜 정부에서 나타난 각종 문제를 보면 공직가치와 행정윤리가 과연 우리나라 공공부문에 제대로 정착됐는지 의심하게 된다”며 “지금은 공직가치를 통해 공무원 역량을 강화하는 것보다 어떤 공직가치가 한국 행정조직 내에 공유되고 있는지, 그것이 공직자의 의사결정 및 업무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먼저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속적인 자극과 상호작용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만석 인사혁신처 국장도 “공직가치가 공무원에게 얼마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어떤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높을 경우 국가 정책을 성공적으로 집행하기 어렵다. 공직자가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공직가치를 내재화하고 그에 따라 행정을 집행해야 정책 대상자의 수용성이 높아진다”는 게 정 국장의 의견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2개월에 한 번꼴로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할 만큼 규제개혁을 강조했지만, 일선에서 규제를 집행하는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소극적 업무행태가 바뀌지 않다 보니 기업과 국민이 느끼는 체감 만족도는 개선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김상묵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공직자에 대한 지속적인 자극과 소통 확대를 제안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일선 공직자가 올바른 공직가치를 함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애초부터 공직가치가 투철한 인재를 채용하거나, 현직에서 공직가치가 투철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공직의 인기가 매우 높은 현실에서 전자의 방법을 쓰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치, 신념처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덕목을 평가 요소에 반영할 경우 ‘선발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공적 조직의 가치와 그 안에 있는 개인의 가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공무원을 자극하고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하는 것”이라며 “조직사회화를 통해 조직의 핵심 가치가 공직자 사이에서 확산되면 각 공직자는 이를 자신의 공직가치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헌장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다.
    우리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며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우리는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고 조국의 평화 통일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이에 굳은 각오와 다짐으로 다음을 실천한다.
    하나. 공익을 우선시하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
    하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하나.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 행정을 구현한다.
    하나. 청렴을 생활화하고 규범과 건전한 상식에 따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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