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9

2013.08.05

앱 개발 대박의 꿈 가물가물

5년 만에 성숙기 벌써 ‘레드오션’…새로운 시장 겨냥한 킬러 앱 나와야

  • 문보경 전자신문 부품산업부 기자 okmun@etnews.co.kr

    입력2013-08-05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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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앱 개발 대박의 꿈 가물가물

    2008년 애플리케이션 500여 개로 문을 연 애플 앱스토어는 현재 90만 개가 넘는 앱을 제공한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디어 하나로 대박을 터뜨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자들의 소식이 사라졌다. 2~3년 전만 해도 개발자 몇 명이 앱으로 일주일에 수천만 원을 벌었다는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개발자 대박 신화뿐 아니라, 벤처기업의 성공담도 회자됐다. 모바일 시장이 이동통신사 주도의 폐쇄적인 시장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의 땅’으로 바뀌면서, 이런 사례들이 터져 나왔다. 앱스토어는 누구나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자에게 인기만 끌면 그만이었다. 플랫폼을 제공한 회사에 수수료를 제공할지언정, 앱을 올려달라고 사정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등록만 하면 그대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창업이 줄을 이었고, 1인 개발자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다. 앱 학원도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경쟁자가 많아지고 서비스가 대부분 엇비슷해지면서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의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런 사이 카카오톡 메신저를 매개로 한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했다. 바로 카카오 게임하기다. 메신저를 연계한 참신함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애니팡, 아이러브커피 같은 벤처기업의 게임이 다시 대박 신화를 만들어냈다.

    앱스토어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5년, 게임하기는 1년이 됐다. 그사이 많은 개발자의 꿈이 실현됐지만, 이제는 레드오션이 돼버렸다. 그나마 인기를 끄는 것은 대형 서비스업체 차지다. 모바일 시장에서 벤처 신화는 끝난 것일까.

    성공 빠른 만큼 빠르게 식는 시장

    애플 앱스토어는 아이폰 등장 1년 후인 2008년 7월 10일 앱 500여 개로 시작했다. 지난 5년간 앱스토어는 수많은 ‘대박’을 양산했다. 앱스토어는 콘텐츠의 기존 유통 질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꾼 혁신적인 시장이었다.



    그전에는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모바일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동통신사와 거래가 어려웠던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회사가 앱스토어를 환영한 것은 당연하다.

    2008년 7월 탄생한 앱스토어는 그해 9월 다운로드 1억 건을 기록했으며, 몇 달 후인 2010년 1월에는 30억 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 5월에는 다운로드 500억 건을 넘어섰다. 현재 앱스토어는 6월 기준 앱 90만 개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패드 전용 앱도 3만7500여 개에 달한다. 애플이 앱스토어 개발자에게 지급한 비용은 총 100억 달러, 앱스토어 계정 수는 5억7500만 개에 이른다. 그사이 많은 콘텐츠가 성공 신화를 썼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앵그리버드가 대표적이다.

    대박 신화는 카카오 게임하기가 이어받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앱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가운데 9개가 카카오 게임이다. 메신저 친구를 연결하고, 모바일 게임에 최적화된 간단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애니팡은 중년 여성층까지 끌어들이며 게임 시장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 게임하기가 벌어들인 매출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94% 성장한 3480억 원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게임 7개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180여 개를 제공한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성공이 빠른 만큼 시장이 식는 것도 금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앱스토어에 등록된 개발사의 65%가 연 매출 3만5000달러 미만이다. 지난 분기 100만 달러 이상 수익을 낸 개발사는 전 세계를 통틀어 88개에 불과했다. 카카오 게임하기도 포화상태라는 지적을 받는다.

    앱 개발 대박의 꿈 가물가물
    왜 이렇게 됐을까. 먼저 앱이 너무 많다. 앱스토어만 해도 매주 수천 개 앱이 새로 올라온다. 카카오 게임하기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10개 있었을 때는 게임 종류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인기가 집중될 수 있었다. 이제는 게임이 180개나 있으니 대박이라는 열매를 딸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사용자는 어떤 앱이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시장에 발을 들여놓긴 쉽지만 확산되긴 지극히 어렵다는 뜻이다.

    대형 회사들이 앱을 장악하게 된 것도 이와 맞물린다. 마케팅과 홍보 예산을 충분히 갖춘 기업의 앱만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더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보기 힘든 점도 앱 대박을 꿈꾸기 어려워진 이유다. 대부분 앱이 서로 엇비슷하다. 지도와 연계해 장소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사진을 꾸미는 기능, 음악을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기능…. 기존 90만 개 앱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다른 차원의 서비스를 선보이기란 쉽지 않다. 카카오 게임하기에서도 비슷한 게임이 줄을 잇는다. 애니팡이 성공하면서 비슷한 퍼즐류 게임들이 나왔다. 드래곤 플라이트와 윈드러너 이후에는 러닝(달리기)게임들이 뒤따랐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앱 주목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발사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지만, 수수료 구조는 그대로다. 구글이나 애플이 30%, 개발사가 70%를 가져간다. 카카오도 나머지 70% 중 30%를 받는다. 카카오 게임하기에 등록된 게임이라면 개발사는 1차 플랫폼에 30%를, 2차 플랫폼인 카카오에 21%를 줘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퍼블리셔(위탁사)가 따로 있다면 그 나머지 수익을 또 퍼블리셔와 나눠야 한다. 앱만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어려워도 수수료는 꼬박꼬박 내야 한다. 개발사 대박 신화는 없어졌지만, 지금도 앱 장터의 매출은 22억 달러나 된다.

    그래도 입점해야 가능성이라도 생기는 만큼 새로운 앱이 나오면 무조건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찾아야 한다. 개발사는 “옛날 같은 분위기는 기대하기 힘들다”면서도 “성공 가능성을 위해서는 일단 들어는 가야 한다”고 푸념한다.

    새 수익구조가 정착하거나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 생기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앱 장터 구조에서는 대박 신화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앱이 식상해질 무렵 메신저와 연결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대표적인 서비스다. 그런 정도의 새로운 방식이 나타나거나, 아예 새 시장을 겨냥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자동차 앱이다. 모바일 기기의 프로그램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연결하는 방식이 뜨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2013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iOS 인더카(iOS in the car) 앱을 처음 공개했다. 이는 음성만으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앱이다. 내년이면 현대·기아자동차, 제너럴 모터스(GM), 메르세데스 벤츠, 혼다 등 12개 자동차 기업이 iOS 인더카 앱 기능을 갖춘 신차를 출시한다. iOS 인더카를 활용하면 운전자가 음성만으로 자동차의 사운드 시스템을 조종할 수 있다. 자동차 내 운전자용 화면에도 아이폰에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뜬다. 애플 지도를 자동차 디스플레이 화면에서 볼 수 있어 교통체증 상황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글 글라스의 출현도 주목할 만하다. 아직은 날씨나 간단한 정보만 보여주지만, 최적화한 킬러 앱이 나온다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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