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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에 있는 코린도모터스 애프터세일즈센터. 현대자동차 로고와 코린도그룹 로고가 한때 동반자 관계였음을 알려준다.

현대자동차(회장 정몽구·현대차)와 인도네시아 한상기업 코린도그룹(회장 승은호·코린도)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7월 24일 코린도는 현대차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인도네시아 법원이 ‘관할권 없음’을 이유로 각하 판결을 내린 데 불복해 현지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서정식 코린도 상무는 “1심 재판부는 계약서상 분쟁 해결 기관이 대한상사중재원(중재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본안에 대해선 판단도 하지 않은 채 각하 판결을 했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선 인도네시아에도 관할권이 인정된다는 게 법학자들의 의견이어서 손해배상청구의 정당성과 현대차의 불법행위 여부를 따지려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12년 3월 코린도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지방법원에 1조6000억 루피아(약 180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엔 현대차가 중재원에 ‘계약, 불법행위 등 모든 사유에 대해 현대차는 책임이 없다’는 내용의 중재를 제기했다. 올해 4월 30일 중재원의 첫 번째 중재 기일이 시작됐고, 6월과 7월 양측이 준비서면을 진술한 상태다. 9월 초에도 중재심리 기일이 예정됐다. 현대차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코린도는 법무법인 화우를 대리인으로 각각 선정했다. 한편 코린도도 8월 중 현대차에 대해 순수한 계약상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소송을 중재원에 청구할 계획이다.

중재원과 인도네시아 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주요 쟁점은 현대차의 밀어내기, 불공정계약, 인사 개입, 품질이 안 좋은 부품 공급과 과적 조장 등이다.

두 회사는 2006년 인도네시아에서 중형 상용차의 공급·판매·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15위권 기업인 코린도는 현대차 ‘마이티2’ 트럭을 반조립제품(Complete Knock Down·CKD) 형태로 받아 조립해 2007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초기엔 반응이 좋았다. 첫해 408대(시장점유율 0.9%)를 팔았고, 2008년엔 3247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이 4.4%까지 올랐다. 현대차도 코린도에 최고 에이전트상을 주는 등 양사 관계도 매우 좋았다.



그러나 차를 팔수록 코린도의 수익률이 떨어졌다. 당시 인도네시아 현지 경쟁업체인 미쓰비시, 도요타, 히노 등 일본 메이커에 비해 현대차의 가격경쟁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린도는 부품가격 인하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 사안을 두고 고민하던 현대차는 자체적으로 생산하던 다이모스 부품 대신 2009년 9월부터 저가의 중국산 리어 액슬(Rear Axle·뒤 차축)과 변속기로 교체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불화의 시작이었다.

중국산 부품이 장착된 차를 사간 소비자들이 1000km도 타지 않았는데 고장이 잦다며 호소했다. 자카르타에 사는 무스타파 씨는 “마이티 트럭을 구매하고 한 달 동안 리어 액슬은 3번, 트랜스미션은 2번 고장 났다”며 코린도모터스 사무실로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현대차 마이티 트럭은 애물단지이자 불량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미주 시장을 개척하려고 자동차 컵홀더까지 바꾸는 등 ‘품질경영’에 사운을 걸고, 무상보증수리 기간을 다른 업체의 3배나 되는 10년으로 늘리는 등 ‘고객감동 경영’을 천명한 현대차가 왜 이런 상태를 방치한 것일까. 더욱이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중심 국가일 뿐 아니라 인구가 2억5000만 명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자동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도 정성을 들여 공략해야 할 핵심 국가다. ‘주간동아’는 동반관계에 있던 두 회사가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를 따져봤다.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 과적 조장 논란

2011년 상반기 코린도가 판매한 현대차 마이티 트럭 7859대 가운데 중국산 변속기와 리어 액슬을 사용한 차량 1469대가 고장으로 신고됐고, 바이백(Buy Back) 프로그램으로 팔았던 차량 1428대가 코린도로 돌아왔다. 바이백 프로그램은 차량 구매자가 일정 기간 사용하다 제품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반환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코린도는 현대차의 품질을 믿고 모험을 걸었는데, 그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코린도는 현대차에 품질 하자 발생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초기 현대차의 반응은 냉담했다. 코린도는 현대차에 중국산 변속기와 리어 액슬을 전량 리콜하고 한국산 부품으로 무상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2010년 9월 현대차는 공급계약과 대리점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결정을 했고, 이듬해 6월엔 애프터서비스(유지보수)를 위한 부품 공급마저 중단했다.

현대차는 변속기의 결함에 대해선 “양사가 합의해 모두 적법하게 조치했다”면서도 리어 액슬 파손 문제는 다른 데로 원인을 돌렸다. 즉 부품 불량이 원인이 아니라 코린도가 적정 적재량을 무시하고 과적을 조장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리어 액슬 문제는 당사 차량의 용량인 3.5t의 3배 이상을 초과 적재하여 발생한 비정상적인 사용이 주원인이며….’(2009년 12월 24일, 현대차에서 코린도 측에 보낸 공문)

현대차는 리어 액슬의 고장 원인을 코린도의 과적 조장에서 찾지만, 인도네시아에 과적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는 것은 코린도와의 사업 계약 이전에 이미 알았다. 2000년 10월 현대차 김모 연구원 등 4명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상용차의 운행 실태, 도로 조건, 차량 상태, 과적 정도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적 문화가 보편화돼 있음을 확인했다.

오양섭 현대차 이사는 “중국산 부품을 장착한 덤프 3500대 가운데 리어 액슬 고장률은 22%였다. 중국산이 전부 문제라면 100% 다 고장이 나야 하는데, 왜 그렇지 않은가. 중국 부품 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깨진 리어 액슬 모양은 과적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 현상”이라고 항변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자동차 제조업자가 데크(적재함)까지 같이 만들어 파는 것을 금지한다. 일본 자동차가 독점한 인도네시아 트럭 시장에서 인도네시아 현지 업체가 데크라도 만들어 수익을 올리게 하려는 정부 시책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인도네시아 소비자는 데크 없이 섀시(차량 뼈대)만 있는 차를 사다 데크 전문제작사에 가서 데크를 장착한다.

코린도는 처음부터 데크를 장착한 차를 팔지는 않았다. 그런데 1990년대 초부터 데크를 만들어 파는 특장사업을 해오고 있었기에 현대 트럭을 구매한 소비자가 데크를 달아달라고 요청할 경우 그것을 만들어줬다. 코린도는 이제껏 차량 900여 대의 데크를 제작했다. 코린도가 처음부터 대용량 데크를 만들어 팔면서 과적을 조장했다는 현대차의 주장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현대차가 리어 액슬의 고장 원인이 과적이라고 주장하자 코린도 측은 ‘제품 하자’ 논리를 내세운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통용되는 제품이 갖춰야 할 성능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자가 있다’고 하는데, 마이티 트럭은 불량 부품으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므로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 품질 개선과 민법상 ‘강박’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현대자동차가 공급한 중국산 리어 액슬. 강도가 약해 깎인 자국이 선명하다.

2009년 3월 25일 현대차와 코린도는 공동으로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현대차는 코린도에 공급한 변속기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시장에 출고한 물량은 현대차의 사전점검 실시 방법에 따라 모든 불만 차량에 대해 실시하고 △미출고 완성차 및 미조립 부품은 전량 개선장치로 수리 후 판매할 수 있게 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런데 현대차는 이 합의내용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먼저 계약상 판매 목표를 달성할 것을 독촉했다. 2009년 4월 21일자 양측 합의서를 보면, 현대차는 중국산 불량 변속기를 한국산으로 무상 교체하는 등의 조건으로 2009년 4000대 신규 주문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것이 민법상 ‘강박’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강박이란 합의가 아니라 일종의 강요를 뜻하는데, 이 경우 법적으로 의사 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다만 강박 주장은 그것이 이뤄진 날로부터 최대한 3년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해 이미 그 시한을 넘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9년 6월부터 중국산 변속기 장착 차량 3930대를 대상으로 무상 부품교환 캠페인을 실시했고, 9만 달러에 달하는 공임과 부대비용을 지원했다. 또 리어 액슬 파손 문제를 해결하려고 1684대를 대상으로 9억4000만 원어치의 차동기어와 액슬 조립체(Assy)를 무상지원했다”고 반박했다.

코린도 관계자는 “변속기에 하자가 있는데도 현대차는 단순히 스냅링이라는 값싼 부품만 교체하면 된다고 했고, 이후에도 고객의 클레임은 지속적으로 접수됐다”고 말했다.

# ‘실정법 위반’ vs ‘계약서상 문제없어’

코린도가 인도네시아 법정에서 항소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실정법을 어겼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 공업성 장관령에 따르면, 공급계약이 종료된다 해도 최소 2년간은 부품을 공급하도록 돼 있다. 이는 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도 부품공급의무를 8년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현대차는 코린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사후관리용 부품을 공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코린도는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현대차 측이 코린도에 보낸 e메일을 보면 ‘8월 이후 분부터 마이티 트럭 부품에 대한 오더(주문) 접수는 불가하다’며 주문을 거절한 내용이 나온다. 또 코린도 측은 현대모비스의 부품 주문용 프로그램에 접속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계약 종료일을 두고도 양측은 공방을 벌인다. 양측 계약서를 보면 계약기간은 ‘개별 라이선스 제품의 상업적 생산 개시일로부터 5년간’이다. 그런데 현대차는 계약 시작일을 개업식을 한 2007년 3월로 잡았고, 코린도는 실제 제품이 나온 9월로 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3월에 이미 코린도가 양산을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왜 9월이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린도는 125마력 마이티 트럭의 생산 개시일은 9월이었다고 주장한다.

# 계약 공정성 문제

현대차와 코린도 간 계약서에 따르면 모든 부분(parts)을 제조 및 공급하는 현대차는 하자 있는 제조물에 대한 책임까지 면책되고, 이와 관련한 인도네시아에서의 모든 법적 분쟁 및 클레임 등에 대해 코린도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등 지나치게 불공정한 조항이 있다.

이런 조항들이 현대차가 협력업체들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계약서인지를 묻자 현대차 관계자는 CKD 사업의 파트너 간 임무와 책임에 대한 부분을 먼저 이해해야 ‘불공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공급 부품에 대한 품질과 보증에 대한 책임을 진다. 반면 코린도는 완성차에 대한 품질 확보와 보증, 제조물 책임, 판매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코린도가 조립상 발생한 품질문제와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부품 공급자인 현대차에 떠넘기고 불공정 계약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

# 실적 부풀리기와 허위 거래 강요

코린도는 현대차 측의 요구로 허위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적이 있다. 코린도 관계자는 “현대차가 실적을 부풀리려고 2009년 7~8월 두 달간 720대분(약 37억 원)의 차량 부품을 인수한 것으로 간주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양섭 현대차 이사는 “코린도로부터 구매승인서(내국신용장)를 통해 정식으로 주문받아 CKD 부품을 포장 및 선적하려고 매출 처리했다. 그런데 코린도가 선적 지연을 요청했고, 결국 인수를 거부해 현대차가 100만 달러를 손해 보면서 다른 나라에 수출했다”고 말했다.

# 현대차의 인사 개입

현대차 측은 코린도의 자동차사업 담당 임원을 해고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린도에서 자동차사업 분야에 새로 선임한 사장이 자동차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사업 추진 의지보다 현대차와의 분쟁만 주도해 경험 있는 인사를 중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코린도 관계자는 “전직 현대차 임원을 영입해 자동차사업에 투입했지만, 현대차 측은 이마저도 다시 교체를 요구했다. 결국 현대차 입맛에 맞지 않은 협력사 임원을 교체하고 싶었기 때문에 인사에 간섭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박했다.

# 현대 CNG 버스 폭발 사고

현대차와 코린도 법정 분쟁 내막
2011년 10월 자카르타에서 현대차 CNG 버스가 폭발해 운전기사 한 명이 다리가 잘리고 3명이 다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코린도는 초기에 폭발 원인을 ‘과충전’이라고 현대차에 알렸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고 원인을 ‘가스용기 불량’으로 발표했다.

이에 코린도는 현대차에 공문을 보내 ‘인도네시아 정부가 판매된 현대차 버스 전량(69대)에 대해 전문가의 정밀점검을 요청하고 있다”고 알렸지만 현대차는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사고 발생 1년여 만에 부품공급업체 직원을 인도네시아에 보내 조사하게 했다. CNG 용기에 대해 조사한 뒤 현대차는 용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관리를 소홀히 한 코린도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버스는 마이티 트럭과 달리 코린도가 현대차로부터 완성차 형태로 수입해 판매한 것이다.

# 현대차와 코린도 골이 깊어진 까닭

이처럼 두 회사의 갈등은 공급된 부품의 품질문제로 시작됐지만 동반관계에 골이 깊어진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린도가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판매 활성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6차례의 손해배상 청구 청원서를 보내는 등 금전 보상을 강하게 요구해 파트너십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현대차 직원 4명을 고용하면서 현대차 기술자료를 빼가면서 신뢰에 금이 갔다”고 말했다.

코린도 측 주장은 다르다. 기술자료 유출 사건은 현대차 직원들이 퇴직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버스 등의 도면을 갖고 나와 생긴 일이며, 코린도 측은 그 직원들을 고용할 때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고, 기술자료 유출 사건이 나기 전까지 그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코린도 관계자는 “그 직원들이 갖고 있던 도면과 코린도가 조립하는 차량과는 전혀 다른 도면이어서 코린도에 전혀 필요 없는 것이었고, 코린도와는 무관한 개인 범죄였다”고 말했다. 기술자료 유출 사건 뒤 코린도는 해당 직원을 모두 해고했다.

승은호 코린도 회장은 “지금도 조건만 맞는다면 협상은 가능하다. 현대차는 대기업의 사회적책임과 도덕성을 저버리지 말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간동아 2013.08.05 899호 (p10~13)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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