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스포츠

이대호 “빅리그는 꿈 아잉교”

올 시즌 日 오릭스서 4번 타자 구실 톡톡…내년 새로운 도전 가능성 열어놔

  •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 1부 기자 dohoney@donga.com

이대호 “빅리그는 꿈 아잉교”

이대호 “빅리그는 꿈 아잉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 선수.

‘대한민국 4번 타자’ 이대호(31·오릭스)의 새 둥지는 어디가 될까. 일본에 잔류할까, 아니면 태평양 건너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할까.

2013년 일본 프로야구가 이제 막 반환점을 돈 가운데 오릭스 4번 타자로 맹활약 중인 이대호의 시즌 후 거취가 벌써부터 한미일 3국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2년 계약이 끝나는 소속팀 오릭스는 일찌감치 ‘종신계약설’을 들먹일 정도로 재계약에 안달이 났고 요미우리, 한신, 소프트뱅크 등 주머니 사정이 넉넉한 일본 내 몇몇 구단도 그의 영입에 관심이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친다.

지난해엔 50점 올해는 80점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아메리칸리그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이대호에게 군침을 흘리는 상태. 이대로라면 이대호는 올 시즌 후 여러 카드를 손에 들고 여유롭게 구미에 맞는 팀을 선택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대호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오릭스 홈구장이 있는 일본 오사카 현지에서 이대호를 만나 일본 무대에서 2년째를 맞은 소감과 앞으로 거취에 대한 속내를 들었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첫 한 달, 마지막 한 달은 내 야구를 하지 못했다. 낯선 환경에서 애먹었던 첫 한 달은 그렇다 쳐도, 마지막 한 달은 팀 성적도 좋지 않고 어수선해서 집중하지 못했다. 그게 제일 아쉽다”고 회고했다.



“올해는 그래도 초반부터 성적이 괜찮아 다행이다. 아무래도 지난해보다 많이 적응된 것 같다. 아직 시즌이 반 이상 남았지만 지금 나를 평가한다면 8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듯하다.”

일본 무대 첫해였던 지난 시즌, 그는 144개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해 타율 0.286에 24홈런 91타점을 기록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성공적 첫해’라고 평가했지만, 정작 그는 자신에게 “50점밖에 줄 수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한 바 있다. 올 시즌 지난해보다 30점 오른 80점을 준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에게 만족한다는 얘기. 이대호는 7월 2일까지 69게임에 나서 타율 0.322에 14홈런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는 “무엇보다 뿌듯한 사실은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선발 출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릭스 일원으로서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4번 타자로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한다는 것은 빼어난 실력뿐 아니라 철저한 자기관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홈런이나 타점 등 겉으로 드러난 성적보다 의미 있는 기록임에 분명하다.

이대호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타점왕이었다. 올 시즌에도 타격과 타점 등에서 또 한 번 개인 타이틀을 노려볼 만하다. 그는 “상도 기회가 닿을 때 받아야 한다. 상에 욕심이 없다면 그것도 바보”라면서 “지금은 욕심 부리지 않고 매 경기 집중하다 시즌 막판 20경기 정도 남았을 때 (타이틀에) 근접했다면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이대호가 2011시즌 후 오릭스 입단을 선언했을 때 국내 전문가들은 그의 성공을 확신했다. ‘현미경 야구’라고 부르는 일본 프로야구도 완벽에 가까운 스윙 메커니즘을 자랑하는 그의 타격 실력에는 장애가 되지 않으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덩치만큼 남다른 가족사랑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 가운데 가장 완벽한 스윙을 가진 타자다. 이미 기술적으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의 전성기 시절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그는 ‘인 앤드 아웃(In · Out) 스윙의 교과서’로 불린다. 2012년 초 스프링캠프에서 이대호의 프리배팅 모습을 직접 지켜본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전 감독이 “일본에도 저런 스윙을 하는 타자는 없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인 앤드 아웃 스윙’은 말 그대로 배트 궤적이 몸 안쪽(in)에서 나와 바깥쪽(out)으로 밀고 나가는 형태를 띤다. 이시미네 가즈히코 오릭스 타격코치는 “이대호가 약점 없이 어떤 코스, 어떤 구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완벽한 스윙 폼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대호는 “나는 원래 홈런 타자가 아니다. 방망이 헤드를 이용해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맞히다 보면 홈런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스타일일 뿐”이라며 “일본에 와서도 타격 폼이나 기술 측면에서 크게 바뀐 것은 없다”고 했다.

이대호 “빅리그는 꿈 아잉교”
이대호는 동갑내기 아내 신혜정 씨, 딸 효린(2)과 함께 구단이 제공한 고베 시의 고급 아파트에 산다. 경기가 없는 날이면 유모차를 끌고 가족 나들이를 즐긴다. 일본에서 2년째 살지만 그는 여전히 운전을 하지 않는다. 자가용 자체가 없다. 출퇴근 때도 택시를 탄다. 물론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운전석 위치가 정반대고, 차선 방향도 그렇다. 그의 말에서도 가족 사랑이 잘 나타난다.

“일본은 한국과 신호 체계도 달라 운전하기가 영 헷갈린다. 운전하다 중앙선을 넘어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다 쳐도, 아내와 아이가 다치면 어떻게 하나.”

원정을 가면 짬날 때마다 휴대전화로 영상통화를 할 정도로 그의 가족사랑은 남다르다.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자라서인지 가족, 혈육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글러브와 발목 보호대 등 그의 야구 장비에는 아내와 딸의 이니셜이 적혀 있다. 이대호는 “하루하루 효린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즐거움도 크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책임감도 갖게 된다”며 “나중에 효린이가 컸을 때 아빠를 자랑스러워할 정도의 기록은 남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대호는 롯데 시절이던 2004년부터 붙박이 4번 타자를 맡고 있다. 올해로 정확히 10년째 부동의 4번 타자로 활약한다. 4번 타자는 팀을 상징하는 자리. 부담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4번 타자는 개인 성적뿐 아니라 팀 성적이 좋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 외로운 자리다. 그걸 이겨내야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다”며 “내가 한국 대표로 일본에 와 있기 때문에 내가 못하면 후배들이 일본에 올 수 있는 기회까지 사라진다. 큰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롯데 시절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 “혼자서 강해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롯데 시절 로이스터 감독 얘기를 꺼냈다.

“로이스터 감독님은 ‘4번 타자는 끝까지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주는 게 도리’라며 나를 교체 없이 9회까지 그대로 출전하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모리와키 히로시 오릭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이대호는 용병이 아닌 완벽한 오릭스의 일원이 됐다. 팀을 상징하는 중심 선수다. 젊은 선수들은 이대호의 타격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 우리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다.”

모리와키 감독은 그러면서 “무엇보다 4번 타자로 계속 출장한다는 사실이 우리 팀에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대호의 통역을 전담하는 오릭스 직원 정창용 씨는 “대호는 연습할 때는 물론이고 더그아웃에서도 팀 분위기를 좌우한다. 때론 팀의 리더 구실도 한다. 이제까지 이런 용병 선수는 보지 못했다는 게 구단의 시선”이라고 전했다.

이대호는 영리하면서도 신중하다. 그가 “나는 현재 오릭스 소속이다. 내년 어떤 유니폼을 입을지 얘기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소속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그래서다. 현 시점에 내년 시즌 어디에서 뛰고 싶다고 얘기하는 것이 그의 앞날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나는 프로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오릭스 잔류를 포함해 일본 내 이적, 메이저리그 진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프로선수로서의 대우, 즉 금전적 조건이 중요하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나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팀에 몸담을 것이다. “(2011시즌 뒤) 롯데보다 오릭스가 나를 더 원한다고 생각해 오릭스에 입단했다.”

비즈니스 차원에서 돈도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

이대호 “빅리그는 꿈 아잉교”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낸 이대호 선수가 지난해 10월 가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입국장에 들어서고 있다.

오릭스 구단이 예상하듯, 현 시점에서 그의 내년 둥지는 미국보다 일본이 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일부에서는 이대호가 발이 느리다는 점, 포지션이 거포가 많은 1루라는 점, 수비가 좋지 않다는 점을 들어 미국 진출 시 큰돈을 챙기기엔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이대호가 정확성에 바탕을 둔 파워히터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피해 가는 일본 야구 스타일보다 힘으로 정면 승부를 하는 미국 스타일에 더 적응하기 쉬우리라는 시선도 공존한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이대호의 속마음은 어떨까.

“빅리그는 모든 야구선수의 꿈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꿈이 없다면 야구선수가 아니다. 내가 여기까지 온 것은 발이 빨라서도, 수비가 좋아서도 아니다. 방망이 하나로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예전 김무관 코치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이 세상에서 150, 160km의 빠른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바로 너, 이대호다’라고. 지금도 이 말을 되새기며 타석에 선다.”

타격 실력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으로 태평양을 건너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계약 조건만 놓고 봤을 때, 빅리그 구단이 일본 구단보다 더 좋은 금액을 제시한다면 이대호는 꿈도 좇고 실리도 택하면서 가볍게 태평양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금액 면에서 일본 구단이 더 좋은 안을 제시한다면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올 시즌 후 이대호는 어느 팀의 유니폼을 입게 될까. 그는 “앞으로 잘해야 (선수생활이) 10년 남았다. 후회하지 않게 심사숙고해 최선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13.07.08 895호 (p64~66)

김도헌 스포츠동아 스포츠 1부 기자 dohoney@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33

제 1233호

2020.04.03

열날 때 이 마스크 쓰면 큰 일 납니다.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