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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삶은 각자가 그려가는 도형

‘도형, 그림의 심리학’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삶은 각자가 그려가는 도형

삶은 각자가 그려가는 도형

잉그리트 리델 지음/ 신지영 옮김/ 파피에/ 272쪽/ 1만7000원

까칠한 성격의 남자와 모난 성격의 여자가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하자. 당신은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되는가. 아무래도 삼각형과 사각형의 두 남녀 간 데이트는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흔히 ‘성격이 둥글둥글하다’ ‘성격이 모났다’는 말을 많이 쓴다. 무의식 속에서도 우리는 둥근 것은 원만하고 포용력을 가지는 반면, 모난 것은 비타협적이고 제한적이며 딱딱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도형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잠시 고개를 들어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세상 만물 중 도형 아닌 것이 없다. 원은 물론 삼각형, 사각형, 십자 등이 생활 곳곳을 지배한다.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사로 오랫동안 현장에서 활동해온 저자는 삼각형, 사각형, 원, 십자, 나선, 만다라 등 6가지 기본 도형을 통해 사람 심리를 꿰뚫어본다. 즉 각 도형 모양이 가지는 다양한 해석은 물론, 자연적 형태로서의 도형과 인간 의식 속에서 상징적 형태로서의 도형, 각 도형의 실존적·심리학적 의미 등을 다룬다.

“원은 광대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보장한다. 원은 이리저리 두루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원은 밖에서 안으로 밟아 들어가면 정신을 집중하게 하고 중심을 찾게 한다. 반대로 안에서 밖으로 밟아 나가면 원은 점점 더 큰 공간을 열어주고 동심원을 만들며, 결국에는 우주를 상징하는 상이 된다. 원은 에워싸여 있음을 의미한다.”

원은 확장된 점으로 동질적인 것, 완전한 것의 상징으로 통한다. 또한 원은 바깥, 즉 제외된 것, 경계 밖에 있는 것, 통합되지 않는 것, 속하지 않는 것을 나타낸다. 원이라는 형상은 중요한 어떤 것, 성스러운 어떤 것을 빙 둘러서 포괄하는 기능도 한다. 석기시대 이후 돌로 만든 원이 이 일을 했고, 한여름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동그랗게 둘러앉아 동질감을 느끼는 모습도 그에 해당한다.



사각형은 인간이 대지를 소유하는 방법, 즉 토지를 측량하고 말뚝을 박고 땅을 일구고 파내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각형은 또한 아주 구체적이고 확실하며 기본이 되기도 한다. 선이 근본적으로 중단되지 않아 무한성의 상징이 된 원과는 반대로 유한성을 강조한다. 반듯한 정사각형은 원과 더불어 균형이 잡혀 있어 하나의 완성된 아름다운 형태를 지닌다.

강박증이 있는 사람은 사각형을 자주 그린다. 즉 그림에 사각형을 여러 개 그리거나, 전체 그림을 사각형 하나로 표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면의 두려움을 없애고 자기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십자에서는 어떤 결정이 내려진다. 하늘의 방향, 즉 동서남북,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 같은 힘의 장들이 여기서 만난다. 십자는 힘들의 긴장 영역 안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장소를 표시하며 복잡한 현실을 이겨내고 견뎌내는 것, 저항하면서 전체가 되는 것, 수직과 수평 사이에 펼쳐져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스도교의 주요 상징인 십자는 오늘날에는 많이 퇴색해 로고로서의 의미밖에 없지만, 교회가 영향력을 미치는 모든 장소에서 볼 수 있다. 십자가는 제단 앞뿐 아니라 농가의 ‘성상을 모신 곳’과 침대 머리맡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피라미드로 상징되는 삼각형은 심리학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이가 서로 관계돼 있음을 의미한다. 서로가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보안과 균형을 내포한다. 삼각형이 창조의 아이콘이라면 역삼각형은 여성적인 힘의 영역과 관계를 맺게 된다. 즉 1년의 경과와 삶의 여정,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창조적인 삶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 속에서 받아들여진다.

평소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도형은 알고 보면 수많은 사연과 얘기를 간직하고 있다. 신화부터 역사, 심리치료까지 도형을 해석하는 저자의 멀티플레이 솜씨가 남다르다.



주간동아 2013.07.08 895호 (p74~74)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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