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4

2013.07.01

“왕이 아닌 인간 ‘광해’ 제대로 그려낼 겁니다”

복권홍보대사 탤런트 이상윤

  • 임은선 객원기자 eunsun.imk@gmail.com

    입력2013-07-01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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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이 아닌 인간 ‘광해’ 제대로 그려낼 겁니다”
    180cm가 넘는 큰 키와 훈훈한 외모, 그리고 서울대 출신이라는 이력까지, 연예계 대표 ‘엄친아’ 이상윤(32)이 이제는 ‘국민남편’ ‘국민사위’ 자리까지 독차지했다. 바로 올해 초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주말연속극 ‘내 딸 서영이’(‘서영이’) 덕분이다. ‘욕심쟁이’인 그를 복권 홍보광고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이상윤은 이승기, 김장훈에 이어 2013년 복권홍보대사가 됐다.

    지나가는 차도, 오가는 사람도 적은 조용한 동네가 일순 사람으로 북적인다. 광고 촬영 중인 이상윤을 보려고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연신 “잘생겼다” “멋지다”는 소리가 들렸다. 함께 광고 촬영 중인 꼬마가 이상윤에게 묻는다. “아저씨, ‘서영이’에 나온 사람이죠, 맞죠?”

    “‘서영이’ 덕에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고 인기가 많아진 건 사실이에요. ‘서영이’가 아니면 어떤 꼬마가 저를 알아보겠어요? 그래서 ‘서영이’는 제게 특별하죠.”

    ‘서영이’ 속 강우재는 부유한 집안에서 나고 자라 원하는 것을 다 얻고야 마는 인물로,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서영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둘의 행복도 잠시, 우재의 사랑은 서영이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 결혼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무너진다. 우재는 진실을 알고 싶어 하지만 서영은 진실을 숨긴 채 마음을 닫아버린다. 결국 서영과 우재는 헤어진다. 간절한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 이상윤은 우재를 통해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경험하고 연기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인기도 인기지만 ‘서영이’가 제게 특별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많이 성장한 드라마였기 때문이에요. 연기하면서 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다양한 감정을 연기하면서 저 스스로 점점 깊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죠. 연기가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 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진심으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진심을 다해 연기하려고 노력한다는 이상윤. 그의 진심이 이번에는 우재에게 닿았다. 그 때문일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서울대 출신 연기자’ ‘엄친아 배우’라는 수식어가 ‘서영이’ 덕에 조금은 잊혔다.

    엄친아 배우 벌써 데뷔 7년 차

    데뷔 7년 차 배우 이상윤은 2007년 MBC TV 드라마 ‘에어시티’와 KBS 2TV 단막극 ‘드라마시티’로 데뷔했다. 시청률 40%가 넘은 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 마니아층을 형성한 ‘신의 저울’,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 정통사극 ‘짝패’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에서 늘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를 찾아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그를 연기 잘하는 배우로 기억하기보다 똑똑하고 훈훈한 이미지의 연기자로만 기억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서울대 출신 연기자’ 혹은 ‘엄친아 배우’라는 수식어를 지우는 것이 그에게는 큰 숙제였다.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아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의 제 노력이 이제야 빛을 보는 걸까요. 꼬리표가 조금은 지워지는 것 같네요. 더 노력해서 서울대 출신 배우가 아닌 연기자 이상윤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가 광고 모델 제의를 받았고 ‘한 번 해볼까’ 하는 호기심으로 광고에 참여하게 됐다는 이상윤. 광고를 찍으려고 연기수업을 받다가 연기의 재미를 서서히 알게 됐다고 한다.

    “사실 처음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받으면 받을수록 재미있더라고요. 짜릿하기도 하고요. 저도 모르게 배역에 빠져드는 게 좋았어요.”

    데뷔하기 전에는 연예인이란 직업을 불안정하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자신이 연예인이 돼 연기하는 게 신기하다고 한다. 그러나 연기자로서의 삶은 그에게 재미와 기쁨의 연속이었다고.

    그런 그에게 걱정이 하나 있다면, 아직 마치지 못한 학업. 이상윤은 2000년 서울대 입학 당시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400점 만점에 370점일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출석일수가 부족해 학사경고를 네 차례나 받았고 결국 제적을 당해 7년 동안 학교를 떠나 있는 등 졸업이 쉽지 않았다. 지난 2월 졸업을 목표로 ‘서영이’ 촬영과 학교생활을 병행했지만 5학점이 부족해 이번에도 졸업을 하지 못했다. 드라마 촬영이 끝난 3월 이상윤은 다시 복학해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일과 병행하다 보니 학교 다닐 시간이 없었어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올해는 꼭 졸업해야죠.”

    연기 잘하는 배우로 외연 넓힐 터

    이상윤은 7월 1일부터 방영하는 MBC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에서 ‘광해’ 역을 맡았다. 이 드라마는 16세기 말 동아시아 최고 수준의 과학과 예술의 결합체인 조선시대 도자기 제작소 ‘분원’을 배경으로 조선 최초의 여성 사기장 유정(문근영 분)의 치열했던 삶과 사랑을 그린다. 왕세자 ‘광해’는 사기장 유정을 사랑한 인물로 등장한다.

    “폭군과 성군이 아닌 광해 그 자체를 표현하고 싶어요. 드라마 속 광해도 왕이 되기 전이고요. 왕이 아닌 왕이 되기 전, 인간 광해를 잘 담아낼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만들어낼 광해도 기대해주세요.”

    시청자로서 TV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저 배우는 저런 색깔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동안 이상윤이 연기한 인물들을 떠올려보니 그가 만들어낸 배우로서의 색이 쉽사리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윤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차근차근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인물을 연기하겠다고 한정 짓고 싶지는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역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도 않고요. 이런저런 배역을 맡으면서 천천히, 자연스럽게 제 외연을 넓히고 싶어요.”

    아마도 배우로서 이상윤이 가진 색은 흰색인 듯하다. 무엇을 그리든 본연의 모습 그대로 그릴 수 있는 하얀색 도화지처럼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캐릭터 본연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하얀 바탕의 연기자, 이상윤이 그런 배우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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