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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최의 ‘남자, 여자, 그리고 섹스’

식어가던 사랑을 발딱 세웠다

솔직 화끈한 섹스 토크

  • 마야 최 심리상담가 juspeace3000@naver.com

식어가던 사랑을 발딱 세웠다

허금주(48·가명) 씨는 골드미스다.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유학을 마치고 현지 유명 패션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뒤 한국에 돌아와 승승장구했다. 그녀는 패션디자이너답게 고급스럽고 특이한 옷차림을 즐겨했는데, 질 좋은 실크 상의는 오묘한 색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결혼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그 사람을 만난 것은 두 달 전이에요. 우리는 첫눈에 반했죠. 보통 마음에 드는 남자와는 두 번째 데이트 때 섹스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요. 저는 그 사람을 올드패션이라고 생각했죠. 네 번째 데이트 때 저는 여자로서 무시당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직접적으로 물었어요. 그는 이혼 후 임포텐스가 됐다고 하더군요.”

허씨는 그에게 상담으로 발기불능을 고친 후 결혼하자고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당장에 상담을 받으러 온 김장후(55·가명) 씨는 훤칠한 외모에 품격 있어 보이는 유명 변호사였다. 파리풍의 당당한 그녀와 잘 어울렸다.

그는 지난하던 이혼 과정에 대해 담백하고 명료하게 설명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자 수많은 혼처가 들어왔지만, 김씨는 같은 사법연수원생이던 전 부인과 결혼했다. 전 부인은 똑똑하고 야망이 큰 여성이었다. 그러나 결혼생활 내내 불화가 그친 적이 없었다. 결국 결혼한 지 8년째 되던 해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면 바로 이혼하기로 합의했다. 전 부인은 모 지방법원 부장판사였다.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직후 이혼을 요청하는 김씨에게 전 부인은 어마어마한 위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 근거가 터무니없을뿐더러, 그 자료를 몇 년에 걸쳐 준비해왔다는 사실에 김씨는 경악했고 진저리를 쳤다. 위자료 문제로 법정까지 가면 명예를 소중히 하는 김씨가 매우 곤란해하리라는 사실을 안 전 부인이 교묘하게 김씨를 얽어맨 것이다. 결국 김씨는 전 부인이 원하는 돈을 마련해줬고 그 때문에 이혼 후 한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이혼 스트레스로 발기불능

김씨의 발기불능 원인은 전 부인과의 이혼 과정에서 겪은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더 나아가 전 부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모든 여자 에 대한 의심과 불신으로 이어졌는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여성공포증(Women Phobia)에 가까웠다. 논리적이고 명석한 김씨는 의식적으로는 평정심을 갖고 여자를 대했지만 여자에 대한 무의식적인 거부감과 공포는 엄연히 존재했다. 김씨의 여성공포증를 줄여가는 쪽으로 상담 가닥을 잡았다. 공포증 치료는 공포를 유발하는 ‘대상’에 점점 강도 높게 노출시킴으로써 공포증을 완화해가는 방법을 흔히 사용한다.

그러나 김씨의 여성공포증은 내면화되다시피 했다. 외부적으론 공포증 증세가 없었고, 증세는 오직 발기불능으로 발현됐다. 상담을 진행하면서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써봤지만, 김씨의 증세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해진 것은 김씨뿐이 아니었다. 상담이 중·후반에 접어들자 허씨는 급기야 자신도 상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두 사람이 함께 상담을 시작한 첫 시간, 상담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허씨가 물었다.

“선생님, 이 사람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것을 말로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허금주 씨가 김장후 씨와 겪었던 경험과 느낌을 말씀해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음, 장후 씨를 처음 봤을 때 저는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멋진 외모와 다정한 매너 때문만은 아니에요.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아우라’죠. 장후 씨로부터 독특하고 매혹적인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어요. 음, 뭐랄까, 지적이면서도 매우 야성적인 면이 번뜩였거든요. 특히 그가 파르스름한 턱을 어루만지며 저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가슴이 요동쳤어요.”

허씨가 마지막 감정을 말할 때 김씨의 왼쪽 눈썹이 꿈틀하고, 가슴이 크게 오르내리며 숨 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김씨를 잠시 나가 있게 한 뒤 허씨에게 빠르게 말했다.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김장후 씨의 야성적인 면, 섹시한 부분을 말해주실 수 있으세요? 계속해서요. 어쩌면 무슨 돌파구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씨를 다시 부르기 전 상담실 조명을 어둑할 정도로 낮췄다. 오렌지 빛의 은은한 어둠 속에서 나는 두 사람이 나를 정면으로 볼 수 없도록 자리를 비켜 앉았다. 허씨가 입을 먼저 뗐다. 처음엔 김씨가 좀 어색해하는 듯했지만, 몇 마디가 오가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농밀해졌다. 나는 몸을 더더욱 뒤로 빼고 두 사람의 대화를 경청했다.

“장후 씨 당신을 처음 봤을 때 정말 놀랐어. 내 심장이 그리도 빨리 뛸지 몰랐거든. 얼굴이 붉어졌을까 걱정될 정도였지. 당신은 어땠어?”

“당신은 연둣빛과 자줏빛이 오묘하게 섞인 시폰 원피스를 입고 들어왔지. 한 손으론 머리칼을 넘기며 두리번거렸어.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더니 입술을 동그랗게 말더군. 나는 심장이 쿵 떨어지는 줄 알았어. 여신이었지.”

“장후 씨, 기억나? 첫날 스테이크를 먹을 때 당신이 와인을 주문하고 내 잔에 따르면서 씽긋 웃었지. 당신 미소가 얼마나 멋졌는지 허벅지 안쪽이 덜덜 떨렸어. 그때 내가 나이프를 떨어뜨렸잖아. 굳이 줍지 말라고 했는데 당신이 주웠고.”

“내가 왜 주웠는지 알아? 당신 미모에 정신이 혼미했거든. 그래서 허리를 숙였는데 당신의 미끈한 다리가 눈에 확 들어오는 거야. 나도 모르게 손이 나가려고 해서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지. 그리고 허리를 편 뒤 나이프를 쥔 채 웨이터를 부를 때 뭐가 웃긴지 당신이 우아한 긴 목을 젖히면 깔깔 웃는 거야. 그때 당신을 확 끌어당겨 그 목에 키스를 퍼붓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어. 머릿속에선 이미 당신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풀고 있었지.”

상담실에서 농익은 둘만의 대화

“장후 씨가 계산하고 그곳에서 주는 쿠폰을 내게 건네줬을 때 있잖아. 당신이 손을 내 쪽으로 뻗어 내 얼굴을 끌어다 키스할 거라고 생각했어. 왜 내가 휘청하며 당신 쪽으로 넘어질 뻔했던 거 생각나? 당신이 나를 잡아 살짝 안아줬을 때 눈앞이 캄캄했어. 당신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지.”

“두 번째 데이트였나? 급한 회의가 있어 데이트 날짜를 바꾸고 싶다면서 전화하겠다고 당신이 보낸 문자메시지 기억나? ‘제가 넣을까요? 아님 당신이 넣을래요? 아니 제가 넣을게요’ 했잖아. 그 말은 다르게도 읽히잖아. 문자메시지를 읽으면서 아찔했지. 눈앞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당신의 나신이 어른거렸어.”

어느 틈엔가 김씨는 허씨 허리를 감싸 안은 채 눈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나의 존재를 잊은 듯했다. 나는 예외적으로 상담시간을 좀 늘려 그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일어설 때 나는 김씨의 곤란한 표정과 그의 사타구니가 두둑이 솟은 모습을 봤다.

원인을 밝힌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섹스 토크 같은 원초적 방법이 해결의 길이 될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46~47)

마야 최 심리상담가 juspeace3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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