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91

2013.06.10

탐스럽고 아름다운 자태 몰랐네

큰꽃으아리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3-06-10 0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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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스럽고 아름다운 자태 몰랐네
    아침저녁으로 선뜻선뜻한 기운이 봄의 끝을 붙잡는 듯하지만 한낮이면 어김없이 찌는 듯한 여름 날씨가 됩니다. 며칠 간격을 두고 숲길을 거닐곤 하는데 그때마다 꽃 피우기 절정을 이루는 숲의 주인공이 바뀌곤 하네요.

    요 며칠간 주인공은 단연 큰꽃으아리였습니다. 숲가에서 다른 식물과 적절히 얽혀서 꽃을 피우는데, 꽃송이가 아주 큼직하고 탐스러우며 아름다워 우리에게 이런 꽃이 있었나, 왜 아직까지 몰랐나 싶을 만큼 대단하답니다.

    큰꽃으아리는 가늘게 덩굴을 뻗으며 이리저리 풀숲 사이에서 자라지만, 엄격히 말하면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하는 낙엽 지는 덩굴성 나무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데, 아주 우거진 숲 속도 아니고 그렇다고 척박한 산등성이도 아닌, 좋은 숲의 가장자리 정도에서 자라지요.

    꽃은 지름이 8~10cm로 아주 큼직합니다. 꽃색도 흰색이거나 약간 상앗빛이어서 한 번만 봐도 시원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답니다. 미나리아재빗과 식물들은 꽃잎과 꽃받침이 따로 구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사람이 꽃잎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화피(花被)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큰꽃으아리는 이 화피가 6~8장으로 비교적 많이 달리고 그 끝이 뾰족해 개성 있는 모양을 만들지요. 안쪽으로는 꽃밥 여러 개가 납작해진 수술과 끝 부분에 털이 달린 암술도 엿볼 수 있답니다.

    가을에 익어가는 열매는 갈색 털이 가득한 긴 암술대가 그대로 남은 채 둥글게 모여 달려 언뜻 보기엔 할미꽃 열매를 연상시킵니다. 할미꽃과 큰꽃으아리는 자라는 모양이나 키, 꽃 색깔이 전혀 다르고 하물며 나무냐 풀이냐도 서로 다르지만, 같은 과(科)에 속하는 식물인 점을 기억하면 비슷한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게 하등 이상할 것도 없지요.



    전자연(轉子蓮)이라고도 하고 지방에 따라선 개미머리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꽃을 봐도, 덩굴에 달린 잎 모양을 봐도 개미 머리에서 연상되는 왜소함은 없으니 왜 그리 부르게 됐는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네요. 영어로는 라일락 클레머티스(Lilac Clematis)로, 라일락처럼 아름답고 향기롭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방에선 철선련(鐵線蓮)이라고 하여 약으로 썼는데 통풍, 중풍, 황달, 배뇨, 통경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요.

    요즘 큰꽃으아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관상적인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엔 식물을 심을 만한 흙땅이 별로 없잖아요. 있어도 비싼 땅에 식물을 심는 일은 드물고요. 하지만 회색 도시 속에서 자연에 대한 동경이 날로 높아져 그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덩굴성 식물입니다. 구조물이나 담, 벽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성 식물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지요. 또 큰꽃으아리처럼 꽃이 특별히 아름답고 풍성한 덩굴성 식물은 분에 담아 지지대로 모양을 만들면서 키우게 되므로 정형화된 모양의 나무에 비해 훨씬 다양한 형태로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러저래 관심이 높아진 덩굴성 식물, 그중에서도 큰꽃으아리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꽃을 가진 우리 꽃이니 앞으로 이 식물 주가가 높아질 것은 당연할 듯합니다. 초여름 숲에서 남보다 먼저 만나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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