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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고려대의료원의 힘 01

의료계 ‘빅뱅’ 이끈다

안암·구로병원 ‘투 톱’…진료에서 연구 중심으로 대변신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의료계 ‘빅뱅’ 이끈다

의료계 ‘빅뱅’ 이끈다

단일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2개 병원이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고려대 안암병원(왼쪽)과 구로병원 전경.

3월 26일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병원 14곳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보건복지부(복지부)가 보건의료기술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한 2013년 연구중심병원 지정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

연구중심병원이란 진료로 축적한 임상지식을 바탕으로 한 첨단의료기술 개발과 의료기기, 신약 등 글로벌한 산업화 성과 창출을 통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발전을 선도할 세계적 수준의 병원을 의미한다. 즉, 진료 중심인 일반 병원과 달리 병원 내 인력 상당수가 연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연구중심병원은 미래창조과학과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수준의 국가 보건의료 연구개발(R&D) 핵심 인프라에 대한 연구를 통해 고용 및 국부(國富) 창출 등에 기여토록 하려고 정부가 2010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국가 프로젝트다. 따라서 대형 병원들은 저마다 연구중심병원에 선정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에 지정된 연구중심병원은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빅4’를 비롯해 가천대 길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아주대병원, 경북대병원 등 9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인 분당차병원 등 10개 의료기관(표 참조). 반면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 충남대병원, 서울대치과병원, 전북대병원 등 4개 의료기관은 1단계 서류심사는 통과했으나 최종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정부가 공인한 연구역량 보유



복지부에 따르면, 연구중심병원 지정을 신청한 전국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 21곳, 종합병원 2곳, 치과병원 2곳 등 총 25곳이다. 한방병원은 단 한 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연구중심병원 평가는 최대한 공정성과 전문성을 기하려고 서류 검토, 현지조사와 서면·구두평가 등을 거쳐 실시했다.

2011년 8월 이뤄진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에 따라 복지부가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 연구중심병원은 임상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구지원 시스템과 연구역량을 갖추고 산·학·연 간 개방형 융합연구 인프라를 구축해 글로벌 수준의 보건의료산업화 성과를 내는 데 선도적 구실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지정된 병원들에 대해선 각기 특화된 중점연구 분야와 해당 분야에 대한 제도적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먼저, 보건의료 R&D 비용의 총 40%까지 내부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다(종전엔 연구비에서 내부 연구자의 인건비 지급이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진료 중심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적립한 자금을 병원 자체 연구비로 투자할 수 있다. 연구중심병원 채용 전문연구요원(Ph.D.)의 병역 대체복무도 인정되며,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또는 법인세와 지방세 감면 등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공인한 연구역량 보유 의료기관이라는 지정 효과 덕에 국내외 R&D 공동연구 유치, 기술제휴, 연구역량 및 기획역량 집중에 따른 국가 R&D 과제 주도 등의 측면에서도 다양한 간접 수혜 효과가 예상된다.

의료계 ‘빅뱅’ 이끈다
이 때문에 지정된 연구중심병원들은 하나같이 들뜬 분위기다. 특히 안암·구로·안산병원 등 3개 산하 병원 가운데 안암·구로 2개 병원을 연구중심병원으로 신청해 두 곳 다 지정되는 겹경사를 맞은 고려대의료원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단일 대학 2개 병원이 동시에 지정된 것 자체가 유일한 데다, ‘빅4’와 나란히 어깨를 견주며 연구중심병원으로 경쟁하게 됨으로써 병상 수 등 규모나 진료환자 수에서 열세였다는 세간 평가를 일거에 불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재걸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부원장(핵의학과)은 “안암·구로병원의 연구중심병원 동시 지정이라는 값진 성과로 이번 지정에서 탈락한 병원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건 사실이지만, 고려대의료원은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며 “다른 의료기관이 대형화를 도모할 때도 대학병원 본연의 기능인 연구 분야 활성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과대학원 연구전담 교수의 고려대의료원 산하 병원 채용과 병원 임상교수와의 합동연구 활성화, 글로벌 리더십을 갖춘 젊은 임상의학자 양성을 위한 ‘Vision 2020 인재양성 해외연수 프로그램’, 고려대의료원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간 KU-KIST 융합대학원 설립, 무균실험동물센터 개설 등 수년에 걸친 우수 연구인력 양성과 연구 인프라 확장이 연구중심병원 지정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2016년까지 3년간 효력 유지

의료계 ‘빅뱅’ 이끈다

5월 7일 고려대 안암병원이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에서 개최한 ‘고려대학교병원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 심포지엄’.

이재복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부원장(유방갑상샘내분비외과)도 “구로병원의 경우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가장 진료를 많이 하지만 그동안 백신, 의료기기, 재생의학, 암 치료제 개발 등 4개 대형 국책과제를 맡아온 역량을 지닌 만큼 연구중심병원 지정에서 밀릴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며 “처음엔 안암병원만 지정되고 구로병원은 탈락할 것이란 얘기도 돌았지만, 지정 직후 복지부 측으로부터 구로병원이 본래의 국책과제를 중심으로 한 독창적인 연구 주제를 잘 잡고 효과적으로 전개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는 후문을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고려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은 앞으로 각 의료기관별 특장점을 살려 중점연구 분야를 세분화하고 개발능력 극대화에 나설 방침이다. 안암병원은 유전체 연구를 활용한 맞춤의료,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료, 인체에 적용할 데이터 처리 및 키트(Kit)화를 위한 정보기술(IT) 융합기술 접목 등을 3대 중점연구 분야로 설정했다. 구로병원은 현재 수행 중인 국책과제인 백신, 의료기기, 재생의학, 암 치료제를 4대 중점연구 분야로 선정해 연구조직을 정비하고 인력 및 인프라를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안암병원은 5월 7일 고려대 의대 유광사홀에서 ‘고려대학교병원 국가지정 연구중심병원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연구중심병원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모색’을 주제로 한 이 행사에선 병원 및 고려대 의대와 공대, KIST,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관계자와 기업체 임원 등 다양한 연구 관련 전문가가 참석해 산·학·연 협력 및 융·복합 연구중심병원의 미래 발전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연구중심병원의 효력은 4월 1일부터 시작해 2016년 3월 31일까지 3년간 유지된다. 이후엔 연구중심병원 지정 당시 제출한 운영계획서의 이행실적을 평가해 재지정 때 반영하며 매년 연차평가도 실시한다. 연구중심병원 지정 기준을 충족지 못하면 지정은 취소된다.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 관계자는 “올해 첫 연구중심병원 지정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지정을 할 계획이며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통한 엄격한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해 적정 수의 연구중심병원을 유지 및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간동아 2013.06.10 891호 (p24~25)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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