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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룡해 訪中 사과? 북·미 물밑 합의 통보하러 갔다”

유동원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 미·중연구센터장

  •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최룡해 訪中 사과? 북·미 물밑 합의 통보하러 갔다”

“최룡해 訪中 사과? 북·미 물밑 합의 통보하러 갔다”
“사과하러 갔다면 왜 군복을 입고 갔겠나. 혼나러 굳이 베이징에 갈 이유가 있나. 자존심 센 북한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5월 2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한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행보에 대해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는 평양이 베이징에 저자세를 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2월 이후 이어온 초강경 행보로 불편해진 베이징의 심기를 달래는 게 특사 방중의 목적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유동원 국방대 교수(사진)는 이와 전혀 다른 견해를 내놓는다. 핵 능력을 현재 수준에서 잠정적으로 인정받는 취지로 미국과 북한이 물밑 합의를 진행했고, 하반기 열릴 6자회담을 통해 이러한 논의를 공식화하기 전 중국에 ‘통보’하러 갔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유 교수는 현재 국방대 안보문제연구소 미·중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5월 29일 국방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2010년 북·미 물밑 타협, 중국도 공감대”

▼ 북한 핵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합의를 북·미가 논의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중국 측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2010년 초 미국과 북한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물밑 합의를 진행한 바 있다고 한다. 북한이 핵 능력 강화를 현재 수준에서 중단하고, 미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은 폐기하며, 핵·미사일 기술을 중동 국가 등으로 이전하지 않는다는 약속이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동북아 지역 내로 묶어두는 셈이다. 그 대신 미국은 관련국과 함께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진행하고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와 북·미수교를 추진한다는 게 그 골자다.

따지고 보면 미국 처지에선 자신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ICBM과 중동 국가로의 핵 확산 문제가 핵심 관심사다. 겉으로는 북한의 근본적인 비핵화를 언급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를 수 있다. 특히 2012년 12월 대포동3호 발사가 성공하고 2월 3차 핵실험에서 향상된 폭발력이 확인되면서 워싱턴의 우려는 한층 심해졌을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위협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비핵화보다 비확산 문제에 초점을 맞춘 타협을 한층 진지하게 고려하게 됐다고 본다. 최소한 중국 측 전문가들이 보는 미국 속내는 그렇다.”

▼ 2010년 이미 북·미 사이에 그러한 물밑 논의가 있었다면 왜 당시에는 성사되지 못했나. 북한이 이후 더 강도 높게 핵과 미사일을 과시한 것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2012년 2월 29일 합의를 통해 이러한 틀을 상당 부분 공식화하지 않았나. 그러나 평양으로서는 좀 더 확고하게 지위를 굳힌 뒤 협상을 끝맺고 싶었다고 본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는 국제사회에 자신의 이미지를 각인하려는 욕심이 있었을 테고, 일단 핵보유국, ICBM 보유국이라는 위상을 과시해 몸값을 한참 끌어올린 다음 협상에 임한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이런 틀에서 최룡해의 방중을 다시 보자면, 평양은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온 정국의 출구를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미 간 있었던 물밑 협상을 공식화할 계기를 중국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이다. 즉 최룡해의 방중은 사과가 아니라 통보에 가깝고,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이전처럼 중국의 울타리쯤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취지였다고 본다. 이러한 평양의 행보는 사전에 정교하게 설계된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쇄 정상회담은 타협 앞둔 가지치기”

“최룡해 訪中 사과? 북·미 물밑 합의 통보하러 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중국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5월 2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 그러한 타협안은 ‘핵 없는 세계’를 공언해온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철학이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나 핵 비확산 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텐데.

“미국의 비확산 정책은 이미 실패했다. 누구보다 워싱턴이 이를 가장 잘 알고 있다. 상황을 방치하면 돌아오는 것은 핵기술이 중동 국가로 유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뿐이다. 공화당과 의회 등 국내 반발을 무마하기 쉽지 않겠지만 ‘최종목표는 핵 폐기, 점진적 추진’ 같은 모호한 수사를 활용해 돌파할 수 있으리라 판단할 것이다.”

▼ 중국이 과연 그러한 북·미 타협에 들러리를 설 이유가 있을까.

“물론 한편에는 괘씸하게 생각하는 정서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도발로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국경을 접한 북한이 핵·ICBM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양날의 검’이다. 물론 북·미 간 타협 이후 북한이 자신의 곁을 떠나 워싱턴과 밀착하는 것을 경계하는 심리도 있다고 본다. 베이징이 안고 있는 최대 딜레마다. 따라서 적절한 타협안이 출구를 찾도록 6자회담 판을 만들어줌으로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도 제어하고 북·미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도 견제하는 중간선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평화를 만드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는다면 중국으로서도 손해나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이미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 그 적절한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이 6자회담 재개인가.

“현재로서는 그렇다. 한마디로 물밑에서 진행돼온 타협안을 공식화하려는 절차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현재 수준의 80% 이상 인정해주는 대신 주변국이나 국제기구의 대규모 경제지원을 맞바꾸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본다. 그 중간 과정에서 북·미수교와 관계 정상화 같은 정치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일정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6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두 나라는 이러한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테고, 6월 말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다시 한국을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나섰다, 우리도 나서야 한다”

▼ 그 정도 타협안이라면 한국과 일본은 북핵 인질로 고스란히 남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아베 내각이나 박근혜 정부가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른 길이 없다. 북한의 비핵화를 되뇌는 것만으로는 오히려 핵 능력이 강화되는 결과만 낳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이 한계를 실감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중국 역시 한일의 이러한 처지를 꿰뚫어보고 있다. 적정한 타협안에 ‘궁극적 핵 폐기’ 같은 모호한 말을 섞으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이나 우리가 이에 반발해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할 수 있겠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5월 14일 이지마 이사오 일본 내각관방 참여의 방북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아베 내각이 다가오는 타협 정국에 대비해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뜻이다. 주도권은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으므로, 대규모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해 위협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본다.

한국 역시 강대국들의 흥정에 끌려가지 말고 오히려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비핵화 노력 없이 대화 없다’는 근본주의적 태도로는 리스크만 커지고, 북·미 간 타협이 궤도에 오른 후에는 막대한 경제지원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평양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대신 적극적인 태도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위협을 최소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본다.”



주간동아 2013.06.03 890호 (p46~47)

황일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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