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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로 본 법률상식

싼값에 전기 쓰다 위약금 2배 문다

전기사용약관 위반

  •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싼값에 전기 쓰다 위약금 2배 문다

전기를 쓰는 사람이 당초 신청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하면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고, 이 위약금은 전기요금처럼 민법상 소멸시효 3년이 아니라 상사소멸시효 5년이 지나야 사라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는 4월 11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건물임대업자 A(76)씨를 상대로 낸 사용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환송했다.

2001년부터 서울 서대문구에서 건물과 주택임대업을 하던 A씨는 전력사용 종별을 일반용으로 설정해 전기요금을 납부해왔다. 한전은 A씨가 건물임대업 등을 해왔음에도 일반주택용 요금을 납부한 사실을 알고 A씨를 상대로 “약관에 따라 위약금과 부가가치세, 전력기금 등을 합산한 2800만 원을 달라”며 지급명령신청을 했지만, A씨는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1심은 “한전이 A씨에게 위약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원고패소를 판결했으나, 2심은 “약관규제법상 전기·가스·수도 사업에서는 설명의무가 면제되므로 A씨가 위약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다만 A씨의 면탈금액 가운데 이미 3년을 넘긴 부분은 소멸시효가 완성돼 위약금이 소멸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반면 대법원 재판부는 “다수 전기 사용자와의 전기 공급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에 계약종별 외의 용도로 전기를 사용하면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부과한다고 돼 있지만, 그와 별도로 전기요금 자체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은 없고, 면탈금에 대해서만 부가가치세를 가산하도록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약관에 의한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질을 함께 가지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는 것. 따라서 “A씨가 계약위반으로 약관에 의해 부담하는 위약금 지급채무는 전기 공급에 따른 전기요금 채무 자체가 아니므로,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민법(제163조 1호)상의 ‘1년 이내의 기간으로 정한 금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즉 전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상법상 기본적 상행위에 해당하고, 전기 공급 주체가 공적 법인인 경우에도 법령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상법이 적용되므로, 전기 공급 계약에 근거한 위약금 지급채무 역시 상행위로 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 소멸시효 또한 상법 제64조에 따라 소멸시효 기간 5년이 적용된다는 결론. 이에 따라 대법원은 3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한 2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4월 16일 의정부지법(민사2단독)은 한전이 경기 구리시에 있는 B농업회사를 상대로 낸 사용료 청구소송에서 “B농업회사의 대표 C씨가 종류별로 전기 사용을 구분하는 약관 내용을 한전이 설명해주지 않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한전은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상 약관 설명의무를 면제받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B농업회사가 양파 등 농산물을 사들여와 세척해 팔면서 전기는 농사용으로 신청해 사용료를 보통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낸 것에 대해 B농업회사가 한전에 전기요금과 위약금 등 26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판결을 보면 전기사용자가 전기사용약관에 위반해 전기를 싼값에 사용하는 경우 약관 내용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에 대한 위약금 소멸시효도 5년으로 매우 길다. 사용약관을 위반하며 전기료를 내지 않거나 적은 돈만 낸다면 그 면탈금액의 2배에 해당하는 위약금도 피할 수 없다. 눈앞의 섣부른 유혹을 경계할 일이다.



주간동아 886호 (p74~74)

박영규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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