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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으로 들어온 한권

대박, 식물도 냄새 맡고 기억하고

‘식물은 알고 있다’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대박, 식물도 냄새 맡고 기억하고

대박, 식물도 냄새 맡고 기억하고

대니얼 샤모비츠 지음/ 이지윤 옮김/ 다른/ 216쪽/ 1만3000원

곤충과 벌레가 많아지는 계절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식충식물을 찾는다. 물주전자처럼 생긴 ‘피처 플랜트’, 제비꽃을 닮은 ‘벌레잡이제비꽃’, 잎을 오므려서 사냥감을 잡는 ‘파리지옥’ 등이 대표적이다. 많은 이가 이런 식물을 생태계 별종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그 자리에 고정된 채 온갖 환경의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식물의 모습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식충식물은 그런 의미에서 별종이지만, 알고 보면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만나식물생명과학센터 소장인 저자는 “식물에게도 동물이나 인간과 동급인 감각기관이 있다”며 “식물도 시각, 후각, 촉각, 청각, 그리고 자기수용 감각(위치 감각)과 기억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비과학적이고 비전문적인 이야기를 철저히 배제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실험과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한 내용을 읽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기생식물인 ‘미국실새삼’은 냄새를 아주 잘 맡는다. 미국실새삼은 숙주식물의 몸에 엉겨 붙어 몸의 일부를 숙주식물의 관다발계에 꽂아 영양분을 빨아먹는다. 선호하는 먹잇감을 감지하면, 즉 특정식물의 냄새를 맡으면 예외 없이 반응해 그쪽을 향해 거침없이 덩굴을 뻗는다. 이렇듯 자신만의 식성을 가진 이 식물은 어떤 이웃을 공격할지 직접 선택한다. 이미 알려졌지만 식물에서 발산되는 향은 식물과 동물 사이의 복잡한 의사소통에 활용되기도 한다. 이 향들은 또한 수분을 돕는 다양한 꽃가루 매개자들을 꽃으로 초대해 씨앗을 퍼뜨리는 구실도 한다.

사람들은 식물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하지만 식물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데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이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식물이 쑥쑥 자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견해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사실 한 자리만 지키는 식물에게는 재빠른 후퇴가 가능한 자세한 의사소통이 거의 필요치 않다. 클래식 음악을 들은 식물이 더 건강하고 빨리 자란다는 실증적 결과도 아직까지는 없다.

앞서 거론한 ‘파리지옥’은 감각이 탁월해 사냥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함정 속을 기어 다니는 생물체가 먹기에 적당한 크기인지도 감지한다. 각 잎 안쪽의 분홍색 표면에는 검정 긴 털이 몇 가닥 있고, 이 털들은 함정이 튕겨서 닫히게 하는 방아쇠 구실을 한다. 과학자들은 20초 내에 두 가닥 이상을 건드리면 이 함정이 닫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식물 뿌리는 아래로 자라고 싹은 위로 자란다.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위아래를 구분할까. 식물에게도 우리 귓속의 전정기관처럼 자기 위치를 알려주는 곳이 있다. 뿌리골무의 세포 내 ‘평형석’이 그것이다. 이곳의 특정 세포들이 중력을 감지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려고 과학자들은 무중력 상태인 우주공간에서까지 실험을 했다.

“식물에게는 생물학적 정보를 저장하고 상기하는 능력이 있다. 식물은 과거 적의 공격을 받았거나,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던 ‘트라우마’를 기억 속에 저장해 다음 세대에서 그것을 견디거나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식물의 기억은 세대를 걸쳐 전이된다.”

식물은 지금 이 시간에도 주변 환경을 빠르게 알아채고 적응하면서, 특유의 감각을 예민하고 정교하게 발달시키고 있다. 과학자들이 밝힌 식물의 생명 찬가는 실로 놀랍다. 생각할 것도 없이 지구를 지배하는 존재는 바로 식물이다.



주간동아 2013.04.29 885호 (p72~72)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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