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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진핑 ‘소득분배 개혁’ 사활 건다

중국 국정운영, 성장-양에서 ‘분배-질’로 전환

  •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 lcy@lgeri.com

시진핑 ‘소득분배 개혁’ 사활 건다

8년여를 끌었던 중국의 소득분배 개혁 마스터플랜이 2월 춘제(春節) 직전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소득분배 개혁은 시진핑을 리더로 하는 중국 5세대 지도부의 ‘경제개혁 패키지’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경제개혁 패키지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발표한 신형 도시화 추진(지난해 11월), 대기업 육성 정책(올 1월), 소득분배 개혁(2월),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2~3월) 등 4가지와 이미 수년간 추진해온 전략적 신흥산업 육성(2010년 이후), 민간기업 구실 강화(2005년 이후), 지역 간 통합 발전(2000년 이후) 등 모두 7가지로 이뤄졌다.

분배 불균형, 사회안정 위협 성장 부진 초래

5세대 지도부가 국정 운영에서 사활을 거는 이 경제개혁 패키지는 중국 사회와 경제발전에 더는 순기능을 하지 못하는 과거의 발전모델을 현 단계의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델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후 30년간 강력한 국가 권력을 기반으로 ‘선부론(先富論)’(‘다 함께 잘살기 위해서는 일부가 먼저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이 따라 배우게 해야 한다’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철학)을 상징으로 하는 극단적인 불균형 성장전략을 일사분란하게 추진해왔다. 그 결과 두 자릿수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1978~2008년 연평균 경제성장률 9.92%)을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극심한 소득분배의 불균형으로 사회 안정이 위협받고, 성장 엔진이 기능 부전에 빠지는 등 뼈아픈 대가를 치르고 있다. 5세대 경제개혁 패키지는 이 같은 부작용을 해소하고 중국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려고 국정 운영의 초점을 성장에서 분배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옮기는 정책노선이다.

소득분배 개혁은 5세대 경제개혁 패키지에서 중심축을 이룬다. 첫째, 지난 30여 년에 걸친 개혁개방이 낳은 부작용을 직접 해결하고자 한다. 즉, 한편으로 농민공(農民工), 철거민, 농민, 민간 중소기업 등 소외세력의 권익을 제고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불법과 부패 온상으로 지탄받아온 국유 부문과 정부 부문의 부당한 특권을 바로잡음으로써 개혁에 대한 지지 기반을 넓히고 개혁 타깃을 직접 타격하는 개혁 신호탄의 구실을 한다.



둘째, 중간층이 두터워지는 방향으로 분배구조 개선을 통해 내수 위주 경제로의 전환과 산업 구조 업그레이드를 수요 측면에서 뒷받침한다.

셋째, 7대 개혁 어젠다는 추진 방식이나 성과 측면에서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데, 소득분배 개혁은 그중에서도 가장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으면서 ‘개혁의 그릇’ 같은 구실을 한다. 예컨대, 농민공 시민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형 도시화 추진의 성과는 빈부격차 해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며, 소득재분배 차원의 국유기업 개혁은 민간기업 구실 강화에 우호적인 여건을 마련한다.

중국의 소득불평등은 경제발전 단계에 비해 높은 수준이며, 역사적 추이를 보면 국지적으로 개선 조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뚜렷한 개선 추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먼저, 기업 유형별 격차나 업종 간 격차는 이렇다 할 개선이 없다.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간 격차는 수익창출 능력 면에서 한참 뒤떨어지는 국유기업이 덩치나 종업원 보수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현상이 변함없이 나타난다. 2012년 현재 공업 부문의 경우, 국유기업은 기업 수로는 전체의 5.2%에 불과하지만, 전체 자산의 41%, 매출의 26.5%, 이윤의 25.5%를 차지한다. 평균임금 수준의 최고치와 최저치 간 배율로 측정할 수 있는 산업 간 소득격차 역시 2011년의 4배 정도로, 선진국 1.5~3배 수준보다 현격히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소득분배 개혁’ 사활 건다
경제발전 모델 소비 위주 전환 촉진

한편, 도농 간 격차나 동부, 중부, 서부 등 세 지역 간 소득격차에서는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도농 간 격차는 2000년대 이후 악화 추세가 지속돼 2009년 최악 수준에 이른 뒤 2010년부터 점차 개선되고 있다. 지역 간 소득격차는 서부대개발, 중부굴기 같은 정책 노력에 힘입어 2000년대 중반부터 개선이 시작됐다. 한 예로, 동부와 서부 간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대배율(동부÷서부)은 2003년 2.48배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1년 1.92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 부문의 소득격차를 종합한 전반적인 소득분배에서의 추세 변화 여부는 통계자료 부족과 공식자료의 신빙성 문제 등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나, 아직 뚜렷한 개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설혹 부분적으로 소득배율(A부문 소득÷B부문 소득)이 다소 하락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절대적인 소득격차(A부문 소득-B부문 소득)는 갈수록 현격히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위에서 살펴본 다양한 격차의 근저에 놓인 1차 소득분배에서의 격차가 개선되지 않는 점이 소득격차 해소에 결정적 장애가 된다. 연간 생산활동의 과실을 가계, 기업, 정부가 나눠 가질 때 가계 몫을 측정하는 노동소득분배율(노동 소득÷요소 소득)이나 피용자보수율(피용자보수÷국민소득) 지표 추이를 보면 중국은 미국, 한국, 일본보다 크게 낮고, 개선 조짐도 뚜렷하지 않다. 중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중국 국민은 여전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딜레마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된 소득분배 개혁 방안은 2020년까지 가계 실질소득을 2010년 수준의 2배 정도로 끌어올리고, 소득분배 구조를 현재의 피라미드형에서 올리브형(타원형)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1차 분배 개선, 즉 GDP 대비 가계 부문의 소득 비중 향상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재산소득 향상, 국유기업 개혁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소득재분배 정책으로는, 민생 지출을 늘리고 사회보장제도를 점진적으로 완비하는 한편, 개인소득세와 소비세 확대, 상속세 도입 등을 통해 조세 재분배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불법소득과 음성소득을 엄단하고 과당 소득을 규제하며 정부의 낭비 요인을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기술적, 정치적 난제를 감안한다면 정부 부문의 부패 및 낭비 대책부터 착수해 지속적인 임금 인상과 민생 지출 확대에 집중하고, 국유기업 개혁과 새로운 세목 도입은 장기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 기업들 중국서 사업 점점 어려워져

소득분배 개혁 정책은 여러 방향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째,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의 소비 위주 전환을 촉진할 것이다. 중국의 GDP에서 가계소비 비중은 2011년 35.4%로, 미국(71%)이나 한국(53%)에 비해 훨씬 낮다. 이런 격차는 주로 소비 성향이 낮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원인은 국민소득에서 가계소득 비중이 낮은 데서 연유한다. 1차 분배 개선은 국민소득 가운데 가계소득 비중을 늘려 경제성장에서 소비 구실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소득분배 개혁은 중간 소득층이 중국 소비시장의 주류로 등장하는 기반을 닦으면서 소비 트렌드 변화에 촉매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 내구재 시장에서 단초가 엿보인 ‘대중적 가치소비’, 즉 품질과 브랜드를 동시에 중시하지만 과도하게 높은 가격에 대해 저항감을 갖는 소비 행태가 향후 주도적인 소비 트렌드가 될 것인지가 관심을 끈다. 대중적 가치소비 행태란 금융위기 이후 2~3년간 뚜렷했던 소비버블이 꺼진 뒤 최근 나타난 현상으로, 가격이나 제품 품질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꾸준히 지속되는 가운데 싱자비(性價比·성능 대비 가격 혹은 가격 대비 성능)를 유난히 따지는 중국인 고유의 소비 관행이 되살아나면서 소비시장의 중심이 미들존(Middle Zone)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을 말한다.

셋째, 전반적인 가계소득 증가로 가계소비 구조가 달라짐에 따라 가전, 의료보건, 인테리어, 서비스업 성장이 촉진되고 저임금 산업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등 산업구조 전환에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소득분배 개혁 등 5세대 정책 어젠다들이 순조롭게 추진될 경우 중국 내수시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다. 중국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자 볼륨존(Volume Zone) 시장의 경쟁 특성을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현장이 되고, 중국 기업들은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중요한 시장이 될수록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임금 코스트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국 내 생산 메리트가 갈수록 작아질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와 홈그라운드 이점을 앞세워 전 산업 영역에서 더욱 강하게 외국 기업들을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과 기업 경쟁력 업그레이드라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골적인 자국 기업 우선 정책을 쏟아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 시장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결단이 필요할 때다.



주간동아 2013.04.22 884호 (p56~58)

이철용 LG경제연구원 베이징대표처 수석대표 lcy@lge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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