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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현지 취재, 이스라엘 창조경제 03

어, 신발이 말하네 “주인님 오늘 만 보 완주”

창조경제는 제품에 영혼 불어넣는 것…이질 융합서 상상력 쑥쑥

  •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어, 신발이 말하네 “주인님 오늘 만 보 완주”

어, 신발이 말하네 “주인님 오늘 만 보 완주”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 전경.

이스라엘의 수많은 젊은이는 전통적으로 선망했던 의사, 변호사를 버리고 이제는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최고 덕목으로 삼는다. 이 나라는 인구 750만 명에 국토 넓이는 우리나라 충청도 정도이지만, 한 해에 창업하는 벤처기업 수가 유럽 전체보다 많다. 미국 나스닥 시장에 등록한 이스라엘 기업의 수가 한때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40%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이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거품경제에 시달렸지만, 이 나라는 단 한 개의 은행도 도산하지 않았으며 자원 빈국의 취약점을 창조경제로 여유 있게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이 말하는 창업이란 옆집의 잘되는 사업을 모방해 경쟁하는 개업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새로이 만들어내는 창조경제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세상에 없는 것 새로 만들어내야

1999년 세계 인구가 60억 명을 돌파하는 순간, 인터넷이 일반 가정에까지 보급되면서 사이버 세상이 열렸다. 이제 지구상의 영토를 벗어나 상상력의 영토가 무한히 열리게 된 것이다. 인터넷상의 사이버 영토에서는 상상의 세계를 곧바로 구현할 수 있어, 시간과 자본 극복이 가능하다. 무한한 상상력의 자유를 먼저 보장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인터넷 이전의 세상에서 부르짖던 연구개발(R·D)의 개념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식경제를 계기로 상상개발(I·D)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폰과 같이 즉흥적인 상상을 곧바로 실행하는 상상개발의 발상이 아니고서는 소비자 감성까지 섬세하게 고려해야 하는 시대에서 앞서기란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 일상의 패러다임을 일순간에 바꾼 기업들은 상상의 세계를 일순간에 현실로 바꿔버리는 순발력의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영토에 그마저도 적들에 둘러싸인 섬 아닌 섬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이 협소한 국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사이버 세상을 지배해야 했다. 그들이 먼저 고안해낸 것은 인터넷 보안기술이었다. 인터넷은 보안기술이 생명이다. 그것 없이는 전자거래, 콘텐츠 유통, 유료방송 등 모든 기능의 활성화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잘 아는 체크포인트, ICQ, 페이팔 등 세계 인터넷 보안기술의 80%를 이스라엘이 석권한 지 오래다.



상상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질적인 사람, 문화, 학문의 융합을 통해 찾아나서는 일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융합의 필요충분조건은 이질적인 것들 간의 크로스오버다.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고 옆 동료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고, 자신이 하는 일과 연결해볼 수 있도록 서로에게 문을 열어놓는 담대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수년간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의 사례는 우리에게 미래를 향한 상상의 문을 열라고 주문한다.

미국에는 이스라엘보다 30배나 많은 의과대학이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바이오, 헬스케어 같은 떠오르는 분야에서 창업 건수가 전 세계의 40%를 차지한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스라엘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해당하는 테크니온대학 총장의 입에서 나온 답은 의외였다. 그는 “대학은 4년 만에 졸업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공부하는 곳”이라고 했다. 테크니온대학은 이미 의학, 공학, 약학이 한 캠퍼스에서 섞이고 있었다.

이제 대학을 논문을 만들고 연구하는 부분과 끊임없는 상상을 통해 없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특허 영역으로 나눠 생각해볼 때가 됐다. 꾸준한 연구를 근간으로 하는 대학1.0이 있다면, 열린 상상력으로 앞길을 열어가는 특허 중심의 대학2.0도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 3대 대학에서만 연간 10억 달러의 특허료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미국 실리콘벨리의 배후에 위치한 스탠퍼드대학의 경우, 교수와 졸업생이 창업한 회사의 총 매출이 2조600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미국 대학들은 이미 특허 중심의 산업화 기술을 전담하는 기술지주회사를 앞세워 창조적 지식경제를 지향하는 등 정부의 창업정책에 부응하고 있다.

꼬리 흔드는 자동차…소금 제한 숟가락

대다수 선진국가도 외교, 국방을 제외한 정부의 거의 모든 경제정책을 과학기술위원회의 힘을 빌려 마련한다. 이스라엘은 ‘과학기술은 곧 경제’라는 신념으로 1970년대에는 해수의 담수화 특허를, 1980년대에는 원자력 안전특허를, 1990년대에는 인터넷 보안특허를 미리 준비해 석권하면서 지식창조경제의 병목을 움켜쥐었다.

이제 우리의 산학연이 지향하는 과녁은 2020년대를 휘어잡을 병목을 미리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무한 상상력은 우리의 상상을 미래로 바꾸는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했던 제품 생산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는 상황이다. 이제는 그 제품에 영혼을 불어넣는 일을 해야 한다. 주인이 다가가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자동차,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주인에게 운동량과 걸음걸이를 교정해주는 신발, 주인의 염분 섭취를 제한하는 숟가락이 우리의 상상이다. 주위에 있는 모든 물건이 인터넷의 도움으로 지능을 가지고 주인에게 말을 걸어온다면 아마도 다음 10년의 M2M(Machine to Machine·사물의 인터넷)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과거 부산의 신발산업단지에서 만든 신발을 세계인 3억 명이 신었다면, 이제는 중국에서 만든 나이키 신발에 우리의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구현한 소프트웨어를 심어 주인의 걸음걸이와 운동량을 확인해주는 신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창조경제는 산업화시대 우리가 잘 만들었던 모든 물건에 과학기술과 정보기술을 접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가치를 담은 서비스로 승화하는 것이다. 부지런한 손발을 필요로 하는 제조산업 위에 창의적인 두뇌로 만든 부가가치를 더해 서비스로 바꾸는 것에서 미래의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억이 과거로의 여행이라면 상상은 미래에 미리 가보는 것이다. 과거의 여정은 아쉬움을 남기지만 상상의 여정은 기대감을 유발한다. 미래로의 여행은 과거 선입관에 얽매이는 한 자유롭지 못하다. 천장이 없는 무한한 상상이 허용된 곳, 그런 공간에서 미래의 패러다임이 펼쳐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도서관을 무한상상실로 개조해 상상력 발전소로 만드는 일도 생각해볼 만하다. 걸어서 10분 안에 갈 수 있는 동네 도서관에서 학교에서 못 다한 실험을 마음껏 해보고, 저녁식사를 마친 주부들이 모여 스토리텔링을 이어가며, 퇴직자들이 경험을 자본 삼아 새로운 창업을 꿈꾸는 상상력 발전소가 그것이다. 우리의 대학이나 연구소에도 융합 학문을 통해 도전해볼 만한 분야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주간동아 2013.04.22 884호 (p24~25)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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