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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로비 마당발 ‘건설브로커’

공사 따내고 인허가 해결하고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로비 마당발 ‘건설브로커’

로비 마당발 ‘건설브로커’
3월 27일 오전 경기 의정부시 평화로의 한 2층 카페. 이른 시간이어서인지 카페 안은 한적했다. 창 측으로 늘어선 소파와 테이블에는 낮은 칸막이가 설치돼 있었다. 건설회사 C상무는 얇은 담배를 꺼내 물더니 마뜩잖은 표정으로 한마디 툭 내뱉었다.

“거 참, 별걸 다 물어보시네.”

전날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건설업체 K전무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자신의 차량에 올라타고 주변을 살핀 뒤에야 안심이 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기자는 3월 26~28일 전·현직 건설브로커(브로커)와 건설업체 대표 7명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이 저축은행 불법대출과 인허가 로비 의혹 등 이권을 대가로 사회고위층 인사들에게 성접대를 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브로커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은 윤 전 회장이 2011년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가 폐업하자 4~5개 회사의 회장 명함을 만든 뒤 건설 물량을 수주해 일부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는 브로커로 활동한 것으로 본다. 2008년부터는 D레저 공동대표를 맡아 골프장 인허가 로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인터뷰이들은 모두 11명. 그중 5명은 기자와의 접촉을 아예 피하거나, 소개해준 지인을 나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은 인터뷰이도 있었다.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인터뷰이도 대부분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임을 재차 확인했다. 그 이유는 대부분 오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예전 경기 좋을 때는 별장을 운영하며 로비하는 브로커가 제법 있었는데 요즘은 많이 줄었어요. 생각해보세요. 건설업체는 장비와 인력을 놀릴 수 없으니 (브로커가) 공사를 따오면 좋고, 브로커는 알선 수수료를 받으니 서로 윈윈(win-win)하는 거죠. (브로커는) 소개를 받거나 직접 회사로 찾아와요. 나도 가끔 (브로커가) 큰 건을 따오거나 준공검사 등 인허가가 막히면 도움을 받지만 이들에게 의존하면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없어요.”



“건설업 해결사죠, 해결사”

C상무에 따르면 브로커는 공사를 따와 수수료를 챙기거나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건설회사 상무, 이사 등 직함을 갖고 건설회사 명의를 빌려 공사를 따낸 뒤 면허대여 건설사에 공사금의 8~10%(부금)를 대가로 주는, 불법 면허대여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다. 브로커 J씨는 ‘건설브로커’라는 기자의 말에 언짢아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나는 브로커가 아니라 K건설의 부금(賦金)상무, 즉 영업상무입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 각종 인맥으로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사람을 브로커라고 하면 안 되죠. 해결사죠, 해결사. (윤씨 사례에서 보듯) 골프장 인허가를 받으려고 공동대표 명함을 갖고 활동하기도 하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사 수주만 하기도 해요. 사실 건설사 임직원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활동합니다.”

기자가 만난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브로커들은 건설업계 출신이 대부분이고 퇴직 공무원과 정치권 인사 등도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 행정기관의 건축·건설부처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 대형 건설사, 은행 고위임원, 입찰심사위원 등과 인맥을 쌓은 뒤 일감을 따내거나 인허가에 관여하는데, 최근에는 전 정부에서 일했던 운동권 출신 인사들도 브로커로 활동한다고 한다. 그들은 회사 임원으로 영입돼 배당금을 받거나, 공사 건별로 리베이트를 받는다. 건설사들은 공사 수주와 인허가 라인 ‘핵심 인사’와의 친밀도를 보고 영입 여부를 판단한다.

대형 아파트 공사의 경우 리베이트로 수억 원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 건설사들은 브로커가 공사를 따오겠다고 하면 검토한 뒤 200만 원 정도를 착수금으로 준다. 공사를 따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음을 위해 착수금은 돌려받지 않는다. 이 비용 외에 인허가 과정에서도 ‘마사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업체는 대부분 B장부(비밀장부)를 만든다고 한다.

브로커의 ‘인맥 쌓기’는 다년간 동종업계에 있으면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어지는 K전무의 설명이다.

“골프모임이나 뮤지컬 감상, 낚시, 등산 동호회 같은 친목회를 많이 조직하죠. 주로 고위 공무원, 종합업체 간부, 대학 이사장, 병원장, 검경(檢警) 인사 등을 대접해요. 이 바닥이 워낙 투서와 음해가 많아 지역 검경 인사들도 챙겨야 해요. 그런데 이들 인맥을 필요로 하는 여성 사업가도 꽤 있어요. 이들이 참석하면 동호회 분위기도 좋아져 종종 초청합니다. ‘별장 성접대’ 사건에 등장하는 여성도 그래서 참석했을 거예요. 처음 만날 때는 고급 우산이나 책, 기념품 같은 비교적 저렴한 선물을 주면서 안면을 터요. 큰 공사 입찰을 할 때는 교수로 구성된 입찰심사위원단이 구성되는데, 이들 교수를 전담하는 직원, 브로커가 있어요. 잠복근무 비슷하게 심사위원 집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다가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해서 접촉하기도 하고, 동호회 활동을 하다가 만난 것처럼 위장하기도 하죠. 그렇게 관계를 만들어놓아야 소속된 회사가 낙찰받을 공산이 커져요. 자주 만나야 정이 들고 진솔한 관계가 되는 건 기본이죠.”

부동산 시행사의 P이사는 담당 공무원과 대형 건설사 임원의 자녀 대학 학비를 내주거나, 그들의 단골 룸살롱 외상값을 대신 갚아주는 일은 다반사라고 했다. 윤씨 사례처럼 평소 관리를 해야 9억 원짜리 병원 공사를 따낼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여교수인 입찰심사위원이나 주요 인허가 부서 공무원 부인에게는 명품가방을 선물하기도 한다. 돈 거래는 현금거래가 원칙이다.

은밀한 마사지 그리고 사람 관리

로비 마당발 ‘건설브로커’

윤중천 씨가 정부 고위관료를 포함한 지도층 인사들을 성접대했다고 의심받는 호화 별장 내부 모습. 2011년 4월경 윤씨 지인들이 별장에서 찍어 인터넷 카페에 올린 사진이다.

“큰 공사가 있다면 조용히 (공사 발주처나 인허가 담당자에게) ‘전화 한 통 넣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때 보통 현금을 주는데 만약 수표를 건네면 ‘문제가 생기면 까겠다’는 의미로 보면 돼요. 왜냐? 우리가 건네줄 때 수표는 미리 다 복사해놓거든요. 현금 180만 원에 10만 원권 수표 두 장 끼어 있어도 마찬가지죠. 공직자가 업자에게 휘둘리는 것도 이런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아는 사람은 현금만 받아요. 사실 ‘별장 성접대’ 사건처럼 한곳에 모아서 로비하면 우리 처지에선 훨씬 편하죠. ‘맨투맨’으로 접대하다 보면 비용도, 시간도 훨씬 많이 들거든요. 그래도 평소 관리를 해야 단가 낮은 공사라도 수주할 수 있어요.”

또 다른 브로커 A씨는 지난해 연말 해외여행 얘기를 꺼냈다. 고비용 저효율이라고 비판받는 한국 정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지난해 연말에 구청장 가족의 해외여행비를 다 내주고 수행한 적이 있어요. 현지 경비도 현금으로 줬죠. 가끔 카드를 줄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금을 선호해요. 100% 우리가 냅니다. 최고급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여행, 골프, 가라오케까지 완벽하게 대접하죠.”

그는 “소금을 먹으면 물을 찾게 마련”이라며, 여행을 다녀온 한 달 뒤 구청 관계자로부터 다음과 같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단가는 낮지만 일단 도로공사 한 건 하세요. (구)청장님이 ‘다음에 큰 거 챙겨주라’고 하셨어요. 근데 전무님, 언제부터 (구)청장님과 그렇게 친했던 거예요?”

그의 증언은 K전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이나 구청장이 해외 출장을 갈 때 업자들이 따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땐 달러를 봉투에 담아 건넵니다. 그런데 구청 인사철이면 출장 성격에 관계없는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에 따라갑니다. 승진 대상자들인데, 이들도 급수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건넵니다. 몇몇 공무원의 (인사) 상납금을 내가 만들어주기도 했어요. 그 사람이 이후에 인허가 부서에 배치되면 세상이 참 따뜻해지죠(웃음). 크게 일을 벌이는 사람들은 때가 되면 시·구의원과 향판, 검찰, 경찰 등에게도 인사하러 다녀요. 검사가 부임해오면 상공회의소나 지역 기업인 간담회를 통해 먼저 안면을 트고 관리를 해요. 평소 잘 챙겨놓아야 각종 심의 과정을 잡음 없이 통과할 수 있어요.”

최근 관급 공사는 대부분 경쟁입찰을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예정가격(예가)을 미리 알아내는 게 브로커 능력이라고 평가받는다고 한다.

“담당자들도 예가는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아요. 만약 업자가 녹음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죠. 그 대신 ‘요즘 공천받으려면 ○○○○ 정도는 돼야죠?’ ‘○억은 돼야 공사가 되지 않겠어요?’하는 식으로 애매하게 말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수 있죠. 그 ‘얼마’는 당연히 예가이고요.”

그러나 이들의 활약은 관급 발주공사에 한정하지 않는다. 대규모 아파트 공사의 경우 미술 장식품 설치권부터 변기, 창호, 현관 납품 등 브로커들이 활약할 분야가 커진다고 한다.

“경기 좋을 때 수도권이나 지방 신도시에 500가구 아파트 인허가를 따내면 20억 원이 (리베이트로) 들어왔어요. 재개발한다면 건설업체는 물론 철거업체, 창호업체, 요업체, 전기업체, 조경업체, 타일업체, 심지어 도배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나 ‘딜’(리베이트 거래)을 합니다. 일감을 따달라는 거죠. 인맥을 동원해 힘을 쓰다 보면 대형건설사가 납품업체에 연락해 ‘○○ 때문에 준다’고 말합니다. 된 거죠. 그럼 납품업체는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 좋고 나는 리베이트를 챙겨요.”

1000가구 아파트 공사의 경우 이런 내부 인테리어 일감만 수십억 원이 되고 이 중 7~8%를 리베이트로 받는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전 건설업체 이사 C씨의 말이다.

“특정 업체에 공사를 주려고 하면 현설(현장설명회)에서 ‘공사 스펙’을 강화합니다. 1t 차량을 써도 되는데 10t 차량을 써야 한다고 요건을 강화하면 공사 수지가 맞지 않아 다들 포기해요. 맘에 둔 특정 업체가 수주를 받으면 이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요. ‘눈 가리고 아웅’이죠.”

브로커 활약은 엄연한 불법

로비 마당발 ‘건설브로커’

지난해 5월 이금로 대검찰청(대검) 수사기획관이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대검 중앙수사부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브로커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공사 수주 외에도 브로커는 인맥을 활용해 인허가 해결에 자주 나선다. 부동산개발업자들에게 토지형질을 변경해주고, 효용성이 낮은 도로를 내주는 특혜를 주면서 수억 원대 뇌물을 받는 것도 전형적인 수법. 형질 변경은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곧 퇴직을 앞둔 공무원이 허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브로커 A씨의 설명이다.

“윤씨가 D레저 공동대표로 활동한 것도 골프장 인허가 문제 해결 때문이잖아요? 골프장은 도청, 시·군, 환경부, 산림청, 인근 군부대 등에서 도장 수백 개를 받아야 허가가 나죠. ‘구찌’가 커요. 보통 브로커가 아니면 못해요. 건설공사를 하더라도 건축허가부터 준공검사까지 수많은 인허가 과정을 밟아야 해요. 아파트 주차장 땅을 아파트 용지로 바꿔야 할 때도 있고요. 당연히 발 넓은 브로커가 필요하죠.”

전 건설업체 대표 J씨는 인허가 때 브로커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를 와이어메시(wire mesh·철근)와 에폭시 코팅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도로공사를 할 때 와이어메시를 깐 뒤 마사토와 자갈 등을 넣고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데, 공사 뒤 동그랗게 코어를 떠서 준공검사를해요. 이때 시방서와 달리 단가가 싼 철근을 쓴 게 발각되거나, 콘크리트 타설이 적게 됐다고 트집을 잡으면 방법이 없어요. 건물 지하주차장에 미끄럼방지용 에폭시 코팅을 보통 3회 정도 칠하는데, 공무원이 자를 가지고 와서 일정 두께가 아니라고 트집을 잡으면 돌아버립니다. 점도에 따라, 혹은 어떻게 칠하느냐에 따라 두께가 다를 수 있거든요. 이 경우는 참 난감해요. 검사가 통과돼야 잔금을 받아 인건비를 주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요. 이때 (브로커가) 나서서 마사지를 해줘야 해요.”

그러나 브로커의 이러한 ‘활약’은 엄연히 불법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부금상무’처럼 면허를 대여받아 하는 공사는 불법이다. 또 형법 제129조 1항은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직무에 관한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찰이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을 찾는 것도 성접대 대가성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중견 건설업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별장 성접대’ 사건 때문에 국민이 건설업을 부정의 온상으로 볼까 걱정스럽다. 사실 건설업계는 전자입찰을 도입하면서 많이 맑아졌다. 브로커를 만나지 않고 처신을 잘하는 공무원도 많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경찰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 강하게 처벌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형법 개정도 생각해봐야 한다. 윤씨도 지금까지 21차례 입건됐지만 한 차례도 기소되지 않았다. 이는 ‘대가성 증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노려 브로커들이 암약한다. 생각해보라. 청탁할 시점에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건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평소 관리를 한다. ‘직무에 관하여’라고 한정한 형법 뇌물죄를 강화할 필요도 있다.”



주간동아 881호 (p38~40)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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