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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고영의 Job Revolutionist(직업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 스토리

낙후 지역 소수력발전 그가 만든 것은 ‘희망의 빛’

인도네시아 트리 뭄푸니

낙후 지역 소수력발전 그가 만든 것은 ‘희망의 빛’

국민성은 자연환경과 자원 보유에 영향을 받는다. 척박한 땅을 수확의 땅으로 일군 국민은 강하고 질긴 근성을 지닌다. 처음부터 석유와 자연광물이 풍부한 땅은 좀 더 느슨하고 편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여생을 큰 탈 없이 만족하게 살게 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인도네시아는 척박한 땅이면서도 다양한 광물자원을 가진 독특한 나라다. 최근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이후 대안이 되는 국가로 언급되는 MIKA(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호주) 가운데 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1만7500개 섬으로 이뤄져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불리한 자연 조건을 지녔다. 또한 얼마 전까지도 총 인구 2억4000만 명 가운데 35%가 넘는 9000만 명이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집에서 생활했다. 공장 역시 오후 5시가 되면 바로 전력 공급이 끊기고 내일을 위해 생산을 멈춰야 다음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실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차관 중심의 전력 인프라 개발과 구별되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여성이 있다. 위대한 족적을 남긴 정치인이나 공기업 사장이 아닌 평범한 대학원생이던 여성. 그는 지역주민 손으로 천연자원을 개발해 새로운 인도네시아를 만든 47세 트리 뭄푸니다.

1990년대 초 뭄푸니는 대학원 시절 학회 방문차 스위스에 들렀다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을 목격했다. 낙차가 큰 계곡이 많은 스위스에 아기자기한 수력발전기들이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이다. ‘도대체 뭘까?’ 하고 생각했던 뭄푸니는 지역주민에게 어떤 효과가 있는지 물었다.

“유량과 낙차가 큰 스위스 계곡에서 가족용으로 소규모 수력발전을 이용해 전기를 값싸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전력 인프라 구축한 엔지니어

지역주민 얘기를 듣는 순간 뭄푸니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섬마다 계곡이 많은 인도네시아 지형이 어쩌면 소수력발전에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소수력발전 기술에 대해 현지인과 기술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유지 및 보수가 생각보다 쉽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 인도네시아에 보급해보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섬들에 적합할지도 몰라.”

이후 뭄푸니는 소수력발전에 대한 각종 서적을 구매한 뒤 인도네시아로 돌아와 지형에 맞는 소수력발전기 설계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하면 할수록 발전기 모터와 배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 친타메카르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에 제안서를 내야겠어.”

뭄푸니는 ‘이베카’라는 사회적 기업을 먼저 만들었다. 제안서를 내려면 개인이 아닌 법인단체 자격을 갖춘 다음 지속적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제안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소수력발전은 이런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기를 공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뿐 아니라 이를 활용해 마을공동체가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최초의 민관협력 프로젝트로서 정부와 지역의 민간기업, 이베카의 공동투자로 소수력발전 설비를 마을에 건립하자. 그리고 민간기업과 마을공동체가 공동으로 설비 지분을 소유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 생산된 전기는 먼저 마을주민이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정부에 팔아 그 수익을 민간기업과 마을공동체가 50대 50으로 나누자.”

뭄푸니는 이를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기업 측도 지역사회에 새로운 기여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지역주민 의식이 뭄푸니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과연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왜 힘들게 유지와 보수까지 해야 하나?” “정부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등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낙후 지역 소수력발전 그가 만든 것은 ‘희망의 빛’

소수력발전(왼쪽).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트리 뭄푸니.

뭄푸니는 선뜻 나서려는 주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 성공을 위해 거처를 아예 친타메카르로 옮겼다. 2년간 마을 주민과 동고동락하면서 매우 긴밀하면서도 강도 높은 의사소통을 해나갔다. 인프라가 구축된 뒤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해 무의미한 사업이 되지 않도록 주민 의식을 개선하고, 유지 및 보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렇게 주민 사이에서 조합이 만들어졌고, 설비가 완공된 뒤에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 뒤 친타메카르에 소수력발전소가 여러 개 생기면서 2004년 에너지 자립률 100%를 달성했다.

소규모 친환경 에너지 발전 전파

뭄푸니는 친타메카르의 성공적 변화 체험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사업과 관련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웠다. “지역주민 손으로 지역 천연자원을 개발, 활용해야 한다”는 것. 이렇게 원칙을 세운 뭄푸니는 자기 삶을 쏟아부었고, 인도네시아 68개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확대해나갔다. 정부, 지역 민간기업, 이베카가 공동으로 설립을 지원하고, 민간기업과 마을공동체가 지분을 공동으로 소유하게 했다. 그는 자신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곤 한다.

“소수력발전소는 단지 ‘작은 발전소’가 아닙니다. 크기보다 의미에 가치가 있습니다. 단순히 시골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뿐 아니라, 공동체 삶 수준을 끌어올리는 변화의 시작입니다. 아이들이 저녁 늦게 밤길을 다닐 수 있고, 가족이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볼 수 있으며, 각종 농작물을 수확해 소득을 늘리는 것은 물론 일자리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전력을 국가에 팔아 생긴 마을 운영자금은 가난한 학생에겐 대학에 다닐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의료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주민에겐 생명 보험금이 됩니다. 그리고 소규모 사업을 원하는 사람에겐 종잣돈으로 제공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역주민이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한 가정 한 가정이 참여한 공동체 합의를 통해 우리 자원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면 민주 의식이 높아지고 새로운 변화도 꿈꿀 수 있습니다.”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지역형 소규모 친환경 에너지 발전을 전파하는 뭄푸니. 그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지역주민들과 대화하고, 그들 힘으로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설파하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인도네시아 오지를 밝힌 진정한 희망의 불빛이었습니다. 저는 단지 그들에게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갖게 했을 뿐입니다.”



주간동아 2013.03.11 878호 (p38~39)

  • 고영 소셜컨설팅그룹 대표 purist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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